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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레오나르도가 조개화석을 주운 날 /스티븐 제이 굴드

금동원(琴東媛) 2018. 6. 10. 09:43



『레오나르도가 조개화석을 주운 날』-원제 : Leonardo's Mountain of Clams and The Diet of Worms

  고생물학자 굴드박사의 자연사 에세이

  스티븐 제이 굴드 저/손향구, 김동광 역 | 세종서적



  책 속으로


  ‘천재 레오나르도’에 대한 오해에서부터 ‘멍텅구리 도도새’에 대한 편견까지, 착각, 편견, 갈등, 오류 그리고 좌절을 딛고 성숙해온 자연과학의 역사를 다윈에 이어 가장 유명한 진화학자 스티븐 J. 굴드에게서 듣는다. 저자는 진화가 과학의 모든 주제들 중에서 가장 깊고 넓은 주제이며, 우리의 희망과 편견에 관한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그가 이 책에 소개한 스물한 개의 자연과학사 에세이들은 서로 동떨어진 주제와 개념을 다룬 이야기로 보이지만 '진화'라는 개념이 생물학 전체와 연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진화론의 근본을 강조하면서 시작, 진화론이 가지는 함축, 사회적.철학적 용례들, 그것에 관한 우연의 역사(contingent history)와 예언적 규칙들과 그 상호 작용, 인간사와 자연 환경의 상호 작용 등에 관한 이야기들이 에세이를 모두 아우르게 구성하였다. 영화나 소설, 야사의 내용은 물론, 심지어 자신의 경험담이나 개인사까지 사례로 사용하며 흥미롭고 유머러스한 이야기를 펼치는, 열의 넘치는 교수님처럼 우리에게 다가선다.



○작가 소개

  Stephen Jay Gould 전형적인 68세대인 굴드는 고생물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 1941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1963년에 안티오크 대학 지질학과를 졸업했고, 1967년에 컬럼비아 대학에서 고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해부터 하버드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했으며, 2002년 작고할 때까지 하버드 대학 지질학 및 동물학 교수로 재직했다. 말년에는 뉴욕 대학에 교환 교수로 있으면서 생물학과 진화론을 강의하기도 했다.

  70년대 중반 케임브리지 보스턴을 중심으로 급진적인 성향의 과학자들이 모여 결성한 전국조직 ‘민중을 위한 과학(Science for the people)’에 참여했으며, 작고할 때까지 진보적인 생물학자들의 비영리단체인 ‘책임 있는 유전학을 위한 회의(Council for Responsible Genetics)’의 자문위원직을 유지했다.

  굴드의 저술 활동은 왕성하고 전방위적이었다. 전체 22권의 저서와 101편의 서평과 497편의 과학 논문과 300여 편의 자연학 에세이를 남긴데다 그 글들의 소재는 언어, 문학, 음악, 건축, 심지어 스포츠(특히 야구)를 넘나든다. 한편 굴드는 ‘과학의 대중화 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였다. 과학을 사회로부터 분리된 절대적이고 균일한 것이 아닌, 사회적ㆍ역사적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하는 것으로 보았으며 그에 따른 실천을 멈추지 않았다. 1970년대 중반에는 급진적인 성향의 과학자들이 모여 결성한 ‘민중을 위한 과학Science for the people’에 참여했으며, 진보적인 생물학자들의 비영리 단체인 ‘책임 있는 유전학을 위한 회의Council for Responsible Genetics’에서는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리고 고생물학회와 진화학회, 미국과학진흥회 회장을 역임하고, 40개 이상의 여러 학술상과 메달을 비롯해 44개의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다윈 이후(Since Darwin: Reflections in Natural History)』,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판다의 엄지(The Panda's Thumb: More Reflections in Natural History)』, 『플라밍고의 미소(The Flamingo's Smile)』, 『시간의 화살, 시간의 순환(Time's Arrow, Time's Cycle)』,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받은 『인간에 대한 오해(The Mismeasure of Man)』, 그리고 『불리 브론토사우루스(Bully for Brontosaurus)』등이 있다. 『생명,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Wonderful Life)』로 과학도서상을 받기도 했다



  ○작가의 한마디


  훌륭한 사고를 거쳐 도달하는 위대한 과학도 결국은 사회적인 맥락과 그것이 놓인 시대의 지적인 배경 속에서 발전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한 맥락은 사고를 제한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통찰력을 증진시키기도 한다. 진보만을 거듭하는 일방적 방향으로 역사가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란 항상 극복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것이 갖는 어쩔 수 없는 구시대적 특성으로 인해 우리에게 거부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역자


  손항구: 서울대학교 생물교육학과를 졸업하였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과학자는 어떻게 대량살상무기인 핵폭탄을 만들게 되었을까?”라고 고민했고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서울대학교 과학사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과학철학을, 이후 고려대학교에서 과학기술학을 연구하며 과학과 사회의 관계를 조명하는 다양한 주제를 섭렵했다. 한양대와 충남대 등에서 과학기술학을 주제로 강의해 왔다.


