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탄잘리』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박희진/ 서정시학
기탄잘리* 34
타고르
나의 존재를 조금만 남겨 주십시요. 그 존재에 의하여 당신을 나의
모든 것이라고 부를 수 있도록.
나의 의지를 조금만 남겨 주십시요. 그 의지에 의하여 나는 도처에
있는 당신을 느끼고, 모든 것 속에서 당신을 만나고, 어느 순간에도
당신에게 사랑을 바칠 수 있도록.
나의 존재를 조금만 남겨 주십시오. 그 존재에 의하여 내가 당신을
숨기는 일이 없도록.
나의 사슬을 조금만 남겨 주십시요. 그 사슬에 의하여 나는 당신과
영원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당신의 뜻은 나의 생명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그것이 바로 당신의 사랑입니다.
○작가 소개
인도의 시인·사상가·교육자. 아시아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인도의 문화와 정신을 세계에 알린 라빈드라나트 타고르는 1861년 5월 7일 캘커타의 명문 브라만 가정에서 막내로 태어났다. 여덟 살 때 처음 시를 쓰기 시작했고, 힌두 학교, 성 사비에르 학교 등을 잠깐씩 다녔으나 자연 속에서 배움의 시간을 보냈다. 그의 아버지 데벤드라나트 타고르는 인도의 근대 종교 개혁을 이끈 브라마 사마지의 지도자였다. 타고르는 열두 살이 되던 해에 아버지와 함께 몇 달 동안 인도의 각지를 여행하며 전기, 역사, 천문학, 현대 과학, 산스크리트어를 섭렵했고, 특히 고대 인도의 시인 칼리다사의 시를 깊이 연구했다.
15세 때 첫 시집 『들꽃』을 썼고, 다음해에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러나 1년도 채 되지 않아 되돌아온 그는 모국의 풍요로운 자연과, 그 속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깊은 애정을 느낀다. 특히 갠지스 강은 이후 타고르 문학의 중심 모티프가 된다. 그는 시, 소설, 희곡뿐 아니라 철학, 음악,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었고 깊은 정신세계를 소박하고 풍요롭게 표현해 냈다. 열성적인 교육자이기도 하여 샨티니케탄에 교육촌을 만들었고, 비스바-바라티 대학을 설립하여 문학 작품 활동으로 번 돈을 모두 기부했다.
심오하리만치 세심하고 신선하고 아름다운 운문에 절정의 기술을 더하여 자신의 시적 사상을 서구 문학의 일부로 자리매김한 그의 시 세계는 1913년 『기탄잘리』의 영역본으로 노벨상을 수상하며 더욱 빛을 발한다. 이후 1915년 영국으로부터 기사작위를 수여받았으나 1919년 암리차르에서의 대학살에 대한 항거의 표시로 그 작위를 반납했다. 1941년 여든 살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2천여 편의 시를 쓰고, 3천여 점의 그림을 그렸으며, 2천여 곡을 작곡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시집 『황금 조각배The Golden Boat』『초승달The Crescent Moon』『정원사The Gardener』, 희곡 『우체국The Post Office』『희생Sacrifice』, 소설 『고라Gora』 평론 『인간의 종교The Religion of Man』등이 있다.
역자
경기도 연천에서 출생하여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하였고 1975년에는 미국 아이오와 대학교 ‘국제창작계획’ 과정을 수료했다. 1955년 「문학예술」 추천으로 등단한 후 1961~67년 시동인지 「육십년대사화집」을 주재하였고, 자타가 공인하는 시낭독 운동의 선두주자로서 1979년 4월부터 '공간시낭독회' 상임시인을, 그리고 현재는 '우이시낭송회'와 '인사동시낭송회' 상임을 겸하고 있다. 월탄문학상, 한국시협상 등을 수상하였고, 1999년에는 보관문화훈장을 받았으며, 2007년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시집으로 “실내악”, “청동시대”, “빛과 어둠의 사이”, “연꽃 속의 부처님”, “4행시 400수”, “소나무 만다라”, “이승에서 영원을 사는 섬”, “산?폭포?정자?소나무”, “까치와 시인” 외 다수가 있다.
