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 이후』- 다윈주의에 대한 오해와 이해를 말하다.(원제 : EVER SINCE DARWIN : REFLECTIONS on NATURAL HISTORY
스티븐 제이 굴드 저/홍욱희, 홍동선 역 | 사이언스북스
책 소개
『다윈 이후: 다윈주의에 대한 오해와 이해를 말하다(Ever Since Darwin: Reflections on the Natural History)』는 다윈 탄생 200주년, 『종의 기원』출간 150주년을 맞아 출간된 수 많은 ‘다윈 붐’서적들 틈에서 다윈 사상의 핵심을 정확하게 집어내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 책이다. 고생물학자이자 진화 생물학자인 스티븐 제이 굴드는 ‘진화론의 투사’를 자처하며 ‘다윈의 생물관’의 본래 모습을 생생하게 복원해 내는 시도를 한다. 그는 해박한 지식과 우아한 문체를 바탕으로 19세기와 20세기의 정치·사회·문화적 흐름 속에서 다윈의 사상이 어떻게 왜곡·확산되었는지,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저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1974년부터 2001년까지 27년간 미국 자연사 박물관이 발간하는 월간지「자연사(Natural History Magazine)」에 300편이 넘는 에세이를 연재하고 20권 이상의 진화 생물학 저서를 출간하며 미국의 대표적 텔레비전 과학 프로그램「노바(Nova)」를 통해 강의를 펼치는 등 다윈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맞서 다윈주의를 설명하고 옹호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이러한 과학 대중화 작업을 통해 굴드는 칼 세이건, 리처드 도킨스 등과 함께 한 시대를 대표하는 과학 저술가로 명성을 드날렸다.
저자소개
전형적인 68세대인 굴드는 고생물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 1941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1963년에 안티오크 대학 지질학과를 졸업했고, 1967년에 컬럼비아 대학에서 고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해부터 하버드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했으며, 2002년 작고할 때까지 하버드 대학 지질학 및 동물학 교수로 재직했다. 말년에는 뉴욕 대학에 교환 교수로 있으면서 생물학과 진화론을 강의하기도 했다.
70년대 중반 케임브리지 보스턴을 중심으로 급진적인 성향의 과학자들이 모여 결성한 전국조직 ‘민중을 위한 과학(Science for the people)’에 참여했으며, 작고할 때까지 진보적인 생물학자들의 비영리단체인 ‘책임 있는 유전학을 위한 회의(Council for Responsible Genetics)’의 자문위원직을 유지했다.
굴드의 저술 활동은 왕성하고 전방위적이었다. 전체 22권의 저서와 101편의 서평과 497편의 과학 논문과 300여 편의 자연학 에세이를 남긴데다 그 글들의 소재는 언어, 문학, 음악, 건축, 심지어 스포츠(특히 야구)를 넘나든다. 한편 굴드는 ‘과학의 대중화 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였다. 과학을 사회로부터 분리된 절대적이고 균일한 것이 아닌, 사회적ㆍ역사적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하는 것으로 보았으며 그에 따른 실천을 멈추지 않았다. 1970년대 중반에는 급진적인 성향의 과학자들이 모여 결성한 ‘민중을 위한 과학Science for the people’에 참여했으며, 진보적인 생물학자들의 비영리 단체인 ‘책임 있는 유전학을 위한 회의Council for Responsible Genetics’에서는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리고 고생물학회와 진화학회, 미국과학진흥회 회장을 역임하고, 40개 이상의 여러 학술상과 메달을 비롯해 44개의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다윈 이후(Since Darwin: Reflections in Natural History)』,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판다의 엄지(The Panda's Thumb: More Reflections in Natural History)』, 『플라밍고의 미소(The Flamingo's Smile)』, 『시간의 화살, 시간의 순환(Time's Arrow, Time's Cycle)』,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받은 『인간에 대한 오해(The Mismeasure of Man)』, 그리고 『불리 브론토사우루스(Bully for Brontosaurus)』등이 있다. 『생명,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Wonderful Life)』로 과학도서상을 받기도 했다
역자:홍욱희
서울 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생물공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KIST에서 환경공학부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미국 미시간 대학교(앤아버)에서 환경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미시간 대학교 연구원을 거쳐 한국 전력공사 전력 연구원에서 오랜 기간 책임 연구원을 지냈다. 현재 세민환경연구소 소장으로 근무하며 환경과 과학 분야에서 활발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위기의 환경주의 오류의 환경정책』,『3조원의 환경논쟁 새만금』,『21세기 국가수자원정책』,『생물학의 시대』등이 있다. 『한국의 환경비전 2050』,『인간은 유전자로 결정되는가』등 7권의 책을 공동 집필했고 『20세기 환경의 역사』,『가이아(살아있는 생명체로서의 지구)』,『회의적 환경주의자』등 10여 권의 과학·환경 관련 책을 번역했다. 보다 자세한 소개와 최근 근황은 http://blog.naver.com/wukheehong에서 찾아볼 수 있다.
