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雪國* 이야기
금동원
회색빛 하늘을 뚫고 하얗게 빛나는 이야기들이 까마득히 쏟아져 내린다.
나는 묻는다.
여기가 설국입니까
성벽처럼 쌓인 눈 속에 파묻힌 신사神寺 앞에서
온 몸을 던져 길을 내어 마중 나온
시마무라와 다마코, 슬프고 매혹적인 눈빛의 요코를 만나고
우리는 마주앉아 삼나무의 그늘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세상사의 헛사랑, 헛일인 허무와 공허의 골짜기로
쌓이는 눈의 하염없음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하루 해가 뜨고, 또 지고...
설국의 이야기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투명하게 흘러가는 세계를 바라본다
쌓이고 쌓여 가는 설국의 시간을 마주하고
세속적 의미를 부여하며 화려한 문구를 덧입혀
이 말할 수 없이 선명하고 아름다운 이 나라의 꿈같은
고요를 설명하지 않으리라
점점 사라져 가는 골짜기의 마을들과
더욱 높이 솟구쳤다 서서히 가라앉는 심연의 계곡을 향해
너는 무엇이냐
너의 이 하염없음은
너의 이 서러움은
우리는 이 나라에 갇힌 것인가
우리는 이 나라에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
시미즈 터널**을 지나
내가 살던 세상으로 나는 사라져가도
물번짐처럼 먼산 끝자락으로 부터 하얗게 밀려들며 쏟아지던
벅찬 눈보라의 환호를 잊지 않으리라
짧은 꿈의 환영을 걷어 내고
나의 세상 속으로 터벅터벅 걸어 들어와
신발에 묻어 있던 흰눈을 툭툭 털어낸다
* <설국> 은 일본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작품 이름이기도 하다
** <시미즈 터널> 일본 군마 현과니가타 현 사이에 잇는 국경을 지나는 터널
-시집 『우연의 그림앞에서』,( 계간문예,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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