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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하늘의 뿌리/ 로맹가리

금동원(琴東媛) 2018. 6. 5. 22:45

 

 

하늘의 뿌리』

-로맹가리 저/ 백선희 역 | 문학과 지성사 

 

 

    책 소개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와 『자기 앞의 생』으로 우리나라에도 친숙한 로맹 가리의 대표작. 그는 인간 내면의 상처를 아름다운 문체로 다루는 탁월한 작품세계를 보여준다는 것 이외에도 드라마틱하고 비극적인 생애로 전 세계 팬들의 사랑과 관심을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받고 있다. 마구잡이로 사냥되는 아프리카 코끼리를 구하기 위한 한 인간의 힘겨운 사투를 그린 이 작품은 프랑스 최고 권위 공쿠르상 수상작이다.

  이 책은 한 남자가 아프리카에서 말살당하고 있는 코끼리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는 내용을 담았다. 주인공 모렐은 한 해에 삼만 마리의 코끼리가 사냥으로 죽는 아프리카에서 총을 들고 코끼리의 편이 된다. 모렐이 진정으로 구하고자 한 것은 코끼리로 대응 되는 ‘자유’ ‘인권’ ‘존엄’과 같은 가치이다. 모렐의 이 “명예투쟁”에 동참하는 여러 인물들은 인간들로부터 치유되기 힘들 정도로 깊은 상처를 입었음에도 인간을 증오하거나 절망하지 않는다.

  로맹 가리의 대표작인 『하늘의 뿌리』는 아직도 아름답고 자유로운 무언가가 이 추악한 땅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우리에게 정의에의 욕구, 자유에의 욕구, 사랑에의 욕구가 있고 그것에 응하려고 애쓸 기력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인간 존엄의 커대한 한 뿌리를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저자: Romain Gary,에밀 아자르

   유대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나 세계대전 참전 영웅으로, 외교관으로, 세계적인 작가로 이름을 알리다 권총 자살로 극적인 삶을 마감했던 프랑스의 소설가.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다.

  1914년 러시아에서 유태계로 태어나, 14살 때 어머니와 함께 프랑스로 이주해 니스에 정착한 후 프랑스인으로 살았다. 홀어머니 아래에서 자란 그는 어머니의 바람대로 군인, 외교관, 대변인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는데, 파리 법과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고 장교양성과정을 마친 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자유 프랑스 공군에 입대하여 종전 후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기도 했다.

  참전 중에 쓴 첫 소설 『유럽의 교육』으로 1945년 비평가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같은 해 이등 대사 서기관으로 프랑스 외무부에서 근무하였고, 이후 프랑스 외교관으로 불가리아, 페루, 미국 등지에 체류하였다. 1956년에는 『하늘의 뿌리』로 프랑스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공쿠르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하생략)

 

  역: 백선희

  덕성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그르노블 제3대학에서 문학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 덕성여자대학교에 출강하고 있으며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다섯 손가락 이야기』 『파트리시아 카스, 내 목소리의 그늘』 『자크와 그의 주인』 『레이디 L』 『짜증나!』 『행복, 하다』 『흰 개』 『북극 허풍담』 『로맹 가리와 진 세버그의 숨 가쁜 만남』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 『웃음과 망각의 책』 『햄릿을 수사한다』 『나가사키』 『셜록 홈즈가 틀렸다』 『하늘의 뿌리』 『안경의 에로티시즘』 『앙테크리스타』 『피에르 신부의 고백』 『알코올과 예술가』 『풍요로운 가난』 『단순한 기쁨』 『청춘·길』『밤은 고요하리라』『울지 않기』 등이 있다.


