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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詩를 읽다

나의 새/ 잉게보르크 바흐만

금동원(琴東媛) 2020. 2. 26. 00:56

나의 새

 

잉게보르크 바흐만

 

무슨 일이 일어난다 해도: 짓밟힌 세계는

땅거미 속으로 다시 주저앉고,

숲들은 그 세계를 위해 수면제를 준비할 때,

파수꾼들이 떠나버린 탑으로부터

차분하고 꿋꿋이 부엉이의 눈이 내려다보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난다 해도: 너는 너의 시간을 알고 있다.

나의 새여, 나는 너의 너울을 쓰고

안개를 헤치며 나를 향해 날아온다.

 

우리는 불량배들이 사는 환경 속에서 주시하고 있다.

너는 나의 눈짓을 따라, 박차고 나가

깃털과 가죽을 휘몰아댄다-

 

나의 백발의 어깨동무여, 나의 무기여,

나의 단 하나뿐인 무기인 그 깃털을 꽂고 있는 벗이여!

나의 단 하나뿐인 장식품: 그것은 네가 준 너울과 깃털뿐

 

나무 밑 춤추는 침엽들로

나의 살갗이 얼얼하고

허리까지 오는 수풀이

향기로운 잎새들로 나를 유혹해도

나의 고수머리가 뱀처럼 날름거리고.

일렁이며 물기를 애타게 찾으면,

별똥별들은 정확하게

나의 머리칼 위로 떨어진다.

 

내가 연기의 투구를 쓴 채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다시 알 때면,

나의 새여, 나의 밤의 든든한 배경이여,

내가 한밤중에 용기를 내면,

어두운 숲 속에서 바스락 소리가 나고,

나는 내 가슴 속에서 불꽃을 낸다.

 

내가 내 본 모습대로 용기백배하여

불꽃의 사랑을 받고 있으면,

마침내 나무줄기에서 송진이 흘러나와

상처들 위로 뚝뚝 떨어져, 대지가

따뜻해지도록 실을 지을 때면,

(밤마다 네가 나의 심장을 남김없이 앗을지라도,

나의 믿음의 새여, 나의 충절의 새여!)

네가 편안한 마음으로

멋진 고요함 속에 날아드는-

저 망대는 빛 속으로 들어선다,

무슨일이 일어난다 해도.

 

-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자연사랑,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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