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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나의 詩

수면 내시경/ 금동원

금동원(琴東媛) 2018. 4. 21. 22:11

 

수면 내시경

 

    

금동원

 

하아나... 겨우 세고, 두울우ㄹㄹ...

몸과 마음의 모호한 경계에서 나는 사라졌다

 

위속은 소형 카메라가 달린 가느다란 기계가 유유히 밀고 들어와

태연한 의사는 능수능란한 컴퓨터 게임을 시작하고

나 모르게 발견하고

나 모르게 떼어내고

뒤적거리고 훑어내고

삽입, 복사, 에러, 재부팅, 아웃, 삭제, 백업...

 

 

그만 깨어나세요

내 삶 속에서 지워진 한 조각의 사유

나는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한 덩어리 실험실용 동물에 불과했던

초급 코스 인체의 신비 게임에 불과했던

생명의 기억이라곤 털끝만치도 없는

6만원*으로 스스로 선택한 길이다

      

*수면내시경은 6만원의 추가비용으로 선택할 수 있다

 

 

- 『우연의 그림 앞에서』, (계간문예, 2015)

 

 (작은 노트) 위(胃)가 작은 반란을 일으킨 날, 몸과 대화를 시작했다. 몸도 움직이는 시계바늘이라는 것을 망각하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드론처럼 얼마든지 컨디션 컨트롤이 가능할 거라고 착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몸이 원하는 것은 간단했다. 마음(정신)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원하는데로 시스템을 다시 최적화 시키라는 명령이다. 잠을 좀 늘이고, 커피는 좀 줄여보기로 잠정적으로 합의 한 상태다. 각설하고.

 

  니체는 육체는 곧 정신이라고 설파했다. '육체는 하나의 거대한 이성이고, 하나의 의미로 받아들여진 다양성이다. 육체는 곧 평화이며, 가축의 무리이자 양치기와 같다. 형제여, 그대가 정신이라고 부르는 그대의 작은 이성은 몸의 도구이며, 그대의 커다란 이성의 작은 도구이자 장난감이다. 이제 세계는 거대한 이성으로서의 육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의 복권을 받아들여야 한다. '

-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중에서

 

 

사진출처:wooleeworld

 

 

몇 해 전 카나다 벤쿠버 휘슬러 가는 길에 만났던 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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