홍동선:
연세 대학교 행정대학원을 졸업하고 월간 「세대」의 주간으로 일했다. 역서로 『그 영혼의 푸른 불꽃』, 『명상의 나무아래』, 『닭이냐 달걀이냐?』,『자기 조직하는 우주』,『스티븐 호킹의 우주』, 『세계를 움직이는 30인의 사상가』등이 있다
목
1부 다윈주의
1장 다윈에 대한 오해와 이해
2장 비글호에서의 5년
3장 다윈의 딜레마
4장 다윈은 잠들지 않는다
2부 인류의 진화
5장 인간과 다른 유인원 친척
6장 관목론과 사다리론
7장 유형 성숙설과 반복설
8장 일찍 태어나는 인간 아기
3부 생명의 진화
9장 아일랜드엘크를 둘러싼 논쟁
10장 파리의 모체 살해
11장 대나무와 매미와 애덤 스미스
12장 미끼물고기를 진화시킨 조개
4부 생명의 역사
13장 생물의 5계
14장 무명의 단세포 영웅들
15장 캄브리아기 대번성
16장 페름기 대멸종
5부 지구의 역사
17장 버넷 목사의 하찮은 행성론
18장 균일론과 격변론
19장 벨리코프스키의 좌충우돌
20장 대륙 이동의 확실한 증거들
6부 자연에 대한 오만과 편견
21장 크기와 형태
22장 인간 지능의 잣대
23장 척추동물 두뇌의 역사
24장 행성의 크기와 표면적
7부 사회 속의 과학
25장 과학사의 영웅과 바보들
26장 직립의 의의
27장 인종 차별주의와 반복설
28장 우리 안의 유인원
8부 인간 본성의 과학
29장 인종 구분의 무의미성
30장 인간 본성 연구의 비과학성
31장 인종 차별주의와 지능 지수
32장 생물학적 잠재력과 생물학적 결정론
33장 참으로 영리하게 친절한 동물
출판사 리뷰
다윈에 대한 오해는 이제 충분하다!
근현대의 온갖 편견들로부터 다윈을 해방시키는 다윈주의의 고전!
“다윈 이후 100년이면 이제 충분하지 않습니까?” 1959년『종의 기원』출간 100주년 기념식장에서 미국의 저명한 유전학자 허먼 조지프 멀러가 볼멘소리를 했다. 그 후 50년이 지나 다윈 탄생 200주년, 『종의 기원』출간 150주년을 맞은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윈 이후 150년, 여전히 불만스럽다.”
‘다윈의 해’ 2009년을 맞아 도처에서 다윈 이야기가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 현상이다. 학계 수준에서만이 아니라 대중문화와 교육 부문에서도 다윈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다종다양한 전시회와 이벤트, 무수한 다윈 관련 도서들이 ‘다윈 붐’을 증명해 준다. 수많은 진화 생물학 학자들이 다투어 다윈과 그의 진화론에 대한 정보를 대중에게 전달하려 노력 중이다. 이는 그동안 다윈에 대한 일반의 몰이해와 무관심이 그만큼 깊었다는 반증이다.