  김동광: 고려 대학교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 과학 기술학 협동 과정에서 과학 기술 사회학을 공부했다. 과학 기술과 사회, 대중과 과학 기술, 과학 커뮤니케이션 등을 주제로 연구하고 글을 쓰고 번역을 하고 있다. 현재 고려대학교 과학기술학연구소 연구원이며, 고려대를 비롯해서 여러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사회 생물학 대논쟁』(공저), 『과학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학혁명의 구조』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스티븐 제이 굴드의 『생명,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 『인간에 대한 오해』, 『레오나르도가 조개화석을 주운 날』, 『힘내라 브론토사우루스』가 있고, 그 외에도 『원소의 왕국』,『기계, 인간의 척도가 되다』, 『이런, 이게 바로 나야』 등이 있다.






  ○목차


  서문 ‘여덟 조각’ | 어느 인문주의적 박물학자의 고백

제1부 예술과 과학
1장 레오나르도도 못 풀었던 지구의 생리학
2장 주목해야 할 건 전함이 아냐!
3장 인간을 바다 밑으로 이끌어준 어항 신드롬

제2부 진화론의 일대기
1장 외설로 전락한 학문, 린네의 연구
2장 다윈의 선의의 경쟁자
3장 뇌과학, 인종차별의 원리를 제공하다
4장 수학박사 아내의 머슴이 된 진화학자

제3부 선사시대의 인간
1장 인류 최초의 화가가 자랑스러운 이유
2장 구석기 시대 화가가 알려준 화석의 진실
3장 연구의 제일 큰 방해꾼 ‘편견’

제4부 역사와 관용에 대하여
1장 콜럼버스, 은인들을 노예로 팔아먹다
2장 멸종에 대한 편견
3장 보름스 회의와 루터, 그리고 대학살

제5부 진화의 사실과 이론
1장 과학자의 것은 과학자에게, 사제의 것은 사제에게
2장 우연성을 어떻게 볼 것인가
3장 기린의 목은 라마르크와 다윈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4장 벌레를 뒤집으면 포유류로 진화한다?

제6부 공통된 진실에 대한 서로 다른 인식
1장 생명 형태의 다양성을 인정하라
2장 ‘적응’이란 퇴보도 진보도 아니다
3장 나무늘보는 정말 느린가
4장 먹이가 포식자를 먹을 때




  ○책 속으로


  나는 틀에 박힌 이러한 견해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긴 하지만 과거 우리의 지성사에서 가장 빛나는 인물인 레오나르도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는 아주 잘못된 접근법이라고 생각한다. 레오나르도는 훌륭한 관찰을 해냈으며, 이후 수세기 동안 대중과학이 이루지 못한 결론을 유추해내기도 했다. 그는 우주인도 아니고 천사도 아니다. 우리가 계속해서 그를 시간의 궤도에서 이탈한 사람, 메디치가의 모더니스트, 프랑수아 1세의 궁정에 있던 미래주의자, 행크 모건과 같은 사람으로 취급한다면 우리는 결코 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 p.34

  인간종에게 쉽게 주어지는 것은 없다. 가장 명확하고, 정확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이는 묘사기법조차도 역사에서의 계속된 투쟁을 통해 조율되고 수정되었다. 그러므로 해법은 항상 맥락 속에서 정신과 환경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통해서만 주어지며, 이런 과정을 통해서만 인류의 진보는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책을 풍자로 엮으면서 이 글을 끝낸다. 이제 우리는 수족관의 발명을 통해 유리 너머로 선명하게 해양생물을 바라보는 자연스런 방법이 시작되었다는 것, 이것을 통해 오래되고 멋진 세상을 샅샅이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잘 알게 되었다. --- p.97

