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이 곳은 시인의 집! 문학과 예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듣고 말합니다

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시인의 詩를 읽다

릴케의 시를 읽다

금동원(琴東媛) 2018. 9. 12. 22:49

정적

 

내가 손을 듭니다. 임이시여-

나의 소리를 들으십니까......

고독한 사람의 어느 몸짓인들

그 많은 사물들이 듣지 않겠습니까?

임이시여, 내가 눈을 감습니다.

당신에게 이르는 그 소리를 들으십니까.

다시 뜨는 그 소리가 들리십니까......

그런데 당신은 왜 보이지 않습니까.

 

가장 나직한 내 움직임의 자국이

비단 같은 정적 속에서 새겨졌습니다.

먼 곳의 팽팽한 커튼에 분명하게

조그만 흔들림이 자리를 남기고 있습니다.

나의 호흡을 따라

떴다가 가라앉는 별들의 무리.

나의 입술엔 향기가 젖어 들며,

멀리에 있는 천사의 손길이 느껴집니다.

다만 내가 생각하고 있는

당신만이 나에겐 보이지 않습니다.  -『형상시집 P108

 

 

진보

 


이제 더 넓은 해안을 걸어가듯다시금 내 깊은 생명이 요동한다.사물들이 차차 다정히 다가오고형상마다 더 명료하게 떠오른다이름 없는 것에마저 믿음이 가나니,나는 감각의 나래를 펴고 새처럼 참나무에서바람 부는 하늘로 날아오르고,물고기 등에 탄 듯 나의 감정은연못 속에 부서지는 하룻날에 잠긴다. -형상시집P 122

 



사랑의 노래


너의 영혼에 내 영혼이 닿지 않도록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어떻게 내 영혼을너를 넘어 다른 것에로 드높일 수 있을까?아, 나는 그것을 어둠 속 어느 잃은 것 옆에,너의 깊은 마음이 흔들려도 흔들리지 않는어느 남모르는 조용한 자리에 숨겨 두고 싶다.그래도 너와 나를 스치는 모든 것은 두 현에서 한소리를 불러내는 바이올린의 활처럼우리를 하나이게 한다,어떤 악기 위에 우리는 퍼져있는 몸일까?어느 연주자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일까?아, 달콤한 노래여. -신시집 P162

 

 

 

거의 모든 사물이

거의 모든 사물들이 느껴 보라고 손짓을 한다,모든 변화마다 <기억하라> 소곤거린다,우리들이 낯설게 지나쳐 버린 하루가언젠가는 우리들을 위한  선물이 된다.
우리들의 수확을 헤아리는 자 누구인가? 우리들을옛날의 흘러간 세월에서 갈라놓을 수 있는 자 누구인가?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안것은,오직 하나가 다른 것 속에서자신을 확인한다는 일 아닌가?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우리들 속에서 따스해진다는 일 아닌가?오, 집이여,목장의 언덕이여, 저녁노을이여,불현듯 너희들은 거의 하나의 얼굴이 되어우리들 곁으로 다가와 서로 얼싸안는다,
모든 존재를 꿰뚫어<하나의> 공간이 펼쳐져 있다,<세계내면공간>이, 우리들 속을 가로질러새들이 조용히 날고 있다,아, 내가 성장하려고밖을 내다보면, 어느새 나의 <속에는> 한그루 나무가 솟는다.
내가 근심을 하면, 내 속에는 집이 서고내가 경계를 하면,내 속에 가축의 무리가 생겨난다,내가 애인이 되면,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나에게 다가와 마음껏 소리 내 운다. -『후기시집』 P237~238

 

 

제 7비가

 