 
   책 속으로
 
  그래, 맞아. 당신은 온갖 종류의 더러운 꼴을 보고 지내지. 인간의 비참함을 말이야. 그래서 그 모든 걸 다 보았을 때, 인간의 밑을 닦았을 때 눈을 들고 싶은 마음이 없던가? 언덕 위로 올라 다른 무언가를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없던가? 단 한번이라도 아름답고 자유로운 무언가를 보고 싶은 마음이 말이야.  --- 본문 중에서

  저는 공쿠르 상을 수상한 기쁨과, 제가 제 책에서 옹호한 자유와 인간 존엄의 이상이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현실을 확인하는 슬픔 사이에서 몹시 고뇌하고 있습니다. 이 순간, 인권을 존중하게 하기 위해 세계 모든 작가들이 입을 모아 호소하는데 핵무기라는 대답밖에는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1936년부터 제가 손에 무기를 들고 지켰던 것, 저는 그것을 제 삶과 작품을 통해 계속 지켜나갈 것입니다.
----공쿠르 상 수상소감 중에서
 
 
  출판사 리뷰
 
  마구잡이로 사냥되는 아프리카 코끼리를 구하기 위한 한 인간의 힘겨운 사투가 시작되었다.
  프랑스 최고 권위 공쿠르상 수상에 빛나는 최초의 생태소설

  “우리와 다르기는 하나 우리보다 열등하지 않은!”
  코끼리를 구해주세요!

  그는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코끼리에 대해 말했다. 마치 그것만이 유일하게 중요한 문제인 양. 아프리카에서는 해마다 수만 마리의 코끼리가 잡히고 있다. 작년만 해도 삼만 마리가 잡혔다. 그래서 그는 이 범죄가 계속되는 걸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래서 차드로 온 것이다. 그는 코끼리 보호운동을 벌이기로 한 것이다. 이 멋진 짐승이 이 세상에서 마지막 남은 자유로운 공간을 유유히 거니는 것을 본 사람이라면, 거기에 구해야 할 삶의 한 차원이 있다는 걸 알아차릴 것이다. (본문 중에서)

  로맹 가리의 공쿠르상 수상작 『하늘의 뿌리』는 한 남자가 아프리카에서 말살당하고 있는 코끼리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간의 존엄을 철저히 짓밟는 강제수용소에 수감된 경험을 갖고 있는 주인공 모렐은 수용소 출감 후 아프리카 차드로 가서 코끼리 구명운동을 펼친다. 산림채벌, 경작지의 확장, 요컨대 발전이란 미명하에 이루어지는 모든 자연파괴들이 자행되고 있지만 사냥은 그중에서도 가장 추악한 것이기에 모렐은 그것부터 막기로 한 것이다. 덫에 걸린 코끼리가 말뚝에 찔린 채 며칠씩이나 신음하며 죽어가고, 불사냥으로 한번에 여섯 마리의 새끼 코끼리가 타죽고, 수많은 코끼리 떼가 때로는 배까지 화상을 입은 채 불타는 초원에서 달아나 몇 주씩이나 고통받는다. 한 해에 삼만 마리의 코끼리가 사냥으로 죽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모렐은 총을 들고 코끼리 편이 되었다.

  그러나 모렐이 구하고자 한 것은 코끼리로 대응 되는 ‘자유’ ‘인권’ ‘존엄’과 같은 가치들이다. 진보라는 허울 아래 학살되는 코끼리가 상징하는 것은 말살 위기에 놓인 인간의 존엄인 것이다. 모렐의 이 “명예투쟁”에 동참하는 여러 인물들은 인간들로부터 치유되기 힘들 정도로 깊은 상처를 입었음에도 인간을 증오하거나 절망하지 않는다. 누구보다 모렐을 이해하고 끝까지 그와 함께하려 하는 바걸 미나, 아프리카를 진정으로 사랑해서 백인들의 물질주의로부터 흑인들을 구하고 아프리카를 지켜내고 싶어 하는 백인 행정관 생드니, 낡은 정신적 가치들을 중시하는 영국인 밥콕대령, 멋진 사진을 찍어 한몫을 챙길 생각을 품었다가 점점 모렐의 생각에 동화되어가는 미국인 사진작가 에이브 필즈 등 로맹 가리는 온갖 국적과 갖가지 직업의 이념도 다르고 제각기 살아온 경험도 다른 각양각색의 인물들로 모렐의 투쟁을 둘러싼 구도를 그림으로써, 그가 벌이는 이 투쟁이 국적도 피부색도 이데올로기도 뛰어넘은, 온 인류에 호소하고 지구 전체에 선포하는 투쟁임을 말하고 있다.