  오언의 책을 보면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던 인종차별적 시각을 반영하며 널리 통용되던 언어들이 번뜩거리고 있다. 1859년 그는 침팬지가 ‘그 동안 알려진 다른 어떤 포유동물보다 인간종, 특히 니그로 형태에 가까운 곳에’ 놓여 있다고 썼다. 그리고 같은 책의 뒷부분에서 “교육받지 못하거나 미개하고 하등한 인종들의 뇌는 더 고등하고 문명화되고 잘 교육받은 인종의 뇌보다 훨씬 작다”고 말했다. --- p.179

  이전 세대에서는 여자들이 실제로 사회 활동을 하는 경우가 흔치 않았다. 따라서 결혼한 과학자들 중 자신보다 더 유명해진 부인의 이름을 따서 자신의 이름을 대체할만한 사례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퀴리 부인은 시대를 뛰어넘어 가장 훌륭한 과학자의 반열에 서 있지만, 그녀의 남편 피에르 또한 대단히 훌륭한 과학자였다. 그 점을 고려한다면 그가 ‘미스터 마리’가 아니라 ‘피에르’로 남아 있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사례 한 가지, 부인은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고 남편은 이름이 그다지 알려지지 않아 위에서 보여준 이름 뒤집기 게임에 제대로 들어맞는 한 커플이 있다. 그렇지만 나는 그 남편을 보호하고 싶다. 왜냐하면 ‘미스터 소피아’ 역시 고생물학자일뿐만 아니라, 원래부터 아주 유명한 과학자였기 때문이다. --- p.185

  불쌍한 도도에 대해 발언한 박물학자는 거의 없었다. 심지어 도도의 멸종에 대한 이론적 근거가 요구되었을 때에도, 그 비극이 피할 수 있었다는 자명한 사실을 인정하기보다는 ‘희생자에게 과실을 뒤집어씌우는’ 좀 더 쉬운 경로를 택했던 것 같다. 지금까지 도도만큼 비웃음과 조롱의 대상이 된 생물이 있었을까? 분명 도도는 미(美)에 대한 우리의 통상적인 기준으로 볼 때 귀여운 동물이 아니었다. 인간의 가치 판단이라는 부적절한 기준으로 볼 때 귀여운 동물이 아니었다. 하늘을 날 수 없고, 비척거리며 걸어 다닐 수밖에 없으며, 그 때문에 트인 평지에서 새끼를 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두드러진 표면의 뒤쪽을 살펴보라고 배우지 않았던가? 영국의 위대한 해부학자 리처드 오언의 말을 빌면 과연 우리는 ‘추함의 아름다움’을 옹호할 수 없는 것인가? --- p.307

  인간은 위대한 업적을 이룰 수도 있지만, 끔찍한 잔혹행위를 저지를 수도 있다. 보름스의 유대인 학살이나 보름스 회의에서 행해진 루터의 끔직스러운 연설, 프라하에서 여러 차례 벌어진 인간투척사건, 프라하의 웅대한 바로크 건물 등이 그런 예에 해당한다. 위업에서는 기쁨을 얻을 뿐이지만, 잔혹행위에 대해서는 고통과 함께 당혹감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훌륭한 선행을 할 수 있는 인간이 동시에 자신의 자유의지로―더구나 겉보기에는 강고한 목적의식과 도덕적 평정함을 나타내면서―극악무도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이 무엇 때문인지 설명해야 한다는 강한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 p.333

  진화하는 생물이 지나는 경로에는 무수히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을 것이다. 그 경로는 예측할 수 없는 환경적 역사에 기반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실현된 어떤 경로도―가령 호모사피엔스나 녹색의 작은 우주인과 같은 형태를 띤 의식을 가진 존재에 도달하는 경로도―확실히 천국에 나 있는 고속도로라고 간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경로에는 무수한 장애물이 가로놓여 있고, 무수한 갈림길이 가지쳐진 구불구불하고 뒤틀린 길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지구에서 나타난 경로가 다른 행성에서 정확하게 반복될 가능성은 수조 분의 1도 되지 않는다.
--- p.438



  ○출판사 리뷰


  진화학계에서 다윈만큼이나 주목받았던, 고생물학자 굴드의 여덟 번째 단행본.
  ‘생물종은 갑자기 폭발적으로 증가한 뒤 그 대부분이 멸종한 다음, 나머지 생존자들이 또 다시 폭발적으로 다양화한다’라는 내용의 단속평형이론을 주장, 다윈의 진화론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고(故) 스티븐 J. 굴드. ‘인문주의적 박물학자(humanistic naturalist)’임을 자처했던 그는 잡지 『내추럴 히스토리』에 연재해온 글들을 모아 2002년 사망하기 전까지 열 권의 단행본으로 엮었다. 본서는 그 중 여덟 번째 책으로 1998년 발간되었다.

