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포스트(2018)
감독:스티븐 스필버그
출연:메릴 스트립, 톰 행크스
시놉시스
"우리가 보도하지 않으면, 우리가 지고, 국민이 지는 겁니다."
1971년, 뉴욕 타임즈의 '펜타곤 페이퍼' 특종 보도로 미 전역이 발칵 뒤집힌다.
트루먼, 아이젠하워, 케네디, 존슨에 이르는 네 명의 대통령이 30년간 감춰온 베트남 전쟁의 비밀이 알려지자 정부는 관련 보도를 금지시키고, 경쟁지 워싱턴 포스트의 편집장 '벤'(톰 행크스)은 베트남 전쟁의 진실이 담긴 정부기밀문서 '펜타곤 페이퍼'의 입수에 사활을 건다.
결국 4천 장에 달하는 정부기밀문서를 손에 쥔 '벤'(톰 행크스)은 미 정부가 개입하여 베트남 전쟁을 조작한 사건을 세상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최초의 여성 발행인 '캐서린'(메릴 스트립)은 회사와 자신, 모든 것을 걸고 세상을 바꿀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데...
1분 1초의 사활을 건 특종 경쟁 속, 세상을 뒤흔든 위대한 보도가 시작된다.
About1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인류의 아픈 역사를 조명한 영화부터 1960년대 미국을 발칵 뒤집은 천재 사기꾼 프랭크 애버그네일의 일대기를 그린 이야기, 미국과 소련의 스파이 맞교환 협상 작전을 담은 작품까지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소재로 한 수많은 명작들을 탄생시켜 온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그가 이번에 선택한 작품 <더 포스트>는 1971년 벌어졌던 미국의 베트남전 개입 관련 최고 기밀문서 ‘펜타곤 페이퍼’를 보도하는 워싱턴 포스트 기자들의 이야기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이 이야기에 본능적으로 이끌렸다”며 “오늘날과 비교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놀라웠고, 지금 당장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더 포스트>의 강렬했던 첫인상을 밝힌 바 있다. 또한 전작들과 달리 ‘펜타곤 페이퍼’ 사건의 기억을 간직한 사람들을 실제로 만날 수 있었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캐릭터에 대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전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이러한 열정적이면서도 진중한 태도는 <더 포스트> 속 위대한 폭로가 있기까지 진실을 보도하고자 애썼던 언론인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언론이 가진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 자유로운 보도가 민주주의를 어떻게 지켜낼 수 있는지 보여줄 것이다”라며 연출 의도를 밝힌 그는 이번 작품으로 시대를 관통하는 통쾌한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여기에 여성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변화의 시대와 언론이 상업화될 수밖에 없었던 주변 환경까지 섬세하게 담아내며 스티븐 스필버그 표 실화 명작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About2
영화 <더 포스트>를 기대하게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할리우드 연기의 신으로 불리는 메릴 스트립과 톰 행크스의 환상적인 시너지다.
먼저, <철의 여인><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맘마 미아!>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천의 얼굴’다운 캐릭터 메이킹을 보여준 메릴 스트립이 <더 포스트>에서 워싱턴 포스트의 첫 여성 발행인 ‘캐서린’ 역할을 맡았다. 그녀는 1970년대 남성 위주의 미국 사회에서 당당히 자신의 역량을 드러낸 여성 지도자의 모습을 섬세하고도 탄탄한 연기력으로 소화했다.
여기에 배우부터 제작, 더빙에 이르기까지 매번 각기 다른 모습으로 최고의 감동을 선사하는 톰 행크스가 워싱턴 포스트의 열혈 편집장 ‘벤’을 맡아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벤’은 ‘캐서린’의 든든한 파트너이자 ‘펜타곤 페이퍼’를 세상에 폭로하기 위해 애쓰는 진정한 언론인으로, 톰 행크스만이 선보일 수 있는 유쾌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만나 입체적인 인물로 탄생되었다.
한편, 배우들과 캐릭터 간의 남다른 싱크로율은 실존 인물들과의 인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전해져 눈길을 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벤과 이웃으로 지낼 때 내가 지켜본 그의 모습은 뛰어난 리더십으로 팀을 이끄는 사람이었다”며 실존 인물 벤과의 각별했던 인연을 밝힌 바 있다. 실제 20년간 워싱턴 포스트에서 편집 국장으로 근무한 스티브 콜 역시 “메릴 스트립은 걸음걸이를 비롯한 모든 것이 ‘캐서린’을 떠올리게 했다.