○목차
W. B. 예이츠 서문 ……… 6
1. 님은 나를 영원케 하셨으니 ……… 23
2. 님이 내게 노래하라 하실 때 ……… 24
3. 스승이시여! 나는 님이 어떻게 ……… 25
4. 내 삶의 생명이시여 ……… 26
5. 님의 곁에 잠시 앉아 ……… 27
6. 이 작은 꽃을 따 가십시오 ……… 28
7. 내 노래는 스스로의 ……… 29
8. 왕자의 옷으로 치장이 되고 ……… 30
9. 오 멍텅구리, 자기 어깨 위에 ……… 31
10. 이곳에 님의 발받침대가 ……… 32
11. 이런 찬송과 노래와 기도 ……… 33
12. 나의 여행 시간을 길고 ……… 34
13. 내가 부르려고 작정했던 노래는 ……… 35
14. 나의 욕망은 허다하고 ……… 36
15. 나는 님께 노래 불러 ……… 37
16. 나는 이 세상의 축제에 오라는 ……… 38
17. 나는 다만 그분의 두 손에 ……… 39
18. 구름 위에 또 쌓이는 구름으로 ……… 40
19. 만약 님이 말하지 않으시면 ……… 41
20. 연꽃이 핀 날에 ……… 42
21. 이젠 배를 띄워야 하겠구나 ……… 43
22. 비 내리는 칠월의 깊숙한 그늘 ……… 44
23. 벗이여, 이렇게 비바람 치는 밤에 ……… 45
24. 날이 저물거든, 새들도 ……… 46
25. 고달픈 밤엔 날 편안히 ……… 47
26. 그분은 오셔서 내 곁에 ……… 48
27. 빛, 오 빛은 어디에 ……… 49
28. 질곡桎梏은 완강하나, 내가 ……… 50
29. 나의 이름으로 에워싸인 ……… 51
30. 나는 혼자서 밀회의 길에 ……… 52
31. 수인囚人아, 말해다오 ……… 53
32. 이 세상에서 나를 사랑하는 ……… 54
33. 대낮이었을 때 그들은 ……… 55
34. 나의 것을 조금만 ……… 56
35. 그곳은 마음에 공포가 없고 ……… 57
36. 주여, 이것이 님에게 드리는 ……… 58
37. 나는 생각했습니다. 드디어 ……… 59
38. 난 님을 원합니다, 오로지 ……… 60
39. 가슴이 굳어 바싹 마를 때 ……… 61
40. 신이여, 불모不毛의 가슴속에 ……… 62
41. 나의 애인이여, 님은 ……… 63
42. 아침 일찍 수군거리는 소리가 ……… 6543. 그 무렵, 내겐 님을 맞이할 ……… 66
44. 그늘이 빛을 따르고 ……… 67
45. 당신은 그분의 조용한 발소리를 ……… 68
46. 나는 님이 얼마나 먼 옛날부터 ……… 69
47. 헛되이 그분을 기다리느라고 ……… 70
48. 침묵의 아침 바다는 ……… 71
49. 님은 님의 옥좌에서 ……… 73
50. 나는 마을길로 이집 저집 ……… 74
51. 밤이 와서 어두워졌습니다 ……… 76
52. 님이 목에 거시던 장미 화환을 ……… 78
53. 별들로 장식되고, 무수한 빛깔의 ……… 80
54. 나는 님에게 아무 것도 ……… 81
55. 그대의 마음엔 권태가 ……… 83
56. 이와 같이 내 안에 님의 ……… 84
57. 빛이여, 나의 빛 ……… 8558. 온갖 기쁨의 곡조로 하여금 ……… 86
59. 예, 나는 이것이 바로 ……… 87
60. 끝없는 세계의 바닷가에 ……… 88
61. 아기의 눈에 오락가락 ……… 90
62.내가 너에게 채색된 ……… 91
63. 님은 내가 알지도 못했던 ……… 92
64. 무성한 풀섶 사이 쓸쓸한 ……… 93
65. 이 넘쳐흐르는 내 생명의 ……… 95
66. 그녀는 항상 내 존재의 ……… 96
67. 님은 하늘이며 또한 ……… 97
68. 님의 햇빛이 두 팔을 펴고 ……… 98
69. 낮이나 밤이나 나의 혈관을 ……… 99
