『프라도 미술관에서 꼭 봐야 할 그림 100』
-김영숙 저 | 휴머니스트 |
유럽 여행을 가게 되면 빡빡한 일정에 꼭 넣는 장소가 하나 있다. 바로 미술관이다. 파리에 가면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을, 런던에 가면 내셔널 갤러리를, 마드리드에 가면 프라도 미술관에 으레 간다. 간혹 유럽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유명 미술관에 들르지 않았다고 하면 의아할 정도다. 그만큼 유럽 여행에서 미술관 순례는 선택이라기보다는 필수에 가깝다.
하지만 ‘꼭 가야 할 유럽 미술관’ 리스트는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 시간을 잘게 쪼개서 들른 미술관은 아침 일찍부터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또한 막대한 양의 소장품을 다 보려면 체력이 달리기 마련이다. 여행자의 딜레마는 이때부터 시작된다. ‘어차피 그 많은 소장품을 다 본다는 건 불가능하므로 대표작만 보면 되지 않을까’라는 갈등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고 루브르 박물관에서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를, 오르세 미술관에서는 밀레의 [만종]과 고흐의 [론 강의 별이 빛나는 밤]을, 내셔널 갤러리에서는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화]를, 프라도 미술관에서는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향해 돌진하여 단지 눈도장만 찍고 그 경이로운 곳을 빠져나오기에는 너무 아쉽다. 미술관에 가기 전, 그곳의 대표작과 더불어 ‘꼭 봐야 할must see’ 목록을 알아두면 그 여행은 한결 더 다채로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저자 소개: 김영숙
고려대학교에서 서어서문학을 공부했고, 졸업한 뒤 주한 칠레 대사관과 볼리비아 대사관에서 일했다. 대학 시절에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활동을 할 만큼 클래식과 재즈 음악에 푹 빠졌고, 마흔 살 즈음 그림에 대한 열정으로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 들어가 미술사를 공부했다. 글을 읽을 줄 안다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미술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꼭 봐야 할 그림 100》 《오르세 미술관에서 꼭 봐야 할 그림 100》 《내셔널 갤러리에서 꼭 봐야 할 그림 100》 《루브르와 오르세 명화 산책》 《피렌체 예술 산책》 《네덜란드/벨기에 미술관 산책》 《현대 미술가들의 발칙한 저항》 《그림 수다》 《파리 블루》 등을 썼다. 어린이를 위해 지은 책으로 《미술관에 가고 싶어지는 미술책》 《미술관에서 읽는 그리스 신화》 《미술관에서 읽는 서양 미술사》 등이 있다
○목차
먼저, 유럽의 미술관을 가려는 이들에게 프라도 미술관에 가기 전 알아두어야 할 것들
스페인 역사 읽기
15~16세기 이탈리아와 플랑드르
라파엘로 산치오 〈추기경〉 〈라파엘, 토비아 그리고 성 히에로니무스와 함께 있는 성모자(성모와 물고기)〉 〈갈보리 가는 길〉
프라 안젤리코 〈수태고지〉
안드레아 만테냐 〈성모 마리아의 장례식〉
안토넬로 다 메시나 〈죽은 그리스도를 안고 있는 천사〉
요하힘 파티니르 〈스틱스 강을 건너는 카론이 있는 풍경〉?요하힘 파티니르와 캉탱 마시〈성 안토니오의 유혹〉
산드로 보티첼리 〈나스타조 델리 오네스티 이야기 첫 번째〉 〈나스타조 델리 오네스티 이야기 두 번째〉 〈나스타조 델리 오네스티 이야기 세 번째 〉