  굴드는 이 책이 ‘인문주의자의 자연사 진화론에 관한 책’임을 서문에서 강조했다. 또한 진화가 과학의 모든 주제들 중에서 가장 깊고 넓은 주제이며, 우리의 희망과 편견에 관한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그가 이 책에 소개한 스물한 개의 자연과학사 에세이들처럼 동떨어진 주제와 개념을 다룬 이야기들을 엮음에 있어 진화보다 더 적절한 이음재는 없다. 이는 20세기 과학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문장 중 하나인 “진화의 빛이 없이는 생물학의 그 무엇도 의미가 없다”라는 테오도시우스 도브잔스키의 말이 내포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굴드는 말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진화론의 근본을 강조하면서 시작, 진화론이 가지는 함축, 사회적·철학적 용례들, 그것에 관한 우연의 역사(contingent history)와 예언적 규칙들과 그 상호 작용, 인간사와 자연 환경의 상호 작용 등에 관한 이야기들이 에세이 모두를 아우르게끔 구성되었다.

  원제의 제목을 구성한 두 개의 대표 에세이들에 관하여.
  원제 ‘Leonardo's Mountain of Clams and The Diet of Worms’는 이 책의 1부 1장과 4부 3장의 제목들이다.

  1부 1장(Leonardo's Mountain of Clams)은 ’시대를 앞서간 천재‘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조개화석과 지각변동에 대해 표했던 관심과 연구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아직 중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르네상스 시대의 유럽에서 항공학의 원리나 비행체, 잠수함을 고안하고, 화석의 성질에 대한 정확한 설명까지 노트에 담았던 레오나르도. 이런 그를 일반인들이 외계인이나 천사, 혹은 그들에게서 비법을 전수받은 이로 생각할 만도 하다. 굴드 또한 레오나르도의 연구의 상세함과, 그것이 현재의 고생태학의 근간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놀라워한다.

  하지만 굴드는, 아무도 관심가지지 않았던 점인, 레오나르도가 화석을 관찰한 진짜 이유에 주목했다. 그것은 지구를 살아 있는 몸에 비유하는 ‘중세적 관점’이었다. 굴드는 만약 레오나르도의 연구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중세적 관점과 그 특징들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코 레오나르도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없으며, 그의 업적들도 제대로 평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진보만을 거듭하는 일방적 방향으로 역사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진화는 진보다’라는 개념을 굴드가 거부하는 것은 이 책 6부 2장에서도 볼 수 있다). 결국 과학의 위대한 성과도 그것이 이루어진 시대의 사회적 맥락과 지적인 배경 속에서 발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굴드의 주장이다.

  4부 3장(The Diet of Worms)의 제목은 ‘보름스 회의’의 영역 표기이지만, 배경지식이 없으면 ‘벌레 먹기’로 직역할 수도 있다. 굴드는 역사상 가장 소름끼치는 행위 중 하나였던 보름스 회의에 대한 에세이를 시작하면서 비판적 관점으로 서술하려는 의도에서 언어유희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즉, 굴드는 자신과 코드가 맞지 않는 타인 혹은 다른 집단에 소속된 타인을 괴롭히거나, 심지어 ‘해충(害蟲)으로 규정하고’ 말살하려는 인간의 사악한 본능이 과연 언제 그리고 왜 시작되었는가를 자연과학적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1521년 4월 18일, 종교개혁가 루터를 단죄하기 위해 신성로마제국의 보름스에서 열린 회의에서 루터는 성경이나 논리 중 하나에 의해 잘못이 입증되지 않는 한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황제와 귀족들은 루터를 징벌하기로 결정했지만, 루터에 대한 주민들의 지지가 워낙 커서 효력을 거두지는 못했다. 이는 서양의 자유롭고 지적인 전통의 백미로 꼽히는 사건이다. 하지만 굴드는 이 사건에 대해 조금만 더 파고들면 불관용과 폭력으로 얼룩진 진흙탕과, ‘신앙에 의한 정당화’라는 명분이 실은 권력투쟁을 위한 정치적 무기나 도구에 불과함을 목격하게 된다고 말한다. 또한 루터의 반대파는 물론, 심지어 루터마저도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는 유대인들을 박해하고, 귀족들을 상대로 반란을 일으켰다가 투항한 독일 농민들을 말살할 것을 주장·실행한 점도 언급한다. 이는 곧 30년 전쟁의 시발점인 ‘프라하의 인간투척사건(The Defenestration of Prague)’과 그에 따른 대학살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굴드는 보름스 회의와 프라하의 인간투척사건 둘 다 D로 시작하는 점에 주목, 이렇게 전개했다).