톰 행크스 역시 단순히 외모뿐 아니라 ‘벤’의 사소한 버릇까지도 완벽하게 흡수했다”고 전해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은 명배우들의 열연에 대한 궁금증을 고조시켰다. 특히 캐서린 그레이엄의 아들인 도널드 그레이엄은 “어머니가 자신을 연기한 메릴 스트립을 본다면, 굉장히 만족했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벤 브래들리의 아내인 샐리 퀸은 “남편이 살아 돌아온 것만 같다”는 말로 압도적 연기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할리우드 최고 배우들의 환상적인 연기 앙상블을 예고하며 기대를 높이는 영화 <더 포스트>는 묵직한 감동을 선사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About3
<더 포스트>는 시대를 관통하는 진실의 힘을 이야기하지만, 한편으로는 힘없는 발행인에서 포춘지(Fortune) 선정 500대 기업에 꼽히는 회사의 경영인으로 거듭난 한 여성의 개인적인 삶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각본가 리즈 한나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위험 속에서도 보도를 멈추지 않았던 캐서린 그레이엄의 이야기야말로 내가 찾고 있던 것”이라는 말로 작품 탄생의 시초를 알렸다. 이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힘없는 여성 발행인에서 언론 역사에서 가장 중대한 결정을 내렸던 여성 지도자로 성장하는 캐서린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 작품에서 중요한 의미였다”며 시대를 초월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신을 밝혔다.
여기에 제작자 에이미 파스칼도 “이건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라며 여성으로서 겪었던 감정과 경험을 통해 보다 섬세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함께 제작에 참여한 크리스티 마코스코 크리거 역시 “캐서린이 선구자로 길을 열어준 덕분에 우리 여성들이 좀 더 당당하고 강하게 거듭날 수 있었다”며 어려움이 많았던 시대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지켜 역사를 바꾼 캐서린에게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주연을 맡은 메릴 스트립은 “여성으로서 더 많은 난관에 부딪히고 반대 세력에 맞서야 하는 상황에서 캐서린은 성의 굴레를 벗어나 동료들과 함께 위험을 무릅쓰고 사건에 달려들었고, 이것이야말로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라며 자신의 캐릭터와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이처럼 배우부터 감독, 제작진까지 모두 같은 마음으로 여성의 목소리에 대한 주제 의식을 담아낸 영화 <더 포스트>는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이슈로 다뤄지는 ‘여성 인권’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뿐만 아니라,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특별한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동진의 어바웃 시네마] '더 포스트' 결단의 순간. 연대의 지점
1971년. 뉴욕 타임즈는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이 베트남전에 대해 국민을 기만해왔음을 밝히는 기밀문서 펜타곤 페이퍼를 입수해 특종 보도를 한다. 경쟁지 워싱턴 포스트는 뒤처지지 않기 위해 펜타곤 페이퍼 입수에 뒤늦게 사활을 건다. 뉴욕 타임즈의 후속 보도가 법원 판결로 정지된 상황에서, 결국 4천장에 이르는 기밀문서를 손에 쥐게 된 워싱턴 포스트의 편집국장 벤(탐 행크스)은 보도를 강행하려고 한다. 신문사와 자신의 모든 것이 달려 있는 상황에서, 워싱턴 포스트의 발행인 캐서린(메릴 스트립)은 보도 여부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진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신작 '더 포스트'는 이런 스토리 라인이라면 흔히 구사할 법한 화법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다. 뉴욕 타임즈와 워싱턴 포스트 간의 치열한 특종 경쟁 같은 것은 이 영화의 관심사가 아니다. 천신만고 끝에 입수된 기밀문서의 극적인 내용이 클라이맥스에서 밝혀지면서 관객에게 충격을 던져주는 방식도 여기엔 없다. 제보자가 누군지는 초반부터 드러내고, 내부자 고발을 낳은 5년 전의 상황 역시 플래시백을 활용해 극적으로 써먹는 대신 도입부부터 고스란히 묘사하고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미스터리를 스스로 해체하고, 관객이 궁금해 할 정보는 일찌감치 전달하며, 구조를 극적으로 비트는 대신 담담하게 흐름을 밟아나가는 '더 포스트'는 언론계를 무대로 한 스릴러가 아니다. 이건 스필버그가 다시금 프랭크 카프라적인 이상주의로 숭고한 윤리적 결단을 다룬 언론영화일 것이다.
이 영화의 제목이 '타임즈'가 아닌 '포스트'라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펜타곤 페이퍼 보도 자체에 대해서라면 워싱턴 포스트가 아니라 뉴욕 타임즈를 주축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오랜 탐사 취재 끝에 나라 전체를 뒤흔들 대특종을 한 것은 타임즈이다. 짐작도 못하고 있던 포스트는 낙종을 한 뒤 허겁지겁 뒤따라갔을 뿐이다. 그런데 왜 이 영화는 타임즈가 아니라 포스트의 상황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걸까. (이 작품에서 뉴욕 타임즈의 상황은 워싱턴 포스트 사람들의 눈을 통해서만 한정적으로 묘사된다.)