페드로 베루게테 〈종교재판을 주재하는 성 도미니쿠스 데 구츠만〉
로베르 캉팽 〈세례 요한과 프란체스코파의 하인리히 폰 베를〉 〈성녀 바르바라 〉
로히어르 판 데르 베이던 〈십자가에서 내리심〉
알브레히트 뒤러 〈스물여섯 살 뒤러의 초상화〉 〈아담〉 〈이브〉
한스 발둥 〈인간의 세 시기〉 〈삼미신〉
히에로니무스 보스 〈건초 수레〉
히에로니무스 보스 〈일곱 가지 죄악〉
히에로니무스 보스 〈쾌락의 정원〉
(대) 피터르 브뤼헐 〈죽음의 승리〉
안토니스 모르 〈메리 튜더의 초상화〉?알론소 산체스 코에요 〈이사벨 클라라 에우헤니아 공주와 막달레나 루이스〉
16~17세기 이탈리아와 프랑스
티치아노 베첼리오 〈카를 5세의 기마상〉
티치아노 베첼리오 〈안드로스 섬의 주신 축제〉 〈비너스를 경배함〉
티치아노 베첼리오 〈황금비를 맞는 다나에〉 〈비너스와 아도니스〉
티치아노 베첼리오 〈자화상〉
카라바조 〈다윗과 골리앗〉
니콜라 푸생 〈파르나소스〉 〈다윗의 승리〉
엘 그레코와 16세기 스페인
엘 그레코 〈삼위일체〉
엘 그레코 〈수태고지〉 〈그리스도의 세례〉 〈십자가 처형〉 〈오순절〉 〈부활 〉
엘 그레코 〈가슴에 손을 얹은 기사〉 〈우화〉
산체스 코탄 〈사냥감과 과일, 채소가 있는 정물화〉
프란시스코 리발타 〈성 베르나르두스의 환상〉 〈천사에게 위안받는 성 프란체스코 〉
리베라, 무리요, 수르바란
호세 데 리베라 〈성 필립보의 순교〉
프란시스코 데 수르바란 〈아누스 데이(하나님의 어린 양)〉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와 화가인 성 루가〉 〈성 베드로 놀라스코에게 나타난 성 베드로 〉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 〈무염시태〉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 〈성가족〉
벨라스케스와 17세기 스페인
디에고 벨라스케스 〈시녀들〉
디에고 벨라스케스 〈바쿠스〉
디에고 벨라스케스 〈불카누스의 대장간〉
디에고 벨라스케스 〈이사벨 데 보르본의 기마상〉 〈발타사르 카를로스 왕자의 기마상〉 〈펠리페 3세의 기마상〉 〈마르그리트 왕비의 기마상〉 〈펠리페 4세의 기마상〉 〈올리바레스의 기마상〉
디에고 벨라스케스 〈펠리페 4세〉 〈왕비의 초상〉?디에고 벨라스케스와 후안 바우티스타 마르티네스 델 마소 〈도냐 마리아 마르가리타 공주〉
디에고 벨라스케스 〈이솝〉 〈광대 파블로 데 바야돌리드〉 〈바닥에 앉아 있는 난쟁이 〉
디에고 벨라스케스 〈아라크네의 신화〉
디에고 벨라스케스 〈브레다의 항복〉
안토니오 데 페레다 〈제노아의 구원〉후안 바우티스타 마이노 〈바히아 탈환〉
후안 카레뇨 데 미란다 〈괴물〉 〈괴물〉 〈마리아나 데 아우스트리아의 초상화〉
클라우디오 코에요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승리〉 〈성 루이 왕의 경배를 받는 성모자 〉 154
루벤스와 17세기 플랑드르, 네덜란드
페테르 파울 루벤스 〈파리스의 심판〉
페테르 파울 루벤스 〈사랑의 정원〉 〈삼미신〉
(대) 얀 브뤼헐과 페테르 파울 루벤스 〈시각과 후각의 우의화〉 〈청각〉
안토니 반 다이크 〈그리스도의 체포〉 〈그리스도를 모욕함〉 〈구리뱀〉
렘브란트 하르먼스 판 레인 〈아르테미시아〉
고야와 18세기 스페인
루이스 멜렌데스 〈정물화〉 〈정물화〉
프란시스코 데 고야 〈양산〉
프란시스코 데 고야 〈부상당한 석공〉 〈겨울(눈보라)〉 〈결혼〉 〈꼭두각시〉
프란시스코 데 고야 〈카를로스 4세와 그의 가족〉
라파엘 멩스 〈파르마의 마리아 루이사의 초상〉 〈왕세자 시절의 카를로스 4세의 초상〉
프란시스코 데 고야 〈옷을 벗은 마하〉 〈옷을 입은 마하〉
프란시스코 데 고야 〈5월 2일〉 〈5월 3일〉
프란시스코 데 고야 〈사투르누스〉
세계 미술사를 이끈 스페인의 거장이 한자리에
-프라도 미술관에서는 어떤 그림을 봐야 할까?