  굴드는 이러한 대학살을 저지른 인간들의 행위를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연구·설명한다. 즉, 소집단을 이루어 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원시인 조상들이 별다른 기술도 없이 자원도 한정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저지른’ 행위에 대한 기억이 ‘저주받은’ 유전자가 되어 대물림되었다는 것이다. 비슷한 예로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척인 침팬지는 ‘밴드’라는 작은 무리를 이루어 인접한 밴드의 구성원(외부자, 이방인)들을 조직적으로 살해한다고 굴드는 말한다. 물론 이와 같은 생각은 우리 모두가 느끼는 집단적인 양심 가책을 피하기 위한, 심각한 추론의 오류에 기반한 책임회피에 불과하다고 굴드 자신도 비판한다. 그리고 굴드는 인문적인 도덕론과 문화에 대한 고찰 및 진화생물학을 연계한 뒤, 인류는 대학살과 파괴로 이어질 수 있는 길을 꼭 따를 필요가 없으며(유전자 대신 책이나 도구, 건물 등 ‘우리가 이룩한 성과’를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다는 점을 라마르크의 이론을 기반으로 주장했다), 그 길과 함께 진화해온 ‘다른 길(문화의 길)’로 나아갈 것을 주장한다.

  이 두 에세이들은 이렇듯 이 책이 지향하는 바를 보여준다. 즉, 전자는 과학사에서의 오류와 오해를 바로잡으려는 굴드의 의도를, 후자는 인문적 역사를 진화와 생물학의 관점에서 설명하려는 굴드의 집필방향을 보여준다.

  유머러스함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열의 넘치는 교수님 굴드.
  이 책 2부 4장에서 소개된 고생물학자 블라디미르 코발렙스키를 높이 평가한 다윈은 그에게 찬사가 담긴 편지를 보냈다. 다윈은 러시아인인 코발렙스키가 자신의 편지를 읽기 어려워 할 것을 우려하여 상당히 명확한 필체로 글을 써 보냈다. 이 점에 대해서는 그를 연구하는 학자들도 아쉬워할 정도다. 아직도 다윈의 글들은 읽거나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굴드는 일반인들도 편안하게 읽을 수 있게끔 글을 썼다. 그는 영화나 소설, 야사의 내용은 물론, 심지어 자신의 경험담이나 개인사까지 사례로 사용하기도 했다. 또한 독자로 하여금 웃음이나 감동을 표출하게 하려는 의도가 두드러진 문장도 보인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천재성에 대해 다룬 1부 1장은 마크 트웨인의 소설 『아서 왕 궁전의 코네티컷 양키』의 한 부분을 소개하면서 시작된다. 노아의 홍수마저도 ‘역사’라고 믿어지던 시대에 조개 화석을 바탕으로 지각변동에 대해 연구한 레오나르도가 타임슬립으로 그 시대에 나타난 근대인 같은 인물로 언급되는 것을 이야기한 것이다. 선사시대 인간들의 동굴예술에 대해 언급한 3부 1장은 예술의 역사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오래되었음에 대한 감동을 느끼게 하고, 당시 존재하던 동물들에 대한 동굴 속 미술작품을 주제로 한 3부 2장은 멸종된 동물들의 뼈만으로 모든 것을 유추해야 하는 현세의 인류에게 기록을 남겨준 선사시대 조상들에 대한 감사를 표하게 한다. 4부 3장에서 굴드는 언어유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초콜릿으로 싼 개미’를 먹은 자신의 이야기를 첫 단락에 배치했다. 먹이 신세에 놓이기 일쑤인 작은 동물들이 무리를 이뤄 큰 동물을 잡아먹는 사례들을 다룬 6부 4장에서는 노예 반란군의 지도자 스파르타쿠스에 대한 언급과 ‘폭군의 말로를 보라’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과학자이면서 진보적 색채를 가진 사상가 굴드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부분으로서, 거의 대부분 사회적 약자의 입장인 독자들을 유쾌하게 만든다.

