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금동원
책장 아래를 아슬아슬 기어가는 저놈은
어제보다 살이 올랐다.
인간인 나보다 먹이를 더 잘 찾으며
길과 집을 잘도 만들어 놓는다
저놈이 나보다 낫다는 건 벌써 알고 있다.
내가 길을 잃고 헤매는 동안 이놈은
여러 곳에 삶을 저장해 두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각에 어울리는
음식과 온도와 방을 잘 저장해두었다
반드시 살아나갈 비상구와 밀실이 있는
이놈이 징그럽다
바닥에 박힌 때만도 못한 놈이 두렵다
난 아직도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는 하루를 쥐고
서성이고 있는데 말이다.
-시집『여름낙엽』, ( 월간문학 출판부,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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