프라도 미술관은 처음 방문하는 사람에게는 마치 미로 같은 곳이다. 안내 지도에 빼곡히 표기된 전시실에는 동서남북으로 출입문이 있기 때문에 작품에 빠져 있다 보면 대체 어느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지 헷갈리기 십상이다. 프라도 미술관은 헤로니모스 건물과 빌라누에바 건물로 구성되어 있는데, 헤로니모스 건물에서는 주로 기획 전시가 열리고, 프라도 미술관의 영구 소장품과 주요 회화 작품은 빌라누에바 건물 0층부터 2층까지 시대별, 지역별로 나누어 전시되어 있다. 프라도 미술관은 스페인의 거장 엘 그레코, 벨라스케스, 리베라, 무리요, 고야의 대표작뿐 아니라 그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티치아노나 틴토레토, 루벤스 등의 걸작을 그 어느 미술관에서보다 다양하고 풍성하게 보유하고 있기에 유럽 미술관 여행에서 놓쳐서는 안 될 필수 코스라고 할 수 있다.
《프라도 미술관에서 꼭 봐야 할 그림 100》은 프라도 미술관 관람객의 동선에 따라 〈15~16세기 이탈리아와 플랑드르〉, 〈16~17세기 이탈리아와 프랑스〉, 〈엘 그레코와 16세기 스페인〉, 〈리베라, 무리요, 수르바란〉, 〈벨라스케스와 17세기 스페인〉, 〈루벤스와 17세기 플랑드르, 네덜란드〉, 〈고야와 18세기 스페인〉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두 개의 작품에 대해 한 쪽 분량으로 짧고 알찬 설명을 담았으며, 함께 보면 도움이 될 만한 작품을 ‘그림 미주’의 형식으로 담았다. 프라도 미술관의 역사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스페인사의 간략한 연대기를 정리한 ‘스페인 역사 읽기’는 프라도 미술관 여행을 더욱 풍요롭게 채워줄 것이다.
프라도 미술관의 0층에 전시된 작품을 정리한 첫 번째 장〈15~16세기 이탈리아와 플랑드르〉에서는 프라 안젤리코의 〈수태고지〉, 알브레히트 뒤러의 〈스물여섯 살 뒤러의 초상화〉 등을 비롯하여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대표작들을 통해 르네상스와 바로크 양식이 유럽 각 지역에서 저마다의 특색을 지닌 채 발전해왔음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 장〈16~17세기 이탈리아와 프랑스〉은 1층 ‘고야의 문’을 통해 입장하면 바로 만날 수 있는 전시관들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티치아노 베첼리오의 〈황금비를 맞는 다나에〉, 카라바조의 〈다윗과 골리앗〉은 서로 다른 시기에 활동했지만 균형 잡힌 인체 묘사와 명암을 극대화한 화법을 구사했던 두 거장의 걸작을 비교하며 감상할 기회를 제공한다.