  굴드의 글에 드러나는 이러한 면들은 마치 강의 시간에 지루해하는 학생들의 관심을 모으며, 그들의 머릿속에 가르침을 남기기 위해 흥미롭고 유머러스한 이야기를 펼치는, 열의 넘치는 교수님의 행동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 자신’을 강조하는 1~4부, ‘다른 생물 자체’에 초점을 맞춘 5부와 6부.
  이 책의 1부에서 4부까지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했던 예술과 과학의 밀접한 관계, 패배자가 되어 대중에게 잊혀진 과학자들에 대한 짧은 전기, 구석기 시대 동굴 벽화로 남겨진 동물 미술에 방점을 둔 인류의 선사시대, 그리고 박물학자의 관점에서 본 인류의 역사를 다루었다. 즉,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을 포함한 ‘우리 자신’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선사시대 인류와 ‘아일랜드 엘크’의 관계 그리고 구석기 시대 화가가 남긴 그 거대한 사슴에 대한 기록을 다룬 3부 2장, 콜럼버스가 바하마 제도의 원주민들에게 했던 추악한 행위를 세리온 조개의 시선으로 다룬 4부 1장, ‘멍텅구리 도도새’의 참혹한 운명을 다룬 4부 2장은 대량 절멸이라는 인간의 무례한 행위, 그리고 착각과 편견, 갈등과 오류로 점철된 인문학적 자연과학사에 대한 슬픈 이야기들이다.

  진화론과 ‘다른 생물들’에 대한 관점을 다룬 5부와 6부의 내용은 인류 이외의 생물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 라마르크와 다윈의 주된 관심사로 오해받고 ‘오해하도록’ 교과서로 강요된 기린의 목을 다룬 5부 3장, 게에게 기생하면서 번식용 도구로까지 활용하는 근두목(根頭目)의 ‘적응’을 다룬 6부 2장, 나무늘보와 콘도르처럼 ‘게으르거나 탐욕스런 동물들’은 단지 그들의 입장에서 최선의 삶을 사는 것이니 그들에 대해 인간의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내용의 6부 3장은 몇몇 자연과학적 사례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의 전환을 요구한다. 하지만 진화론에 대한 로마 교황청의 성명과 그것에 대한 과학과 종교의 ‘가르침’의 충돌을 다룬 5부 1장, ‘우연성’에 대해 신의 개입이라 생각하던 로버트 보일과 과학혁명을 이끈 찰스 다윈의 충돌을 다룬 5부 2장, 그리고 ‘화성 운하’에 대한 퍼시벌 로웰 대 알프레드 러셀 월러스의 논쟁과 ‘지구의 진정한 지배자 박테리아’를 다룬 6부 1장은 예외다.

  이 책의 에세이들을 집필·구성하는 데 있어서의 굴드의 네 가지 전략.
  굴드는 이 에세이들에 힘을 불어넣을 세부사항들을 일관된 틀에 넣기 위해 네 가지 기본 전략을 사용했다.
  첫 번째는 이미 굳어진 ‘사실’일지라도 집중적인 연구를 통해 새로운 발견을 얻는 것이다. 이로써 굴드는 라마르크와 다윈 같은 초기 진화론자들이 기린의 목에 대한 사례를 사용하지 않았음을 드러냈고(5부 3장), 인간과 유인원의 뇌에 관한 ‘해마 논쟁’을 패자인 오언에게 호의적인 입장에서 서술했다(2부 3장). 특히 화석 관찰의 탁월함과 걸출함으로 정평이 나 있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왜 그토록 화석에 열정을 쏟았는지’를 밝혀낸 것은 이 책과 굴드의 쾌거라 할 수 있다(1부 1장).

  두 번째는 낯선 주제와 잘 알려진 주제, 특히 연관 있어 보이지 않는 주제들을 나란히 배치, 대비시키는 것이다. 굴드는 2부에서 잊혀진 과학자들의 전기를 쓰면서 그들을 패배시킨 ‘유명한’ 자들과 대비시켜, 온전한 평가를 받지 못했거나 오해된 특성을 중심으로 글을 썼다. 유대인 박물학자 임마누엘 멘데스 코스타와 린네(2부 1장), 제임스 다나와 다윈(2부 2장), 리처드 오언과 헉슬리(2부 3장), 블라디미르 코발렙스키와 그의 아내이자 위대한 수학박사 소피아(2부 4장)에 대한 이야기가 그러하다. 둘 다 알파벳 D로 시작하며, 유럽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인 ‘보름스 회의(The Diet of Worms)’와 ‘프라하의 인간투척사건(The Defenestration of Prague)’에 대한 에세이(4부 3장)도 그러하다.

