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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화두 1~2/ 최인훈

금동원(琴東媛) 2018. 8. 1. 20:47

 

 

화두 1~2』

  최인훈/문학과 지성사

 

  근대성에 대한 관심, 이데올로기에 대한 저항, 그리고 새로운 형식의 탐구를 바탕으로 전후 한국 문학의 지평을 새롭게 열었던 작가 최인훈의 신판 전집. 이번 전집에서는 『광장』을 비롯한 그의 기존 작품들에 더하여 1994년 작 『화두』가 포함되어 50여 년간 그의 치밀한 필치가 녹아있는 작품 세계가 총망라되었다

 

  1994년, 20여년의 침묵을 깨고 발행된 작가 최인훈의 일생일대의 역작, 『화두』. 워낙 『광장』으로 널리 알려진 최인훈 작가이지만, 『화두』 출간 당시 평단과 대중의 반응은 그야말로 『광장』에 비교하여 결코 떨어진다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상당히 난해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당당히 올랐으며, 제6회 이산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성 또한 인정받았다.

 『화두』는 20세기 자체를 전면적으로 문제 삼으면서 20세기인의 운명을 큰 시각에서 조망한 대작으로, 내용적으로나 형식적으로 그의 문학 전체를 웅장하게 종합하여 담아낸 작품이다. 미국과 소련을 여행하는 주인공이 '화두'를 하나하나 풀어가는 과정에 분단된 조국과 이념 갈등 속에 살았던 작가 자신의 인생을 녹여내어 궁극적으로 20세기 한국인의 고민과 삶을 함축하여 보여주고 있다.  

 

  소설로서는 무려 20여 년의 침묵을 깨고 1994년에 전작으로 발표한 『화두』는 작가가 혼신의 힘을 다해 20세기 민족사와 인류사와 대결한 관념의 고투라 할 만했다. 작가는 해방 뒤 사회주의를 택한 한반도 북쪽에서 보낸 10대 전반기, 1970년대의 미국 체류 경험과 90년대 초의 소련 여행 체험을 한데 버무리면서, 개인의 운명을 민족과 인류 전체의 운명에 연결짓는 지적 모험을 감행한다. 이 과정에서, 1951년 해군함정에 실려 원산에서 부산으로 내려온 체험은 일종의 원초적인 `피난민 의식'으로 자리잡은 채 작가의 생애를 지배한다.

 

 “화두'라는 것이 어떤 거창한 발견이나 천재적 착상인 것은 아닙니다. 소설 『화두』는, 음악으로 치자면, 단일한 서정소곡이 아니라 모음곡이나 푸가라 할 수 있어요. 어떤 사람이 한 20년 동안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본 끝에 내놓은 생각의 덩어리라고 해도 좋겠죠.”

 

  ○작가 소개

 

 

  최인훈(1936~ 2018)  전근대적인 상황과 양대 이데올로기의 틈새에서 끊임없는 화두를 던진 전후 한국현대문학의 대표 작가. 근대성에 대한 관심, 이데올로기에 대한 저항, 그리고 새로운 형식의 탐구를 바탕으로 “신이 죽은 시대, 신화가 사라진 시대에 신비주의와 소재주의에 빠지지 않고 자기의 방법론으로 개발한 내면성 탐구의 절정”에 선 작가 최인훈.

  1936년에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나서 8.15 해방 이후 함경남도 원산으로 이사하여 그 곳에서 중학교를 다녔다. 이어 원산고등학교를 다니던 중 6.25 전쟁이 발발하자 월남하여 목포고등학교를 거쳐서 서울대 법대에 재학하였으나 중퇴하였다. 1959년 『자유문학』에 「그레이구락부전말기」와 「라울전」을 발표하면서 등단하였다. 이 두 작품은 관념과 현실, 그리고 자아와 세계의 대립 구도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최인훈 소설에서 나타나는 현실인식의 기본적인 구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후 「9월의 다알리아」, 「우상의 집」, 「가면고」 등을 발표하였고 1960년 11월에 『새벽』에 중편소설 「광장」을 발표하였다.

 「광장」은 최인훈 소설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소설로서 남북한 이데올로기를 동시에 비판한 최초의 소설이자 전후문학을 마감하고 1960년대 문학의 지평을 연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광장」은 4.19 혁명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생각하지 않고서는 논의되기가 어려울 만큼 1960년대의 사회적인 상황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 소설이다. 작품의 프롤로그에 해당한 부분에서 작가는 “구정권 하에서라면 이런 소재가 아무리 구미에 당기더라도 감히 다루지 못하리라는 걸 생각하면 저 빛나는 사월이 가져온 새 공화국에 사는 작가의 보람을 느낍니다”라고 서술하고 있을 정도이다. 작가가 말하고 있듯이 「광장」은 바로 1960년대의 분위기가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광장」 이후 최인훈은 「회색인」, 「서유기」, 「총독의 소리」 연작,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태풍」 등 많은 소설을 발표하였다. 각 소설마다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새로운 형식과 자아와 현실에 대한 성찰의 결과라고 할 수 있는 사변적인 내용으로 인하여 지속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오랜 동안 소설 창작을 중지하고 희곡 창작에 전념하기도 하였는데 희곡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등의 작품은 한국의 신화적인 세계를 통해서 민족의 본성을 탐구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1994년에는 자기 존재의 실존적 의미를 탐구한 자전적인 장편소설 「화두」를 발표하여 이산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새롭게 주목을 받았다. 동인문학상과 한국연극영화예술상 희곡상, 중앙문화대상 예술부문 장려상, 서울 극평가그룹상 등 많은 상을 수상하였다. 1979년에 문학과지성사에서 『최인훈 전집』을 출간하였다.1977년부터 2001년 5월까지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퇴임 이후에도 명예교수로 예우받았다. 2018년 7월 23일 별세했다.
        