1층의 관람 동선을 따라 구성된 〈엘 그레코와 16세기 스페인〉, 〈리베라, 무리요, 수르바란〉, 〈벨라스케스와 17세기 스페인〉, 〈루벤스와 17세기 플랑드르, 네덜란드〉 각 장에서는 스페인의 거장 엘 그레코, 무리요, 벨라스케스의 수많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매너리즘의 대가인 엘 그레코의 대표작 〈삼위일체〉와 당대 스페인 작품들, 17세기 전성기 스페인의 풍요로운 예술적 토양 위에서 마음껏 기량을 펼쳤던 수르바란, 무리요, 벨라스케스의 작품들을 차례로 마주하다보면 왜 스페인 사람들이 유난히 예술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지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은 근대 철학자들에게 사유의 영감을 제공한 작품으로 프라도 미술관의 큰 자랑이기도 하다. 프라도 미술관이 보유한 벨라스케스의 스페인 왕가 초상화 연작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 이 책의 ‘스페인 역사 읽기’를 먼저 읽어보기를 권한다.
1층의 마지막 전시관 〈루벤스와 17세기 플랑드르, 네덜란드〉에 수록된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파리스의 심판〉, 안토니 반 다이크의 〈그리스도의 체포〉, 렘브란트 하르먼스 판 레인의 〈아르테미시아〉 등의 작품들은 프라도 미술관의 회화 컬렉션이 명실공히 세계 최고 수준임을 증명하고 있다. 2층 전시물을 담은 마지막 장〈고야와 18세기 스페인〉에서는 왕실화가라는 지위에도 불구하고 소시민의 삶에 대한 애정과 치열한 시대정신으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지켜간 프란시스코 데 고야의 작품들을 다룬다. 〈카를로스 4세와 그의 가족〉, 〈부상당한 석공〉, 〈옷을 벗은 마하〉, 〈옷을 입은 마하〉, 〈사투르누스〉등 고야의 대표작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프라도 미술관을 여행한 보람을 충분히 느끼고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디에고 벨라스케스 Diego Velazquez 』
- 노르베르트 볼프 저 / 전예완 역 | 마로니에북스
파블로 피카소가 "보라. 그는 진정한 리얼리티의 화가다." 라고 극찬한 디에고 벨라스케스에 관한 기초 교양서이다. 그는 스페인 황금기 회화의 정점을 보여주는 미술가로서 후에 마네와 들라크루아,피카소 등에게 영향을 미쳤다. 이 책은 그의 뛰어난 작품을 풍부하게 실어두었을뿐만 아니라 개별 그림들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였다. 마지막 부분에는 작가의 생애와 작품에 대해 수록하여 그의 깊은 작품 세계를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벨라스케스: 부정할 수 없는 스페인 황금기의 회화
사실주의를 주변의 상황과 융화시키고, 인물을 세심하게 논평하여 갈채를 받았던 벨라스케스(Diego Velazquez, 1599-1660)는 우리에게 두말할 것 없는 스페인 황금기 회화의 정점을 보여준다. 세비야에서 태어난 그는 1623년 펠리페 4세의 궁정화가가 되었다. 주로 어두운 색의 낮은 톤의 색채를 사용했던 그는 1628년 루벤스를 만나 곧 이탈리아로 첫 번째 여행에 나섰다. 그곳에서 그린 작품들은 다양한 색채와 남성 누드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다.
벨라스케스는 1640년대 후반 다시 이탈리아로 가서 교황 인노켄티우스 10세의 초상과 단 한 점뿐인 여성누드 〈로케비의 베누스〉를 그렸다. 그러나 그의 위대한 점은 왕가의 자녀들의 난쟁이 놀이친구 같은 인물에 대한 관심에 있다. 만년에 그는 나이든 왕의 모습만큼이나 풍파를 겪은 사람과 넝마, 죽음에 몰두하게 된다. 이 작품들에서 볼 수 있는 힘과 직관, 뛰어난 기법은 마네와 들라크루아, 피카소와 베이컨 등 후대 화가에 대한 확고한 영향력을 증빙한다.