위대한 고생물학자이자 진화 생물학자인 스티븐 제이 굴드는 ‘진화론의 투사’를 자처하며 ‘다윈의 생물관’의 본래 모습을 생생하게 복원해 낸다. 그는 해박한 지식과 우아한 문체를 바탕으로 19세기와 20세기의 정치?사회?문화적 흐름 속에서 다윈의 사상이 어떻게 왜곡?확산되었는지,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하버드 대학교 지질학과 교수이자 동 대학교 동물학과의 알렉산더 아가시 석좌 교수를 겸직한 스티븐 제이 굴드는 리처드 도킨스와 함께 현대 진화 생물학계를 대표하는 학자였다. 고생물학, 지질학, 동물학, 과학사라는 다양한 학문 분야를 아우르며 활동을 한 그는 ‘단속 평형설’을 제시해 다윈 이후 100여 년간 진화 생물학자들을 곤혹스럽게 한 진화 과정상의 단절을 설명했으며, 다윈의 사상이 과학사적으로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해명하고, 에드워드 윌슨의 사회 생물학, 분자 생물학자들의 유전자 결정론 등이 범할 수 있는 과학주의적 오류를 과학자의 입장에서 비판해 진화 생물학의 논의를 심화시켰다.
뿐만 아니라 진화 생물학을 대중적으로 확산시키는 데도 힘썼다. 1974년부터 2001년까지 27년간 미국 자연사 박물관이 발간하는 월간지 《자연사(Natural History Magazine)》에 300편이 넘는 에세이를 연재하고 20권 이상의 진화 생물학 저서를 출간하며 미국의 대표적 텔레비전 과학 프로그램「노바(Nova)」를 통해 강의를 펼치는 등 다윈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맞서 다윈주의를 설명하고 옹호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이러한 과학 대중화 작업을 통해 굴드는 칼 세이건, 리처드 도킨스 등과 함께 한 시대를 대표하는 과학 저술가로 명성을 드날렸다.
다윈으로 돌아가자!
사실상 우리 서양인들은, 인간은 미리 예정된 과정의 과장 위대한 창조물이므로 지구와 생물들을 지배하고 소유할 수 있는 운명을 지닌 존재라고 오랫동안 생각해 왔다. 사실 나는 참된 다윈 정신이 그러한 우리의 오만한 사상을 부정함으로써 황폐해진 이 세계를 구원해 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곤 한다. -본문에서
스티븐 제이 굴드의 첫 번째 글 모음인『다윈 이후』(1977년 초판 출간)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다윈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굴드는 다윈주의가 자연의 다양성과 학문의 다양성을 인지하고 각각을 아우르며 새로운 경지에 이르게 하는 ‘사상의 창조적 추진력’이라고 주장한다.
굴드는 다윈주의가 “행성학과 지질학, 사회사 정치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것이지만 진화론-다윈이 구상했던 대로의-이라는 공통된 실에 꿰여 일체를 이루고 있다.”라고 본다. 그는 자신이 “일개 전문인”일 따름이어서 “행성이나 정치에 관해서 알고 있는 내용은 생물 진화와 교차되는 부분에 한정된다.”라고 겸손하게 선을 긋지만, 다윈의 사상 안에서 생물학과 지질학, 물리학 등이 서로 연계되고 인문학과 사회 과학적 통찰이 자연 과학적 통찰과 어울리는 것을 보여 줌으로써 진화 생물학이 가진 무궁한 잠재력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이러한 굴드의 전망은 행동 생태학, 진화 발생 생물학, 다윈 의학, 생물 철학, 진화 경제학, 진화 심리학 등으로 점차 그 영향력을 넓혀 가는 현대 진화 생물학을 통해 실현되고 있다.
