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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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詩를 읽다

기도하는 시간을 위한 책 / 릴케

금동원(琴東媛) 2019. 2. 26. 23:52

기도하는 시간을 위한 책


릴케

 

나는 세상에서 무척 외롭지만, 매 순간을 신성하게 할 만큼

외롭지는 않습니다.

나는 세상에서 너무 작지만

영리하고 드러나지 않게

당신 앞에 꼭 무슨 물건처럼 놓여 있을 만큼

그렇게 작지는 못합니다.

나는 내 자신의 의지를 원하며, 다만 내 의지와

함께하기를 원합니다- 그게 행동을 향해 움직일 때,

그리고 침묵 속에서, 때로 시간이 좀체 흐르지 않아

뭔가 가까이 오고 있을 때,

나는 알 수 없는 것들을 아는 사람들과 같이 있고 싶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혼자 있겠어요.

나는 당신의 온몸을 위한 거울이고 싶으며,

또한 당신의 무겁고 흔들리는 영상을 지탱하지

못할 만큼 눈멀거나 늙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드러나고 싶습니다.

나는 드러나지 않은 채 어디 있고 싶지 않아요,

내가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는, 나는 한 거짓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당신 앞에서 내 사물의 파악이

참된 것이기 바랍니다. 나는 자신을,

아주 오랫동안 가까이서 본 그림처럼

그리고 싶으며,

내가 마침내 이해한 말처럼 말하고 싶습니다.

내가 매일 쓰는 주전자처럼,

내 어머니의 얼굴처럼

험한 폭풍우를 뚫고

안전하게 나를 데려가는

배처럼.

 

-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릴케 시 여행, (문학판, 2015)

 

 (작은 노트)  외로움과 작음의 질적 상한선 하나를 우리는 여기서 만난다. 자신에 대해서나 사물에 대해서나 그 앎이 참된 것이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어찌 이 시인만의 바람이야. (정현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