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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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詩를 읽다

고대 아폴로의 토르소/ 릴케

금동원(琴東媛) 2019. 8. 14. 09:04

 

고대 아폴로의 토르소*

 

릴케

 

우리는 그 속에서 눈망울이 익은

그 미문(未聞)의 머리를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의 토르소는 촛대처럼 아직도 이글거리고 있습니다.

쳐박혀진 채이지만 그 속엔 그의 응시가 있습니다,

 

변하지 않고 번쩍입니다. 그렇거나 그 가슴의 굽은

만(灣)은

당신의 눈을 부시게 할 수는 없을 것이며, 엉덩이를

가볍게 뒤틀 때에도 생식의 요람인 저 중심에

한 가닥 미소가 흐르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다거나 이 돌덩이는 어깨 아래로는 모두 떨어져

투명해진,

일그러진 작은 입신(立身)이겠죠.

맹수의 껍질만큼도 빛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의 어떤 가장자리에서도

마치 별에서와 같은 빛은 없을 것입니다. 당신을

못보는 곳은

거기엔 없습니다. 당신은 생활을 바꿔야 하겠습니다.

 

*토르소: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Torso aua Milet>를 모델로 한 조각상에서 나온 것으로근육이 잘 발달된 남자의 머리와 손발이 없는 동체, 아폴로의 토르소가 바로 이것인지는 불분명하다

- 『검은 고양이』, (민음사, 1999)

 

 

 

검은 고양이』

 릴케 저/김주연 역/민음사

 


  장미를 좋아했고, 장미를 노래했던 모순에 가득 찬 시인 릴케의 시집. 역자는 릴케의 시가 쉬우면서도 오래 읽혀지고 읽을수록 깊이 깊이 바닥없이 내려 앉는 감동을 수반하는 것은 어두운 심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신이 무엇이며 천사가 무엇인가, 본질이 무엇이며 존재가 무엇인가 하는 어려운 질문들을 이렇듯 소박하게 단순화할 수 있는 즐거움이 릴케를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라고 한다. <검은 고양이>,<여름비 앞에서>,<장미의 속> 등 50여편의 시를 한데 묶었다. 


 

○목차

 

신부 / 정적 / 소년 / 고독한 사내
가을날 / 기도 / 저녁 / 사랑의 노래
시인에게 바치는 여인의 노래 / 시인의 죽음
중세의 신 / 시체 공시장 / 시인 / 죽음의 체험
이별 / 여름비 앞에서 / 1906년 자화상 / 여인의 운명
고대 아폴로의 토르소 / 사랑에 빠져 있는 여인 / 장미의 속
자장가 / 광희 속의 부처 / 불평 / 천사에게 / 왕
돈 주앙의 어린 시절 / 검은 고양이 / 누이들 / 폭풍
바다의 노래 / 죽음의 춤 / 위대한 밤 / 어두운 시간을
내 영혼은 당신 앞에서 한 여인 / 우리는 다만 껍질이며 잎사귀이나까요
거기서 사람들은 살고 있었습니다 / 깊은 밤마다 그대를 팝니다
내 눈빛을 꺼주시오 / 당신은 위대합니다 / 그대 어둠이여
민요 / 장미 / 낡은 집에서

해설 / 김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