다윈주의에 대한 오독을 해독하라
만일 우리가 다윈의 경고에 좀 더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오늘날 과학자들과 일반인들 사이에 존재하는 혼란과 오해의 상당 부분을 진작 덜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본문에서
호모 사피엔스인 우리는, 기초로부터 시작해 고상한 정점에 이르는 진화의 사다리에서 미리 예정된 최종적인 걸작품이 결코 아니다. 단지 무수하게 가지치기를 해 온 진화의 관목에서 제대로 자라는 데 성공한 곁가지 하나에 불과한 것이다. -본문에서
다윈주의는 공고한 편견의 장벽을 넘어 현재의 위상에 이르렀다. 다윈이 진화가 실제로 일어난 사실이라는 점을 당대 과학계에 확신시키는 데에는 10년이 채 걸리지 않았지만, 그가 진화의 메커니즘으로 제안한 자연 선택 이론은 1940년대에 유전학의 도움을 얻기 전까지 온전히 인정받지 못했다. 1950년대 이후로 다윈의 이론이 과학의 여러 분야에 두루 적용되었으며 그 연장선상에서 1970년대 후반 사회 생물학이 등장해 다윈주의의 외연을 확장시켰다. 그러나 굴드는 이것 또한 앞서 존재했던 과학사의 오류들처럼 다윈주의를 남용한 실례가 될까 우려하고 있다.
자연 선택이 다윈 살아생전에 인정받지 못한 것은 진화의 과정 속에 진보가 내재한다는 관점을 부정했기 때문이다. 당시 빅토리아 시대의 사람들은, 그가 애써 ‘변이를 수반한 유전(descent with modification)’이라 서술한 생물의 변화 현상은 당연히 더 나은 상태로 발전해 가는 성향을 지닌다고 믿었다. 그리하여 모든 생물은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진화’하는 과정 중에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신의 선택받은 자손인 ‘인간’의 상태를 향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자연 선택은 완성을 추구하는 개선의 과정이 아니라 변화하는 국지적 환경 속에서 “살기에 보다 나은 설계로 이루어진 생물 종들을 차등적으로 보전함으로써 변화하는 환경을 따라잡는 작업을 말한다.”. 다윈은 이러한 국지적 적응(local adaptation)이 기생 생물의 예처럼 곧잘 설계상의 ‘퇴화(degeneration)’을 일으킨다는 점을 밝히며 즐거워했다. 그리고 “생물의 구조를 표현할 때 절대로 ‘고등(higher)’이나 ‘하등(lower)’라는 말을 하지 않겠노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다윈의 생각은 지금껏 통용되는 ‘진화(evolution)’라는 용어가 품은 진보의 인상에 묻혀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다.
자연 선택은, 진화를 진보의 관념으로 널리 알린 허버트 스펜서의 명언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으로 규정된다. ‘적자(the fit)’와 ‘적응도(fitness)’를 설명하기 위해 다윈은 자연 선택을 비둘기 육종에서의 인위 선택에 빗댔는데, 여기에서 많은 오해가 불거졌다. 인위 선택의 과정에서는 우월한 형질과 도태시켜야 할 개체가 사전에 결정되어 있다. 자연 선택은, 자연계라는 더 많은 자손을 남기기 위한 투쟁의 현장에서 적절한 방향으로 변화하지 못한 불운한 개체를 말살시키는 무자비한 원리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굴드에 의하면 인위 선택에서의 한 육종가의 바람은 어느 생물 집단의 ‘환경 변화’를 의미하고 이 새로운 환경에서는 일정한 형질들이 선천적으로 우월하므로 동물 육종에의 비유는 정당하다. 생물들은 절대적인 기준에 의해 골라내지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에 상대적으로 적합한 형태적, 생리적, 행동적 형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남은 형질들이 축적되어 자손들의 적응도를 높인다.
