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여행가방》 -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집
귄터 그라스,J.M.G. 르 클레지오,비스와바 쉼보르스카,알베르 카뮈,오에 겐자부로,이보 안드리치,토니 모리슨,주제 사라마구,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오르한 파묵,가오싱젠 / 문학동네
J. M. G. 르클레지오(프랑스, 2008년 수상), 오르한 파묵(터키, 2006), 가오싱젠(중국, 2000), 귄터 그라스(독일, 1999), 주제 사라마구(포르투갈, 1998), 비수아바 심보르스카(폴란드, 1996), 오에 겐자부로(일본,
1994), 토니 모리슨(미국, 1993),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콜롬비아, 1982), 이보 안드리치(구 유고슬
라비아, 1961), 알베르 카뮈(프랑스, 1957). 이 열한 명의 빛나는 수상 연설을 한 권으로 묶었다.
이들의 수상 연설을 찬찬히 살펴보면 이들이 어떠한 삶의 경험과 동기,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작가로서 꿈을 키우고 작가의 길로 들어서고 마침내 세계적인 작가가 되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는가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이 작가들의 문학성과 문체 스타일이 고스란히 반영된 연설들은 그 수준 또한 높아서 이 작가들의 문학 작품 한 편을 보는 듯한 느낌까지 들게 한다. 또한 각 작가들의 전문가라 할 수 있는 국내 필진들이 연설 전문을 번역하고, 연설 내용과 그 작가의 작품 세계에 관한 간결한 해설을 함께 실었다.
생애 단 한 번 주어지는 수상 연설, 전 세계가 주목하는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을 통해 작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문학 세계와 작가관, 사회의식을 피력하고, 세계 문학이 어떻게 소통하고 긴장관계를 유지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에 관한 견해를 밝히는 작가들. 이들을 만나는 일은 분명가슴 설레는 일이며, 특히 문학을 좋아하고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자신이 문학과 닿고 있던 접촉면을 크게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에서
당신은 왜 글을 씁니까? 저는 쓰고 싶어서 씁니다! 제가 쓴 것 같은 책들을 읽고 싶어 씁니다. 오로지 현실을 바꾸었을 때에만 그것을 견뎌낼 수 있기 때문에 씁니다. 종이, 연필 그리고 잉크 냄새를 좋아하기 때문에 씁니다. 삶, 세계, 모든 것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고 경이롭기 때문에 씁니다. 삶의 그 모든 아름다움과 풍부함을 단어들로 표현하는 것이 즐겁기 때문에 씁니다. 도무지 행복할 수 없었기 때문에 씁니다. 행복하기 위해 씁니다. - '오르한 파묵 수상 연설' 중에서
이 세계, 즉 삶에서뿐만 아니라 문학에서 저의 위치에 대해 제가 품고 있던 근본적인 명제는 제가 '중심부에 있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세계의 중심부에는 우리의 삶보다 더 풍부하고 매력적인 삶이 있었습니다. ... 마찬가지로, 세계문학은 존재하되 그 중심은 저와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습니다. 실상 제가 생각했던 것은 서양문학이지 세계문학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터키인은 그 경계 밖에 있었습니다. -54쪽
