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2
금동원
아직도 사람을 살피는 나이
사람이 사는 길에서
까마득하게 멀다
바람에 섞여버린 이정표
소란스러움 속에 깃든 침묵
발걸음 마다마다 호흡이
사라진다
한동안 길을 잃고도 돌아설 수 없었던 것은
돌아간들 그 길은 맞는 것일까
깃털 하나가 허공을 가른다
햇살의 무게로
꽉 차오른 완전한 포만감
고요하다
-『우연의 그림 앞에서』,(계간문예, 2015)
(작은노트) 비양도를 다녀왔다. 섬 둘레길을 터벅이 걸음으로 아무리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이면 섬 한 바퀴 전체를 모두 돌 수 있다. 요즘은 올레길로 입소문이 나서인지 사람들이 제법 오고 가기도 하지만 평소에는 한적하기 그지 없는 아름다운 섬이다. 사색의 공간에서 떠올랐던 좋아하는 글의 한 대목이 있어 여기에 일부분 인용해본다.
" ... 문득 나는 문학이 걸어가는 한 외로운 길을 본다. 문학이 인간을 독립시켜주는, 어쩔 수 없이 서글픈 운명의 작업이라면, 말을 달리하면, 그것은 필경 인간을 세계화하는 일에 다름 아니지 않겠는가. 인간을 세계화한다는 것은, 인간 자신이 세계가 된다는 것, 즉 고독한 절대 존재가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중략)... 어쨌든 문학인은 일찍이 세계를 찾아낸 사람이라는 점에서 천재적이라는 말을 들을 만한 존재이지만, 그 세계가 그러나 어둠이라는 것을 동시에 알아버린 자라는 점에서 불행한 존재이다. 이 점에 있어서 나도 전혀 예외가 아니었다. 이 세상은 어차피 어두운 세상이라는 것, 나도 벌써 그것을 알아버린 사람이라는 것, 그러나 나는 혼자서 그 세상을 걸어 갈 수 있다는 것, 나는 이 비밀을 아는 몇 안되는 소수에 속한다는 것, 이런 것들이 말하자면 나의 문학적 원초체험이 되었으며, 그러한 은밀한 자각은 현실의 고난과 싸워나가는 숨은 힘이 되었다... (~P44~45 )
-『김주연 깊이 읽기』, (문학과 지성사, 2001), 자전 에세이- 「문학, 그 영원한 모순과 더불어」중에서
비양도에서 휴대폰으로 촬영한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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