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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詩를 읽다

뜨거운 돌/ 나희덕

금동원(琴東媛) 2019. 10. 13. 15:39

뜨거운 돌

 

나희덕

 

          

움켜쥐고 살아온 손바닥을

가만히 내려놓고 펴 보는 날 있네

지나온 강물처럼 손금을 들여다보는

그런 날 있네

그러면 내 스무살 때 쥐어진 돌 하나

어디로도 굴러가지 못하고

아직 그 안에 남아 있는 걸 보네

       

가투 장소가 적힌 쪽지를 처음 받아들던 날

그건 종이가 아니라 뜨거운 돌이었네

누구에게도 그 돌 끝내 던지지 못했네

한번도 뜨겁게 끌어안지 못한 이십대

火傷마저 늙어가기 시작한 삼십대

던지지 못한 그 돌

오래된 질문처럼 내 손에 박혀 있네

          

그 돌을 손에 쥔 채 세상과 손잡고 살았네

그 돌을 손에 쥔 채 글을 쓰기도 했네

문장은 자꾸 걸려 넘어졌지만

그 뜨거움 벗어나기 위해 글을 쓰던 밤 있었네

만일 그 돌을 던졌다면, 누군가에게, 그랬다면

삶이 좀더 가벼울 수 있었을까

오히려 그 뜨거움이 온기가 되어

나를 품어 준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기도 하네

         

오래된 질문처럼 남아 있는 돌 하나

대답도 할 수 없는데 그 돌 식어 가네

단 한 번도 흘러넘치지 못한 화산의 용암처럼

식어 가는 돌 아직 내 손에 있네


- 『그곳이 멀지 않다』(민음사,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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