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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詩

내 안의 조르바/ 금동원

금동원(琴東媛) 2018. 2. 10. 10:28

내 안의 조르바*

 

  금동원

 

 

우리는 모두 조르바가 되자고 했다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가슴이 느끼는 대로

고여 있던 오감을 깨우고

용기가 필요한 영혼의 침묵을 깨워

고귀하게 사뿐히 날아오르는 나비처럼

날아보자고 했다

 

너는 너의 길을 가고

나는 나의 길을 가고

 

세상은 서툴고 낯선 오해와 오답 투성이

상처받아 흘렸던 피눈물과

다시는 생겨나지도 사라지지도 않을 마음의 흉터들

누가 내 눈빛의 정직함을 읽어 줄 것인가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법

자유라는 이름으로 자유하지 못하는 우리

기다려야하는 조급함과 날아오르지 못할 불안함으로

끝내 뛰어 내리지 못한 번지점프처럼

우리는 다시 어색한 생으로 돌아가야 한다

 

너는 너 뜻대로 살고

나는 내 뜻대로 살고

 

몽골 어느 초원에서 말 타던 이방인의 추파를

누군가는 설렘이라 말하고

어떤 이는 길 떠나는 나그네처럼 신발 끈을 다시 묶고 있지만

막다른 골목의 막막한 어둠을 뚫고

우리는 새벽을 여는 한줄기 빛으로 세상과 마주해야 한다

 

조르바, 그대의 산투리 소리가 듣고 싶다

뻥 뚫려 숨 쉴 것 같은 호탕한 웃음소리를

지금 우리가 바라보는 또렷한 의지는 자유인가

어제와 내일을 잘라내고 오늘만이 존재한다는 확신,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자유 한 것인가

      

포도주가 사랑이 되고 성체가 되는

'메토이소노', '거룩하게 되기'

 

우리 모두 춤추자

무릎을 굽혔다 튕기고 팔을 돌렸다 꺾으며

조르바, 너는 자유 했냐고, 그래서 후회가 없는 거냐고

악마나 물어가라고 할까...

손뼉을 치며 우리는 웃을 것이다.

울음소리를 닮은 그래서 정직했던 마지막 포효

 

우리가 꿈꾸는 영혼의 자유는

두려움 없는 용기와 지금 이 순간, 여기!

아직 많이 늦지는 않았으리.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의 주인공 이름이다

 

 

-『우연의 그림 앞에서』, (2015, 계간문예)

 

 

 

 

 

 

 

 

 

사진 출처: Photography By :Law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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