그건 이 영화가 거대한 특종을 눈앞에 둔 라이벌 신문사 간의 경쟁이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언론자유의 가치에 대한 신념과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으로 부도덕한 거대 권력에 맞서는 신문들의 연대를 다루려 하기 때문이다.
후반부에서 포스트가 뒤이은 특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타임즈의 후속 보도 행위가 법원의 판결에 의해 강제적으로 정지되어 있어서였다. 포스트가 접촉한 취재원이나 입수한 기밀자료는 기본적으로 타임즈와 같다. 그런 상황에서 포스트의 후속 특종은 사실상 타임즈 특종을 이어받아 그들의 손을 들어주며 그 뒤에 서기를 자처하는 보도다. (영화가 끝날 무렵 대법원 판결로 두 신문사가 함께 승리한 후, 재판정 밖에서 기자들이 다가가 소감을 들으려 하는 대상은 포스트가 아니라 타임즈였다.) 그건 포스트를 이끄는 벤이 언론인으로서 경쟁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종반부에서 포스트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신문들 역시 함께 보도에 동참하는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연대의 의미를 확장한다. 또한 '더 포스트'의 라스트 신은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이 있는 워터게이트 호텔에 괴한들이 침입한 것을 경비원이 발견하게 되는 상황을 담고 있는데, 이 엔딩 장면은 언론인이 등장하는 1970년대의 가장 유명한 영화이면서 워싱턴 포스트의 저널리스트들이 주인공인 또다른 영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의 오프닝 신과 고스란히 맞물림으로써 언론영화들끼리 세월을 뛰어넘어 견고하게 연대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이야기에서 더욱 주목되는 인물이 편집국장 벤이 아니라 발행인 캐서린이라는 점이다. 캐서린은 결정적인 지점에서 발행인으로서 용기 있는 결단을 한다. (이 영화의 카메라는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경영난을 이겨내는데 큰 도움을 줄 투자 유치가 무산될 위험 앞에서도 캐서린은 펜타곤 페이퍼에 대한 보도를 강행할 것을 단호하게 결정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결정에 이어지는 두번째 결단일 것이다. (극중 캐서린이 자다가 깨어나는 장면은 두 번 등장한다.) 동일한 취재원으로부터 나온 기사를 싣게 되면 결과적으로 타임즈의 후속 보도를 잠정적으로 금한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어기는 결과를 빚게 되어 캐서린과 벤이 실형을 선고받을 확률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지만, 캐서린은 이런 상황에서도 기사를 낼 것을 최종적으로 다시금 승인한다.
캐서린의 첫번째 결단이 펜타곤 페이퍼에 대한 보도를 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이었다면, 두번째 결단은 훨씬 더 악화된 상황 속에서 이전의 결정을 수정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이다. 결국 그것은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자신의 신념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결정인 것이다. (벤 역시 포스트에 펜타곤 페이퍼 기사를 실음으로써 이전에 그렇게 했던 타임즈의 신념을 승계하는 셈이다.) 신념은 그것을 공표하는 것보다 상황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철회하거나 수정하지 않고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고 또 중하다.
캐서린은 가족언론기업으로서 포스트를 소유하고는 있었지만 널리 인정받는 오너는 아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핏줄을 이어받은 딸보다 사위의 능력을 더 높게 평가해 신문사를 물려주었지만, 그가 일찍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발행인 자리에 앉게 된 게 캐서린이었다. 신문사 간부들마저 그녀의 능력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상황에서 캐서린은 사안을 주도하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끌려다녔다. 그렇지만 그녀는 지속적인 불안과 두려움에서 깨어나 마침내 단호하게 결단했고, 악화된 상황 속에서도 그 결단을 번복하지 않았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직업윤리와 용기를 제대로 갖춘 언론인이 되었다.
그러니까, 윤리적인 사람이 윤리적인 결단을 하는 게 아닐 것이다. 윤리적인 결단을 하는 사람을 일컬어 우리가 윤리적인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은 일련의 갈래길에서 윤리적인 결단을 내리고 있는 동안에만 윤리적일 수 있다. 인간의 윤리성은 타고난 동력으로서의 본성이 아니라 일련의 행동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더 포스트'의 앞과 뒤에는 인상적인 묘사가 있다. 초반부에 내부 고발자인 댄이 기밀문서를 복사해서 훔쳐내는 장면과 후반부에 기밀문서를 다룬 워싱턴 포스트의 기사가 작성되고 인쇄되며 운송되고 배포되는 장면이 일련의 쇼트들에 길고도 상세하게 담겨 있다. 중요한 것은 행동이고, 그 행동들의 연쇄다. 경제적 화법을 위해 생략하지 않은 그 장면들은 양심과 신념을 저버리지 않은 직업인들에게 스티븐 스필버그가 바치는 최상급 경의의 표현일 것이다.
글쓴이 : 이동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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