  로맹 가리의 이 소설은 아직도 아름답고 자유로운 무언가가 이 추악한 땅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우리에게 정의에의 욕구, 자유에의 욕구, 사랑에의 욕구가 있고 그것에 응하려고 애쓸 기력이 있다고 말한다. 아프리카의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에 나타나는 경이로운 코끼리 떼가 눈앞에 떠오르는 한 아직까지 우리 곁에는 거대하고 어설프지만 찬란한 자유가 함께할 것임을 알려준다. 600쪽을 넘는 방대한 분량에 걸쳐 끊임없이, 코끼리와 코끼리 사냥꾼, 그리고 코끼리 사냥 저지 운동에 대해서 반복적으로 서술하고 있는 로맹 가리의 이 작품은 공쿠르 상 수상이 발표되기 전, 단 삼 개월 만에 십만 부 판매라는 기록을 가졌으며, 이후 전 세계 수많은 독자들을 열광시켰다. 이제 한국의 독자들이 로맹 가리가 빚어낸 인간 존엄의 한 거대한 뿌리를 만나볼 차례이다.
    
 
 
 
 [독자 리뷰]
 
 ○인간에겐 우정이 필요하다
   바위솔 | 2008-02-19/ 

  젠장-_- 거의 나흘을 음식 준비와 먹이고 치우는 일에 지쳐있는데 하필 '로맹가리'라니^^ 이런 생각이 아니 들 수 없는 책이다. 물론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는다'를 진짜로 인상깊게 읽었다. 그 책 한 권으로 만만치 않은 작가이자 매혹적인 작가로 내게 각인된 로맹 가리. 시기적으론 맞지 않은 탓도 있고 그 작가 특유의 걸려내기 작업인 탓도 있겠지만 처음은 집중하기 어려웠다.

 

  누가 주인공인지도 잘 모르겠고, 누가 이야기하고 있는지 누가 듣고 있는지 가끔씩 헷갈렸다. 하긴 '페루~'를 읽은 후 그 책을 읽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 서로 너무나 다르게 읽어서(느낌이 아니라 사실이^^) 재독한 경험이 있으니 놀랄만한 일도 아니긴 하다.

 

  2차 세계대전 중 수용소에 수용된 경험이 있는 모렐. 그가 수용소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인권 같은 건 아예 없는 수용소에서 버틸 힘을 준 건 코끼리를 통해 대리체험한 자유였다. 이젠 강아지로는 어림없다는(그만큼 전쟁으로 인해 인간은 인강성을 상실했다는) 그는 코끼리야말로 인간을 위로해 줄 무엇이라고 확신한다.

 

  모렐은 아프리카로 가서 멸종 위기에 처한 코끼리 보호를 전개한다. 그의 전개방식은 진지하지만 유머스럽다. 코끼리 밀수꾼의 집을 불지른다던가 밀수꾼에게 총을 쏘지만 명중시키진 않는다. 여자 사냥꾼의 볼기를 친다는 식으로 그들이 자신들의 활약을 소문나게 해 줄 정도의 타격을 준다. 그는 언론을 이용해 아프리카 동물 보호를 위한 국제적 협약을 맺게 하는게 목적인 것이다. 모렐은 순수하지만 지능적으로 코끼리 보호에 나선다. 이런 모렐 곁에 다양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한다.

 

  가해자인 독일인이지만 여자인 탓에 온갖 고초를 겪은 미나, 오로지 좋은 사진을 위해서라면 죽어가는 사람 옆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미국인 사진 작가 에이브 필즈, 포로가 되어 미군이 한국전에서 세균을 퍼뜨렸다는 방송을 해 미군인의 적이 된 포사이드 소령, 한때 유명한 코끼리 사냥꾼이었으나 코끼리 보호를 위해 끝가지 모렐과 함께한 이드리스, 아프리카 민족주의자 바이타리, 바이타리가 모렐이 진실을 알리지 못하게 죽이는 역할을 맡은 유세프가 그들이다.