구애가 아니다,더는 구애가 아니다, 참을 수 없이 터져

 나오는 목소리,

그것이 네 외침의 본성이게 하라, 너는 상승하는 계절이 높이

 품어주는 새처럼 순수하게 외치리라,

그대 계절은, 거의 잊고 있는 법이다,

새가 근심에 차 있는 한 마리 짐승이라는 것을, 그리고

청명한 대기 속으로,

그 지순의 하늘 속으로 계절이 던져 올리는 오직 유일한

 마음이 아니라는 것을,

새처럼 너 또한 아니, 그보다도 더 사랑을 찾는 것이리라,

 그러면 아직은 보이지 않는 연인이

네 목소리를 알아듣고 서서히 조용한 마음속에

 화답의 눈을 뜨고 귀기울이며 설레리라,

너의 과감한 감정에 불타는 연인의 마음. -『두이노의 비가 』중에서 P437

.......

 

사랑하는 사람들이여,세계란 우리들의 내면에 아니고는

 어디에도 없다.

우리의 삶은 변용하며 떠나간다.그리고 외부 세계는

 초라하게 사라진다.한때 불변의 집이 서 있던 곳에

가공의 형상이 비스듬히 모습을 드러낸다. 순전한 생각의

 산물이, 마치 뇌 속에 살아 있는 듯.

시대정신은 힘의 큰 창고를 세우고 있으나

그것은 현대가 모든 것으로 부터 짜내는동력과 마찬가지로

 형체가 없다.

시대정신은 더 이상 신전을 모른다. 이러한 마음의 낭비를

 우리는 더욱 은밀하게 아껴둔다. 그렇다.

한때는 기원과 봉헌과 갈망의 대상이던 것. 그런 것이 하나

 남아 있는 경우에도

그것이 이미 있는 모습 그대로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로

 들어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겐 그것이 눈에 띄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의 <내면에> 석주와 조각상을 더 크게 세울

 힘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두이노의 비가 중에서 P440~441

 

 

 

  1875년 프라하에서 미숙아로 태어났으며, 본명은 르네 카를 빌헬름 요한 요제프 마리아 릴케다. 릴케의 어머니는 릴케의 이름을 프랑스식으로 르네Rene라 짓고, 여섯 살까지 딸처럼 키웠다. 열한 살에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가지만 적응하지 못한다. 이후 로베르트 무질의 첫 장편『생도 퇴를레스의 혼란』의 배경이 되는 육군고등사관학교로 옮기나 결국 자퇴한다.

  1895년 프라하대학에 입학하고서 1896년 뮌헨으로 대학을 옮기는데, 뮌헨에서 릴케는 운명의 여인 루 살로메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평생 시인으로 살겠다고 결심한다. 살로메의 권유로 르네를 독일식 이름인 라이너로 바꿔 필명으로 사용한다. 1901년 조각가 클라라 베스트호프와 만나 결혼한다. 1902년 파리에서 로댕을 만나 그를 평생의 스승으로 삼는다. 클라라와 헤어진 릴케는 로마에 머무르며『말테의 수기』를 완성하였으며, 이후 1911년에 마리 폰 투른 운트 탁시스-호엔로에 후작 부인의 호의로 두이노 성에서 겨울을 보낸다. 이곳에서 바로 전 세계 시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게 될 릴케 만년의 대작이며 10년이 걸려 완성할『두이노 비가』의 집필을 시작한다.

  제1차세계대전이 끝나고 릴케는 스위스의 뮈조트 성에 머무는데, 이곳에서 그는 폴 발레리 등과 교유하며 여생을 보낸다. 발레리의 작품을 독어로 번역하고 또 직접 프랑스어로 시를 쓰던 시인은 1926년 백혈병으로 스위스의 발몽 요양소에서 죽는다

 

 

 

   

 

 

 

릴케(Rainer Maria Rilke)의 무덤

'시인의 詩를 읽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네 모습을 기억한다/ 네루다  (0) 2018.09.24
나의 시에게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0) 2018.09.14
강설/ 허연  (0) 2018.09.08
순수의 전조/ W. 블레이크  (0) 2018.09.01
처마 끝/ 박남희  (0) 2018.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