  세 번째는 좀 더 ‘신중한 발굴’에 의한 것이다. 파들어 가는 부분이 넓고 깊어질수록 글의 주제에 대한 주장을 정당화하는 세부사항의 풍부함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따른 것이다. 그에 따라 오래된 주제에 정말 새로운, 또는 최소한 충분히 다른 관점을 비춰 독자들이 새로운 관심을 쏟거나 심지어 도발적인 통찰력을 얻게 한 것이다. 근두목의 ‘적응’은 진화적 발전이 아니라는 주장(6부 2장), 지구에 자의식을 가진 생명체가 진화하게 된 것이 과연 예측 가능한 현상이었는지의 여부를 논한 것(6부 1장) 등이 그러하다.

  마지막 전략은 여기에서 다루어진 주제를 그 자체의 스토리의 측면에서 소중히 다룬 것이다. 포식자를 잡아먹는 ‘먹이’에 관한 네 가지 사례(6부 4장), 기생동물인 근두목의 기괴할 정도로 복잡한 생명주기에 대한 세부사항 이야기(6부 2장)가 여기에 속한다. 또한 굴드는 구석기 시대 동굴화가들이 우리에게 남겨준 ‘이미 멸종된 동물’에 대한 기록에 대해 이 책에서 직접 감동을 표한다(3부 2장




  [독자리뷰]


  ■ 굴드는 불가지론자다, 여기서 겨우 명확하게 그의 입장을 알았다.

  saifa | 2014-09-18



  올해들어 굴드의 자연학에세이 총 10권 중 국내에 번역된 6권을 전부 읽었다. 역시 '과학적 글쓰기의 대가' 라는 수식이 전혀 아깝지 않다. 일상에서 진화에 관련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통찰력이나 기존의 잘못된 가설이나 이론, 잊혀진 인물들을 다시한번 꺼내어 분석하고 거기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내는 ( 다시 말하자면 '과학적인 검증이 이루어졌다면( 당시의 기술력으로) 잘못된 결과가 도출되었더라도 그 과정으로서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것) 능력은 정말 탁월하다.

 

  이 에세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또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는 기회도 제공 받았다. 안타까운 점은 그의 훌륭한 지식과 집필력에도 불구하고 무신론 과학자들과의 충돌 ( 특히 유전자의 역할에 대해서 리처드 도킨스 학파와의 의견충돌), 확실하지 않은 종교와 과학 사이에서의 입장 ( 특히나 겹치지 않는 교도권(NOMA) ), 에세이가 연재될 수록 조금씩 가미되는 정치.사회적 성향 내지는 의견 등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있다.

 

  20년이상 진화론의 양대산맥에서의 수장으로 활발히 활동해 왔으나 죽음 앞에서 결국 그도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라이벌이 있어 진화론이 다윈의 주창 이후 이렇게나 단 시간내에 발전할 수 있었다는걸 생각한다면 애석할 따름이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그의 죽음 이후 남은건 그의 저서, 이름, 더 다듬어지지 못한 이론 그리고 라이벌 학파의 엄청난 발전 뿐이다...

 

  본인도 인정했지만 첫 에세이인 '다윈 이후'가 참 참신하고 재미있고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했다. 한번 더 읽어보는걸 추천하고 싶다.

 

  ( * 모호한 종교관을 가지고 있다 생각했는데 굴드는 불가지론자라고 스스로 이 책에서 밝히고 있다. 다윈도 무신론에 가까운 불가지론자였고 ( 그러나 정말 속내는 무신론자라고 말하고 싶었으리라 생각한다, 차마 당시의 사회.시대상에 대놓고 그렇게 말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워낙 신중하고 소심한 사람이었으니 ) 리처드 도킨스는 무신론자 이고, 빅터 스탠져도 무신론자, 마이클 셔머도 무신론자이다. )




  [독자 리뷰]


    ■과학 역사의 이면의 새로운 고찰


      cck7655 | 2009-01-05

 


  우린 인간은 생태계의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서 모든 생물 종, 모든 환경을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은 지금도 대부분의 사람들의 뇌를 지배하고 있는 듯 하다. 과학 역사는 인간 스스로 자연 자체를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따라서 자연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그 특성을 기술해왔다. 지구적으로 볼 때 우리의 대대적인 침입이 지역 생물체나 환경에 그리 다행스러운 일로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과학 논문이나 생태계가 보여주는 아니 우리들이 인식하는 이면의 모습을 좀 더 진지하게 살펴볼 것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다방면에서 뛰어난 결과물을 후대에 남긴 레오나드로의 예리한 관찰은 시대를 앞서 현대적인 것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경이로움으로 생각될 수도 있다. 금세기가 되서야 제대로 정리된 고생태 이론들이 그 당시에 이미 명쾌하게 설명되었다는 사실을 첫장에서 소개한다.