“다윈주의의 본질은 자연 선택이 적자를 창조한다는 주장에 담겨 있다.” 굴드는 자연 선택이 세대를 거듭하면서 광범위한 임의적 변이 중에서 선호되는 부분만을 선택해 보전시킴으로써 생물 종의 적응도를 점차적으로 쌓아 올리는 창조적 과정임을 역설한다. 자연 선택에 의한 진화는 특정한 방향으로 개선되고 향상된 적자를 선발하는 과정이 아니라, 우연한 유전자 변이가 선택되어 변화하는 환경에서 생물의 적응도를 높여 가는, 적자를 만들어 가는 과정인 것이다.
다윈주의는 스스로 진화해 왔다!
다윈 이후 여러 학문과 연계된 진화론은 역사적 오해를 탈피하고 한층 융성했다. 굴드는 근대 들어 발전한 유전학, 발생학, 수학, 통계학, 지질학 등이 진화론적 관점을 어떻게 발전시켰는지 설명한다. r선택과 K선택, 수확 원리, 상대 성장, 개체 발생과 계통 발생의 역할, 판 구조론, 공생의 기원, 혈연 선택에 관한 현대 자연 과학의 이론들을 설명하며 이로 인해 다윈의 이론이 한층 더 구체적으로 증명되고 있음을 밝힌다. 그러나 이러한 진화론의 확장이 진화론에 대한 또 하나의 오독이 될 수도 있음을 저자는 경계한다. 진화론을 오용해 범죄자를 유인원으로 치부한 선천성 범죄형 이론, 발생학을 동원해 인종의 불평등을 정당화 했던 역사적 실례 등을 소개하며 굴드는 정치적 메시지가 가미된 과학적 오만에 일침을 가한다. 특히 과학의 진보를 맹신하고 유전자로 인간의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생물학적 결정론을 통렬히 비판하며 같은 맥락에서 인간의 사회 현상을 생물학적 관점으로 설명한 에드워드 ?슨의 사회 생물학에 우려를 표한다. 이렇듯 과거의 오류를 성찰하고 미래를 조망함으로써 굴드는 다윈주의에 대한 해독(解讀)이자 해독(解毒)을 갈망한다.
『다윈 이후』는 당대와 현대, 그리고 바로 지금까지도 “잘못 이해되고 인용되고 적용되고 있는” 다윈주의에 대한 총체적 진단서이다. 이 책은 다윈주의를 다시 읽어 냄으로써 그 뿌리와 줄기를 더듬고 더 많은 꽃과 열매를 기대하게 한다. 다윈의 사상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진화’시켜 나가며 현재에 이르렀다. 굴드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 반성하고 도전하는 다윈 정신은 앞으로도 잠들지 않고 늘 깨어 우리와 함께할 것이다. 스티븐 제이 굴드의 풍부한 교양과 유려한 문체에 담긴 ‘진정한 다윈주의’를 위한 호소는『다윈 이후』초판이 나온 지 3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유의미하다.
‘다윈의 생물관’이 다음 세기에도 꽃피어서 과학적인 이해(理解)가 지니고 있는 한계와 교훈을 다 같이 터득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빌어마지 않는다. -본문에서
참으로 큰 문제들은 풍요로운 자연 앞에 무릎을 꿇는다. 변화는 일방향적이거나 무방향적이며 점진적인가 하면 돌발적이고 선택적인가 하면 중립적이다. 나는 앞으로도 자연의 다양성을 만끽할 것이지만, 확실성이라는 갈피를 잡기 어려운 괴물은 정치가와 목사들의 몫으로 남겨 두고자 한다. -본문에서
『다윈 이후』를 읽는 모든 이들이 광대한 자연 앞에 겸손한 마음으로 상식을 재구성하며, 다윈이 여러 학문에 일으킨 다채로운 사고의 전환을 받아들이고 생각의 범주를 넓히는 기쁨을 누리길 바란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세계적인 다윈의 대변인이 명쾌하게 풀어 낸 다윈의 메시지를 직접 호흡할 수 있을 것이다.
※ 1987년 범양사에서『다윈 이후: 생물학 사상의 현대적 해석』이란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것을 사이언스북스에서, 동일 역자가 다시 번역하여 펴냈다.