 

  ○책 속으로

 

 

  넓다.

  너무 넓다.

  자동차 여행을 하면, '지평선의 감각'이랄 만한 것을 맛보게 된다. 인간이 돌멩이를 들고 짐승을 쫓다가, 문득 이 초원의 한복판에 멈춰섰던 50만 년 전 어느 여름 한낮이 되살아난다. 아메리카의 자연은 이런 환기력을 지닌다. 넓이란 어느 한계를 지나면 인류학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 환기는 이 지구상의 삶이 여러 민족이 저마다 영토라는 땅 위에서 살고 있다는 처지로 볼 때 세이렌(Seiren)의 노랫소리처럼 유혹적이다.

  사람은 때로 넓이 앞에서 잠시 자기 살갗 밑에 키워온 고향을 잊어버린다. 지중해를 해맨 율리시스처럼.

 

  그리고 어느 밝은 콜로라도의 달밤에 고향의 부름 소리를 듣고 소스라쳐 일어난다.---pp.380~381

 

  “H에서 시작한 피난길을 끝까지 가서 마지막 항구에 닿은 것이었다.(…) 가족들이 미국으로 떠나고 나서 나는 H역에서 시작된 그 피난 대열에서 나 홀로 남겨진 전쟁고아처럼 느꼈다.(…) 이런 모든 일은 H역의 그날에 비롯 되었다.”(제1권 106~107쪽)

  “남쪽의 권력과의 관계에서 본다면 나는 피난 온 다음의 우리 가족과 나의 생활을 `난민수용소'의 생활처럼 느꼈다. 그것은 `정상'의 생활이 아니었다.(…)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생활을 `정상'이라고 불러서는 결코 안 된다. 그것은 미국이라는 군대 막사 밖에서 와글거리는 기지촌 생활이었다.”(제1권 110쪽)

 

  ○출판사 리뷰

 

  한국 문학 반세기의 신화, 〈광장〉의 작가 최인훈이 내년이면 문학 인생 50년을 맞는다(1959년 〈자유문학〉으로 등단). 최인훈이 누구인가. 전근대적인 상황과 양대 이데올로기의 틈새에서 부딪치는 세계를 제대로 인식하고자 사투를 벌였고, 그 결과 “한국 문학사의 신개지를 열었다”라고 할밖에 마땅한 표현을 찾을 길 없는, 다채로운 형식의 소설과 희곡, 평론, 에세이 들을 거듭 발표해온 한국 현대문학의 ‘뜨거운 역사’가 최인훈이다. 그의 문학 세계는 2008년 오늘에도 여전히 낡지 않은 문제의식과 세련된 양식의 전범으로 평가받는다. 근대성에 대한 관심, 이데올로기에 대한 저항, 그리고 새로운 형식의 탐구를 바탕으로 “신이 죽은 시대, 신화가 사라진 시대에 신비주의와 소재주의에 빠지지 않고 자기의 방법론으로 개발한 내면성 탐구의 절정”에 선 작가 최인훈. 어쩌면 그는 ‘문학작품’을 썼다기보다 ‘문학을 살았다’라는 표현에 적실한 작가일 테다. 평론가 김현은 일찍이 그를 두고, “뿌리 뽑힌 인간이라는 주제를 보편적 인간 조건으로 확대시킨 전후 최대의 작가”라고 상찬한 바 있다.

    1960년대의 벽두에 발표한 작품 〈광장〉으로 전후 한국 문학의 지평을 새롭게 열고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지적·문학적 자유의 세례를 맛보게 한 최인훈은 뒤이어, 전망이 닫힌 시대의 존재론적 고뇌를 그린 〈회색인〉(1963),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면서 파격적 서사 실험을 보인 〈서유기〉(1966), 신식민지적 현실의 위기의식을 풍자소설의 기법으로 표현한 〈총독의 소리〉(1967~1968) 연작, 그리고 20세기 자체를 전면적으로 문제 삼으면서 20세기인의 운명을 큰 시각에서 조망한 대작 〈화두〉(1994)에 이르기까지, 그가 놓인 그때마다의 시공간적 상황과 맥락을 다름 아닌 ‘언어’를 통해 상징화했다. 

 


  그가 〈태풍〉(1973) 이후 소설로서는 20여 년의 침묵을 깨고 발표한 대작 〈화두〉(1994, 제6회 이산문학상 수상작)는, 해방 이후의 고통스런 현대사를 더불어 살면서 늘 ‘이제-이곳’이란 현재의 문제적 정황에 대한 진지한 반성을 집요하게 수행해온 작가의 성실한 기록이란 측면에서 마땅히 높게 평가받아야 할 ‘최인훈 문학의 총체’이다. 〈화두〉를 통해 작가 최인훈은, 우리의 이념적·현실적 고민을 정직하게 받아들이고 이 시대 이 땅에서 살아야 할 지식인으로서의 관찰과 사유의 방식을 제시하고 작가로서의 예술적 상상력의 근원과 글쓰기의 태도를 드러내는 뛰어난 문학적 의미를 성취하면서, 소설이라는 더없이 열려 있는 장르의 기능을 최대한 활용한 역작을 일구어놓고 있다. 그리하여, 작가가 직접 이 책의 서문에 밝힌 바, “공룡의 몸통에 붙어 있는 한 비늘의 이야기”를 통해서 ‘공룡 전체’를 보여주겠다는 전략으로 작가 자신이 살아온 삶, 영향의 관계에 있는 이데올로기나 자신의 기억을 탐색하고 있는 〈화두〉의 가장 큰 문학적 의의는, 격동의 20세기를 살아온 한 개인의 이야기가 보편적인 20세기인의 고민과 삶을 함축할 수 있게 된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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