 

  이들 모두는 나름의 과오를 갖고 있다. 그러나 모렐의 순수한 열정에 동화되어 스스로 코끼리를 보호하듯 인간의 권리도 보호되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오직 그러지 못한 자가 있다면 그는 바이타리다. 바이타리는 아프리카 원주민이나 추장의 아들이라 프랑스 고등교육을 받는다. 바이타리는 몸속까지 물질이 주는 안락함을 추구한다. 그가 말하는 경제성장이나 독립은 자신의 정치적 지위 회복을 위한 말이다. 그는 아프리카나 아프리카 민중이 낮고 볼품없는 수준이므로 프랑스처럼 바뀌어야 한다고 한다. 그런 그의 말에 민중에 대한 사랑이나 진정성은 없다. 모렐의 이용가치가 다하면 죽이겠다는 그에게 인간성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임은 분명하나 프랑스식 유머라 할만한게 곳곳에 포진해 있어 100쪽이 넘어서면 속도가 붙는다. 코끼리 보호를 액면 그대로 자연보호라 해석해도 좋고 코끼리로 상징되는 인간의 자유, 인권으로 읽어도 상관 없을 듯 싶다. 인간에겐 인간끼리의 우정 이상으로 자연에 대한 우정이 필요하다. 인간은 지금 너무 외롭다.

 

 

  ○다르기는 하나 열등하지 않은
   모드 | 2008-02-19 /

  책을 읽고난 후 끊임없는 질문들로 머리가 어지러울 때가 종종 있다. ‘하늘의 뿌리’도 그런 경우다. 아무리 생각해도 해결되지 않는 고민. 인간과 동물에 관하여.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은가. 생명의 존중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가. 이 책은 지금까지 읽었던 ‘로맹 가리’ 혹은 ‘에밀 아자르’의 소설들보다 훨씬 보편적이고 광범위한 주제를 다뤘기에 쉽게 감정이입이 된다거나 소설로서의 재미를 느낀다거나 하는 부분은 솔직히 많이 채워주지 못했다. 스토리보다는 주제가 강조되는 소설이다.

  힘든 수용소생활을 견뎠던 ‘모렐’이나 여자로서 깊은 상처가 있는 삶을 살았던 ‘미나’나 인간에 대한 혐오가 생겼을 법도 한데, 둘 다 너무 이상적인 방향으로 삶의 방향을 가져가게 된 것도 극의 재미를 떨어뜨린 요인이 된 것 같다. 그렇지만 소설의 가치로 생각한다면 좋은 소설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더군다나 생태학이란 개념도 제대로 생기기 전에 쓰여진 소설이라고 하니까 그 당시로서는 소설이라는 분야에서 새역사를 쓴 것일 수도 있겠다. 

  수십 년이 흐른 지금은 단순히 자연보호라거나 생명존중이라는 개념을 넘어서 동물에게도 인간에 버금가는 권리를 부여하는 세상이다. 그만큼 다양한 가치들이 창출되고, 또 대립되는 세상이라 쉽게 어느 방향으로 결론을 내리기가 조심스럽다.

  “다르기는 하나 열등하지 않은.” 코끼리를 보호하자는 청원서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이것은 동물을 보호할 때뿐만 아니라 인간을 보호할 때도 유효한 말이다. 인간을 학대할 때나 동물을 학대할 때나 논리는 똑같다. 동물에 대한 존중과 인간에 대한 존중이 다를 수 없는 것이다.

  최근에 읽은 책 ‘인간 없는 세상’을 보면 인간의 위대한 지적능력으로 만들어 놓은 지구상의 많은 건물들과 기타 시설들은 불과 50년이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고 한다. 그리고, 동식물은 멸종과 파괴의 위험에서 벗어난다. 이것은 지구가 자신의 모습을 ‘회복’하는 과정이라고 적혀있다. 그렇다면 인간이 동물보다 위대해서 세상에 해 놓은 일은 결국은 지구를 파괴하는 행위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인간 없는 세상이 좋은 것인지, 인간만 있는 세상이 좋은 것인지...

  21세기에도 여전히 전쟁이 일어나고, 동물학대도 일어나고 있다. 해답이 있을까? 해결책이 있을까? 몸으로 실천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