[독자리뷰]
■굴드표 진화생물학과 만나다
개츠비 | 2013-02-14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은 신중한 사람이자 엉뚱한 인물이다. 그는 진화론의 증거들을 젊은 시절부터 수집하기 시작했지만, 완벽한 물증을 확보하기 전까지 <종의 기원>이란 저서를 발표하지 않고 미뤘다. <종의 기원>을 발표한 것도 거의 떠밀려서 였다고 한다. 다른 생물학자의 논문 발표로 자신의 업적이 뒤쳐질 것을 염려해 결국 미뤄왔던 <종의 기원>을 세상에 내놓는다. 그런데, 그 당시 발표된 <종의 기원>의 상당 부분은 원작에서 축약된 것이었다. 논문 발표 이후, 종교인들과 세상 사람들의 비난을 그는 두려워했다. 또, 그는 캐임브리지 대학 신학부 출신이다. 평생 박물학을 연구하면서 창조론의 대척점으로 다가가며 느꼈을 다윈의 혼란을 짐작케 한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생물 진화가 `자연선택'과 `돌연변이'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주장했다. 그는 무신론자이자 유물론자였지만, 살아 생전에 그같이 과감한 자신의 생각을 대중앞에 나서 변론하지 않았다. 훗날 종교인들은 창조진화론을 통해 다윈의 사상을 `창조적'으로 흡수하려 했다. 진화조차도 신의 섭리 가운데 일부분이라는 논리다. 다윈의 사상을 `오해'한 것은 종교인만이 아니었다. 과학자들은 진화론의 성격을 `진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 생물에는 하등 생물과 고등 생물이 있으며 인종도 마찬가지로 가장 열등한 인종과 진보한 인종이 있다고 그들은 주장했다. 성별에 따라 능력이 결정된다는 논리도 편다. 진화론은 그들에겐 인종차별과 성차별의 근거였다.
이같은 혼란 가운데, 다윈의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진화생물학자들의 노력이 20세기에 큰 진전을 이루게 된다. 그 중심에 우뚝 서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20세기 진화 과학의 수호천사'라는 별칭을 얻은 스티븐 제이 굴드다. 그는 1941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고 유대인 출신이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미국 자연사 박물관에서 공룡의 화석을 본 이후, 굴드는 고생물학에 관심을 갖게 된다. 67년 컬럼비아 대학에서 고생물학 박사학위를 받고, 그 해 하버드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해 폐암으로 사망한 2002년까지 그곳 지질학과 정교수로 활약한다. 그는 1974년부터 2001년까지 무려 27년간 미국 자연사 박물관이 발간하는 잡지 <자연사>에 300편이 넘는 에세이를 연재한다. 그의 저서 <다윈 이후>는 이 에세이들을 묶은 첫 번째 모음집이다. 이 책에 수록된 수십편의 에세이들은 그의 연구를 다양한 소주제로 엮어 소개하고 있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동료 닐스 엘드리지라는 학자와 함께 1972년 ‘단속평형-계통점진설의 대안'이란 논문을 발표하며 학계의 주목을 받는다. 그들은 생물 종의 진화가 오랜 시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진행된다는 기존의 학설인 `계통점진설'을 부정하고, 종(種)이란 오랜 기간 평행상태를 유지하다가 특정한 짧은 시기에 급격하게 진화적 변화가 진행된다는 단속평형설(斷續平衡説)을 내놓는다. 이들이 주장한 단속평형설이 왜 중요한가? 그간 창조론을 주장한 이들은 진화를 증거하는 중간단계의 화석들이 미발견되는 것을 근거로 들어, 진화론을 부정해 왔다. 반면, 굴드가 주장한 단속평형설은 생물종의 변화가 거의 없는 안정평형 상태가 유지되다, `지리적 격리'나 `개체군이 소규모화'되면서 종분화가 나타날 때 비약적인 진화적 변화를 이룬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이론에 따르면, 중간단계의 화석은 없어야 맞다. 그들의 주장은 창조론의 공격을 방어하는 논리로 자리잡았고, 고생물학과 진화생물학을 접목시키며, 일약 현대 진화 생물학의 중요한 이론으로 발돋음한다.
