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이 곳은 시인의 집! 문학과 예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듣고 말합니다

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나의 詩

개미 /금동원

금동원(琴東媛) 2018. 12. 12. 00:17

 개미

 

 금동원

 

 

 책장 아래를 아슬아슬 기어가는 저놈은

 어제보다 살이 올랐다.

 인간인 나보다 먹이를 더 잘 찾으며

 길과 집을 잘도 만들어 놓는다

 저놈이 나보다 낫다는 건 벌써 알고 있다.

 내가 길을 잃고 헤매는 동안 이놈은

 여러 곳에 삶을 저장해 두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각에 어울리는

 음식과 온도와 방을 잘 저장해두었다

 반드시 살아나갈 비상구와 밀실이 있는

 이놈이 징그럽다

 바닥에 박힌 때만도 못한 놈이 두렵다

 난 아직도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는 하루를 쥐고

 서성이고 있는데 말이다. 

 

 

-시집『여름낙엽』, ( 월간문학 출판부, 2008)

 

 

 

'나의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ARS 인생 /금동원  (0) 2019.01.06
변태 /금동원  (0) 2018.12.16
설국* 이야기/ 금동원  (0) 2018.11.17
고요함에 대하여 /금동원  (0) 2018.10.30
여름낙엽 /금동원  (0) 2018.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