70. 이 율동의 기쁨과 ……… 100
71. 내가 나 자신을 소중히 ……… 101
72. 깊고 신비스러운 접촉으로 ……… 102
73. 나에게 해탈이란 현실방기現實放棄 ……… 103
74. 날은 저물고, 대지에는 ……… 104
75. 님의 선물은 우리들 인간의 ……… 105
76. 날이면 날마다, 오, ……… 106
77. 나는 님을 나의 신으로 ……… 107
78. 만물의 창조가 아직 새로워 ……… 108
79. 내가 금생에선 님을 만날 ……… 109
80. 나는 부질없이 하늘을 떠도는 ……… 110
81. 헛되이 보낸 많은 날을 ……… 111
82. 주여, 님의 손안에서 ……… 112
83. 어머니, 나는 내 슬픔의 ……… 113
84. 세계의 구석구석 퍼지어서 ……… 114
85. 무사들이 그들의 주인집에서 ……… 115
86. 님의 하인인 죽음이 ……… 116
87. 거의 절망적인 희망을 품고 ……… 117
88. 황폐한 사원의 신이여! ……… 118
89. 이젠 더 시끄럽고 요란한 ……… 119
90. 죽음이 당신의 문을 두드리는 날 ……… 120
91. 오, 생애의 마지막 성취인 ……… 121
92. 이 대지를 보는 나의 시력이 ……… 122
93. 작별할 때가 되었습니다 ……… 123
94. 내 떠날 시간이 되었으니 ……… 124
95. 내가 처음 이 생명의 문지방을 ……… 125
96. 이곳에서 내가 물러갈 때 ……… 126
97. 내가 님과 놀았을 무렵 ……… 127
98. 나는 내 패배의 뭇 기념품 ……… 128
99. 내가 키에서 손을 뗄 때엔 ……… 129
100. 형태 없는 완전한 진주를 ……… 130
101. 나는 한평생 나의 노래로 ……… 131
102. 나는 내가 당신을 알았다는 ……… 132
103. 오직 일심으로 님께 ……… 133
타고르 노벨문학상 수락 연설문 ………… 134
■[독자 리뷰]
kianller | 2017-04-18
그는 신을 믿는다. 그러나 신을 알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신을 자신이 안다는 독단에 기초하지도 않는다. 그저 세계에 주어진 것들을 바라보며 그것을 억지로 묘사하려고 하기 보다는 그저 마음속으로만 이해하며 초연히 그 세계가 자신 앞에 정체를 드러내기를 기다릴 뿐.어려운 어휘도, 장엄하고 장휘한 문체도 불필요하다. 단테의 신곡을 읽어 보았는가? 단테의 명문장에서는 어려운 어휘를 찾아보기가 매우 드물다. 기탄잘리 또한 마찬가지다. 단테의 믿음처럼 - 믿음이란 본디 증거가 필요치 않으니 - 그의 믿음 역시 순수한 하나의 신앙이었고 자신의 무지함을 순순히 인정하고 순종하며 세계가 자신에게 내려주는 운명과 '사물'들을 스스럼 없이 받아들이는 자였다. 발가벗은 채로 신 앞에 선 자의 걸작.
키에르키고르가 말하지 않았는가.
Self before god.
신앙만으로 신 앞에 설지어다.무신론이든, 유신론이든 결국 하나의 종교에 지나지 않는 현대라는 시대에서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신에 대한 최고의 찬사를 이 기탄잘리 안에 그는 모아 두었다.(아직 보편개념의 실재에 대해 밝혀지지 않은 바)때문에 회의주의와 불가지론, 무신론이 지배하는 현대라는 시대이건만, 그의 노벨 수상에는 한림원의 어느 누구도 이견이 없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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