"보라, 그는 진정한 리얼리티의 화가다." ― 파블로 피카소
○디에고 벨라스케스
파란하루키 | 2011-11-23
원문주소: http:// blog.yes24.com/document/5577617
책 한 권을 통해 스페인의 바로크 화가 벨라스케스의 생애와 그림들을 보니 그는 생각보다 권력에 가까이 있었고, 그가 선호한 그림의 소재는 특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 덕수궁미술관에 왔던 "비엔나미술사박물관전"에서 벨라스케스의 그림을 많이 만날 수 있었는데, 그가 펠리페 4세의 총애를 받았던 왕궁의 화가였다보니 그 전시에는 왕족의 초상화가 많이 왔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를테면 거시적인 그림들이었던 것이다. 특히 오디오가이드를 통해 들었던 그의 그림의 특징은 옷감의 무늬와 주름을 세밀하게 묘사했다는 점이었다. 일정 거리에 떨어져서 보면 진짜 옷감처럼 반짝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벨라스케스 이후의 고전주의자들은 그의 그림을 싫어했고, 인상주의자들은 좋아했단다. 이 책을 읽은 김에 그 전시 때 사 둔 도록도 꺼내보아야 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의 그림의 특징에 대해 새로운 점을 알게 되었다. 그는 루벤스와 동시대 사람이었으며 이탈리아를 종종 방문하면서 카라바조와 같은 대가들의 그림을 보고, 연구하고, 그것들을 참고해 그림을 그렸다는 점이다. 초상화에 비해 덜 유명한 신화, 성서를 소재로 한 그림은 루벤스 풍의 하얀 얼굴과 발그레한 볼, 풍만한 몸집을 한 인물들이 가득 등장하며 전체적으로 화려하고 밝은 색감을 보여준다. 윤곽을 희미하게 처리해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한 점은 다빈치의 스푸키토 기법을 연상시킨다.
이 책의 저자는 그가 그림을 그리기 위한 자료로 삼은 대가의 그림과 그 결과물인 벨라스케스의 그림을 종종 대조해 보여주는데, 과연 저자의 주장처럼 벨라스케스 특유의 특징이 있다. 인물의 특징을 잘 잡아내어 생생하고 정직하게 표현한 점이 펠리페 4세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도 모른다. 또한 당대에는 스페인의 정물화인 '보데곤'이 유행했다. 서민의 일상을 묘사하되 음식과 기타 사물을 부각시켜 그렸다. 이 장르화를 그린 대표적인 화가가 벨라스케스라고 한다.
벨라스케스 당대의 스페인 궁정에는 특이한 풍습이 있었단다. 왕자와 공주의 곁에 난쟁이를 두어 그들을 보호하게 하거나, 왕 곁에 광대를 두어 그를 웃기게 했던 것이다. 벨라스케스는 아마도 자발적으로 난쟁이와 광대를 그린다. 얼굴이 희고 예쁜 옷을 입은 공주 곁에 못생긴 난쟁이를 그림으로써 공주의 위엄을 부각시키기도 하고, 난쟁이나 광대를 주인공으로 초상화를 그리기도 한다.
손발, 몸통의 길이에 비해 머리와 얼굴이 커서 평범한 사람 같아보이지 않는 그 인물들을 화가가 애정이 담긴 눈으로 바라보았다면 너무 과도한 해석일까? 몇 대 위의 조상까지 검증하며 엄격한 심사를 거쳐 겨우 산티아고 기사단에 입단할 수 있었던 미천한 출신의 벨라스케스가 권력의 중심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면서 사실은 그들과 어떤 면에서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마치 "왕의 남자"처럼 실없는 소리를 하며 왕을 웃기는 처지이지만 은연 중에 왕을 조종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그들과 그림을 그리는 자신 사이의 동질감.
벨라스케스의 그림은 몇 몇 사람들 때문에 더 유명해졌다. 베이컨은 벨라스케스가 그린 많은 초상화 중에서 "인노켄티우스 10세"를 재해석했다. 벨라스케스 그림에서 예민하고 날카로운 표정으로 빨간 망토를 걸치고 권위적으로 앉아있던 인노켄티우스 10세는 베이컨의 그림에서 온 몸으로 그 어떤 폭력적인 에너지를 맞으며 삼차원 프레임의 공간에 갇혀 입을 벌리고 절규한다.