<다윈 이후>에서 볼 수 있는 그의 생각들은 철저히 사이비 진화론을 고발하고, 다윈에 대한 오독을 경계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1장 `다윈에 대한 오해와 이해'라는 곳에서 굴드는 다윈이 지향한 연구의 방향을 분명히 설정하고 있다. 다윈이 <종의 기원>을 발표할 당시, 생물학계는 진화에 대한 여러 논의가 함께 진행되고 있었다. 또, 발표 후에도 변론에 신경쓰지 않는 다윈의 태도로 인해, 진화론을 오독하는 사례들이 많았다. 다윈은 자신의 이론과 일체의 진화론에 관한 주장들을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 바로 `철학적 유물론'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진화론자들은 생명력, 진화의 방향성, 유기체의 노력, 정신의 불가분성 등을 말하며, 하느님이 창조가 아닌 진화를 통해 역사하셨다고 주장하며, 전통적인 기독교와 타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안고 간다. 그러나 다윈은 오로지 돌연변이와 자연 선택만을 주장하며, 무신론적 유물론을 펼쳤다.
"다윈은 자신의 노트에서, 그가 명명했던 이른바 `요새 그 자체(the citadel itself) - 인간 정신 - 를 비롯한 모든 생명 현상에 자신의 유물론적 진화론을 엄격하게 적용했다. 만약 정신이 인간 두뇌의 산물 그 이상이 아니라면, 하느님이란 두뇌의 환상이 빚어 낸 또 하나의 환상 이외에 도대체 무엇일 수 있겠는가? 종간 변이를 적은 한 노트에다 그(다윈)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아, 너 유물론자여, 신에 대한 사랑은 생물 조직에서 비롯하나니!... 두뇌의 분비물인 사상이 물질의 성질인 중력보다 더 경이로워야 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은 우리의 오만, 우리의 자기 찬양에 지나지 않는다.' " 27쪽, 스티븐 제이 굴드 <다윈 이후>
다윈을 잇는 20세기 생물학자 굴드는 다윈보다 용기 있다. 그는 수많은 사례들과 연구 결과물을 갖고, 과학와 종교가 인간 사회를 오도한 일들을 고발하며 비판한다. 종교 뿐만 아니라 과학이 사회를 진리의 반대편으로 이끈 경우가 허다하며, 그 이유는 인간을 자연과 분리해서 특권적 지위를 부여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굴드는 인간과 유인원 사이에는 유형적으로 엄격한 연속성이 있음을 시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했을 때, 우리가 잃을 것은 무엇인가? `그렇게 했을 때 단지 고루한 영혼의 개념이 퇴색 될 뿐, 우리와 자연은 하나라는 한층 겸허하면서도 고양된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인간과 자연의 연속성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모든 생물 진화의 역사에 인간을 포함시킨다는 의미다. 인간은 특별하고 색다르게 진화한 것이 아니라, 여러 종들처럼 평범한 다양성 안에서 진화한 것이다. 다윈은 `인류의 기원과 역사에 관해서는 머지않아 서광이 비칠 것'이란 말로 인간과 자연의 연속성을 에둘러 표현했다.
한 때 화려하게 뿔을 진화시킨 아일랜드 앨크의 사례에선 진화의 역설을 고발한다. 아일랜드 앨크는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뿔을 화려하게진화시켰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화려한 뿔로 인해, 아일랜드 앨크는 변화된 주변 환경에서 도태되는 운명을 맞게 된다. 즉, 어느 한 시점에서는 유용했던 구조가 이후의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는 항상 유용할 것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는 교훈을 다윈의 진화론은 주고 있는 게다. 또, 생존의 주요한 세가지 방식을 이야기하며,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존재가 필수적인지 묻고 있다. 지구상에는 생존의 세가지 방식이 있다. 식물(생산)과 균류(환원)과 동물(소비)의 패턴이다. 굴드는 주요한 생명 순환은 `생산과 환원'으로 충분히 운영될 수 있고, 이 세상은 소비자들(동물과 인간을 포함) 없이도 충분히 잘 유지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인간의 자만심의 관(棺)에 또 하나의 대못'을 박아 넣는다.