 

   그는 명시적으로 진술되는 뚜렷한 목적, 그가 살던 당시에 화석을 해석하던 두 가지 주요한 방법을 논파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모든 정보를 기록했다. 레스터 사본을 쓰는 동안 레오나르도는 지구에서 물이 위로 올라가는 것을 설명할 수 있는 물리적 방법을 찾기 위해 애썼고, 여러 가지 설명을 시도했으나 결국 포기했다. 이 모든 것은 그가 살던 시대와 그 시대의 관심사에 깊이 연결된 것이었다. 과학자, 혹은 박물학자들도 사회에 속한 하나의 일원이므로 그가 살던 시대와 관심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므로 현재에 소개되는 많은 정보들도 그 시대의 상황을 고려하여 해석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이에 2등 전함 테메레르와 수족관의 발달사를 실었다.

 

   이명법으로 잘 알려진 린네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초기 린네는 유명한 책 대부분에서 식물에 대한 새로운 분류를 소위 말하는 ‘생식기관’에 의존하여 기술했고, 그 이명법 체계를 본질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형태인 광물에까지 적용하려했다는 대목에서 새로운 지식을 접하는 즐거움을 얻기도 한다. 또한 다윈이 지독한 악필이어서 많은 문헌의 해석이 어려웠다는 점에서 현대의 문헌은 그런 오류가 적어짐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까?

 

   다나나 오언의 역사적 패배이면의 정치적, 사회적 세계관의 투영 때문에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음은 또 다른 의문을 나타낸다. 착한 사람에게도 나쁜 일이 일어난다. 너그러운 사람들 역시 자신의 주장이 훌륭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논리적으로 잘못되거나 도덕적으로도 의심스러운 주장을 하기도 한다.

 

   시간상 오래된 것일수록 정신적 성취도에서는 더욱 더 미숙하고 진화를 진보와 동일시하는 것이 큰 잘못이라고 강조한 3부에서 또 다른 생각을 하게 한다. 메갈로서로스의 동굴 벽 그림은 화석에 남아 있는 정보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것들을 제공한다는 관점에서 고대 동굴 벽화를 그린 이를 예술가로 지칭하고 있고 아직도 인종간의 차별에 대한 문화에 대해 일침을 가하고 있다.

      

   세리온, 도도 - 보존된 표본이 극히 적다는 한탄과 멸종의 책임이 대부분 희생자의 불완전함에서 기인한다는 주장. 두드러진 표면의 뒤쪽을 살펴보자. 잘 알려지지 않은 루터가 남긴 어두운 유산, 그것이 30년 전쟁과 프라하 투척사건을 가져다주었다.

 

   진화론, 먼저 획득 형질의 유전에 대한 라마르크 이론을 소개한 다음에 그것을 대체하는 바람직한 이론으로서 다윈의 자연선택설을 소개하고 있었다. 그리고 모든 교과서가 다윈 이론의 우월성을 입증하기 위해 동일한 예를 들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기린의 목이다. 기린의 목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교과서에 소개된 그런 배경이 아니라 후대에 그렇게 기술된 것, 즉 다윈이 의도한 바가 아니라는 것은 과학에 역사가 필요함을 다시 한 번 강조되었다. 진화를 진보와 일치시키는 오류에 대한 사례를 근두목으로 다시 한 번 강조하고 확립된 질서의 역전(개구리와 파리, 바다가재와 달팽이, 물고기와 와편모충)을 마지막으로 마무리를 하고 있다.

 

   짧지 않은 분량의 저자의 과학 에세이는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정치적으로 적으로 인정받지 못해 역사 속으로 사장된 많은 지식들, 초기 진화론의 잘못된 해석으로 인해 현세의 지식으로도 풀기 어려운 고대문화나 유적들의 파괴(아마 남아 있는 것들도 불가사의라는 미명으로 포장되어 있을 듯...), 인간의 아집으로 사라져가는 많은 생물 종. 다시 한 번 우리의 문화와 역사, 과학을 돌아보게 하는 귀중한 시간을 저자는 제공한다. 과학, 특히 생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전공이 아니더라도(비록 생소하고 어려운 단어가 많지만) 읽을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