<베이컨이 재해석한 교황 인노켄티우스 10세의 초상>
푸코는 "말과 사물"에서 벨라스케스를 재발굴했다. '시녀들'이라는 그림에서 벨라스케스가 시도했던 현실과 이미지에 대한 실험 때문이었다. 그 전조는 이미 1434년에 얀 반 에이크가 그린 '조반니 아르놀피니의 결혼'에서 찾을 수 있다. 중세적인 알레고리들이 숨어 있는 이 그림에서 특히 '거울' 속에 이 결혼식의 증인들이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얀 반 에이크의 '조반니 아르놀피니의 결혼' 거울을 확대한 부분>
벨라스케스 자신이 1618년에 그린 '마르타와 마리아의 집에 있는 그리스도'에는 한 화폭에 두 가지 이야기가 공존한다. 관람자 가까이에 있는 부엌에는 노파와 젊은 여자가 음식을 준비하고, 그림 속 창 너머에는 예수님과 마르타, 마리아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보데곤과 성화가 결합된 듯한 이 그림에서 제목과는 달리 주인공은 우리에게 훨씬 가까이에 있는 노파와 젊은 여자, 그리고 생선 같은 음식 재료들 같아 보인다. 비슷한 예로 1644-48년 경의 '아라크네의 우화(실 잣는 사람들)'에서도 이러한 액자 구성을 찾아볼 수 있다.
1656/57년에 그린 그 유명한 '시녀들(라스 메니나스)'은 구도가 훨씬 복잡하다(그리고 그러고보니 이 그림의 제목도 '펠리페4세 부부', '마르가리타 공주'나 '화가 벨라스케스'가 아니라 '시녀들'이다, 이 그림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산티아고 기사단의 십자가 문양을 가슴에 달고 있는 벨라스케스 자신은 과도하게 큰 캔버스에 초상화를 그리고 있다.
그 초상화의 주인공들은 우리에게 정면으로 놓인 거울에 비친 부부인 것 같아 보인다. 나머지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이 부부에게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중요한 인물인 것 같다. 아마도 그 부부의 딸일 공주가 그림 정가운데에서 그 부부를 바라보고 있고, 오른쪽에는 난쟁이들이 그려져 있다.
이 책에는 그림에 대한 더 많은 해석과 난점이 제기되어 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여러 가지 점을 생각해본다면, 결국 이 그림은 벨라스케스가 상상해서 그린 그림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어쨌든 이 그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그가 거울에 비친 반영을 이용한 그림을 그렸다는 점과, 화가인 벨라스케스 자신을 굉장히 중요한 인물처럼 그렸다는 점인 것 같다.
마로니에북스에서 번역 출간해 준 이 시리즈 알차기는 한데, 설명과 그림이 같은 페이지에 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한창 설명을 읽다가 '몇 쪽의 무슨 그림'을 찾아보고 다시 설명으로 돌아와야 해서 번거로웠다. 바로 전에 읽은 '베이컨'에 비해 이 책은 잘 읽어졌다. 벨라스케스의 그림이 워낙 매력적인데다가 후대 화가들과 학자들도 재해석을 시도하곤 했으니 좀 더 연구가 잘 되어 있는 것일까? 이 책은 그의 그림에 대해 좀 더 보편적인 시각을 보여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전혜린 에세이1 (0) | 2017.12.14 |
---|---|
쇼팽을 즐기다 /히라노 게이치로 (0) | 2017.12.13 |
고야, 계몽주의의 그늘에서/츠베탕 토도로프 (0) | 2017.11.27 |
파랑새/모리스 마테를링크 (0) | 2017.11.10 |
희망의 새, 파랑새 (0) | 2017.1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