그는 인간 지능 연구를 둘러싸고 일어난 생물학적 결정론이 실제론 아무런 증거도 없다며, 그 허구를 주장한다. 근대 이후 많은 서양 과학자들이 식민지의 원주민에 대해 그 피부색이나 인종을 진화론적 개념을 들먹이며 열등과 하위로 구분짓곤 했다. 굴드는 인종과 성별에 따른 생물학적 결정론을 나름의 과학적 근거로 반박한다. 왜 그가 20세기 `다윈 이후'에 가장 명석하고 정직하며 공정한 생물학자로 기억되는지 이 책이 그 좋은 사례가 된다. 그가 27년간 <자연사>에 발표한 그 수많은 에세이들 가운데서도 수작을 뽑은 이 책을 읽으며 독자는 해박한 지식을 유려한 문체로 풀어쓰는 재능에 놀라게 될 게다. 그는 에세이의 시작을 가벼운 농담이나 흥미로운 이야깃 거리로 시작해, 독자를 진화생물학의 정수로 안내한다. 과히 20세기 천문학의 교사 칼 세이건의 명석함과 유려한 글쓰기를 연상케 한다.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와 뉴턴 이전에 우리는 인간이 우주의 중심축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다윈 이전에 우리는 자비로운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고 믿었다. 프로이트 이전에 우리는 인간을 이성적 동물이라고 상상했다. 혈연 선택이 이런 후퇴 과정의 또 다른 한 단계를 증명한다면, 그것은 인간의 사고방식을 지배적인 위치에서 밀어내어 다른 동물들에 대한 존경과 통일적 유대 관계를 자각하도록 유도하는 긍정적 효과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379쪽
오늘날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돈다는 것은 진리다. 하지만, 갈릴레오가 살았던 16세기 로마 카톨릭 교회는 그같은 주장을 미치광이 과학자의 헛소리로 치부하며 형벌 위협을 가한다. 1992년이 되어서야 교회는 갈릴레오에 대한 사면 복권을 단행했다. 오늘날 진화론은 생물학계의 일반상식이 되었지만, 교과서에 진화론과 창조론 중 어떤 이론을 실어야 하는지 가끔 논쟁거리로 등장한다. 진화론은 지동설처럼 명백한 과학적 진리로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다윈 이후'에 종교나 과학 할 것 없이 다윈을 오독하고 진화론을 정치,사회,과학적으로 남용하는 사례를 이 책에서 적극 고발한다. 과학도 때론 종교만큼이나 기득권과 편견을 위해 봉사한 흔적을 우린 굴드라는 공정한 생물학자를 통해 알게 된다.
굴드는 과학적 진보(progress)를 `미신이라고 하는 무지에서 출발하여 계속해서 사실을 축적해 감으로써 궁극적인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일'이라 정의한다. 진리에 관해 과학과 종교 모두 겸허해질 필요가 있다. 굴드가 이해한 다윈의 진화론은 변화무쌍한 자연의 다양성이란 말로 요약된다. 그 말은 진화가 `진보'와는 전혀 다른 개념임을 암시한다. 진화는 `무방향적'이며 `일방향적'이고, `점진적'이다가 `돌발적'이기도 하다. 여기에 더 나은 존재로 변화된다는 진보라는 개념을 애초 굴드는 상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확실성이란 괴물은 정치가와 목사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자신은 자연의 다양성을 즐기겠다는 말로 이 책을 끝맺는다. 20세기 진화생물학의 정수에다, 공정함과 솔직함, 유머와 위트를 겸한 `굴드표' 진화생물학을 만나는 기회를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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