작가는, 모든 사람들이 알고는 있지만 자신이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넘어가는 것들에 대해 언급합니다. ... 방 안에 갇혀 오랜 세월 동안 기교를 발전시키고, 어떤 세계를 건설하려고 노력하는 작가는 자신의 비밀스런 상처로부터 시작된 글쓰기를 통해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인류에게 깊은 믿음을 보여주는 셈입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도 작가의 상처들과 유사한 것을 가지고 있으며, 그 때문에 그들은 서로 닮았고, 서로를 이해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진정한 모든 문학은 인간들이 서로 닮았다는 이러한 순진하고 낙관적인 믿음에 근거합니다. 방에 틀어박혀 수년 동안 글을 쓴 사람은 바로 이러한 인간애 그리고 중심부가 되지 못한 세계에 호소하고 싶어합니다. -59쪽
그렇다고 문학이 사실 기록과 동일하다는 말은 아닙니다. 우리는 실록과 증언이 제공하는 사실이 얼마나 적은지 알아야 합니다. 게다가 그것들은 종종 사건의 원인과 동기를 감추기도 합니다. 문학이 진실을 다룬다는 말은 인간의 내면에서부터 사건의 전개 과정까지 남김없이 드러낸다는 뜻이니, 이것이 바로 문학이 가진 힘입니다. -89쪽
○출판사 리뷰
해마다 10월이 되면 전 세계가 스웨덴을 향해 시선을 집중하고 귀를 쫑긋 세운다. 올해는 과연 누가 수상자가 될 것인가, 어느 나라 작가일까, 시인일까 소설가일까 하는 관심이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에 쏠리는 것이다. 매년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되었던 작가들이 다시금 언론에 오르내리고 발표일이 가까워지면서 분위기는 한껏 고조된다. 특히 지금까지 한 명의 후보자도 내지 못한 우리나라는 ‘혹시 올해는 우리 작가?’ 하는 기대감에 더욱 큰 관심을 갖고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를 기다린다. 그리고 그해의 수상자가 발표되고 나면, 그 혹은 그녀가 과연 어떤 작가인지, 어떤 작품을 썼기에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노벨문학상을 탔는지 알기 위해 수많은 독자들이 작가의 작품을 찾아 읽는다. 그리고 그 관심은 다시 다음 해로 이어진다.
이렇듯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들의 수상 연설을 모은 연설집이 국내에서 처음 출간되었다. 한국외대 외국문학연구소와 문학동네 출판사가 함께 기획해 수상 작가들의 국내 인지도, 작가의 출신 국가, 연설의 내용 등을 기준으로 열한 명의 수상자를 가려뽑아 각 작가들의 전문가라 할 수 있는 국내 필진들이 연설 전문을 번역하고, 연설 내용과 그 작가의 작품 세계에 관한 간결한 해설을 함께 실었다.
1901년 프랑스 작가 쉴리프뤼돔을 첫 수상자로 선정한 노벨문학상의 역사는 백 년의 시간을 넘어선 지 오래다. 그 긴 시간 동안 수상 작가들은 매년 스웨덴 한림원 강당에서 수상 연설을 했고, 해를 거듭할수록 연설의 내용은 그 깊이를 더해갔다. 연설에 주어진 시간은 짧지만, 수상자는 그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문학 세계 전반을 정리하고 작가로서의 경험과 고뇌, 사회와 작가의 관계를 언급하며 세계 문학이 나아갈 바에 관한 견해를 피력한다. 따라서 수상 작가의 연설을 듣는 것은 그 작가의 모든 작품을 한 번에 읽는 것 혹은 문학관과 작가의식을 이해하는 지름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상자들은 작품을 쓸 때만큼이나 많은 노력과 고민을 기울여 연설문을 썼다고 밝힌다. 그래서 연설문 하나하나가 모두 완결된 하나의 작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거기다 세계가 인정하는 세계 문학의 거장들이 아닌가. 그들이 직접 들려주는 세계의 문학, 문학의 세계에 관한 강렬한 메시지는 분명 한국 독자들의 문학적 감수성을 한껏 자극할 것이다.
J. M. G. 르클레지오(프랑스, 2008년 수상), 오르한 파묵(터키, 2006), 가오싱젠(중국, 2000), 귄터 그라스(독일, 1999), 주제 사라마구(포르투갈, 1998), 비수아바 심보르스카(폴란드, 1996), 오에 겐자부로(일본, 1994), 토니 모리슨(미국, 1993),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콜롬비아, 1982), 이보 안드리치(구 유고슬라비아, 1961), 알베르 카뮈(프랑스, 1957). 이 열한 명의 빛나는 수상 연설을 한 권으로 묶었다.
이들의 수상 연설을 찬찬히 살펴보면 이들이 어떠한 삶의 경험과 동기,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작가로서 꿈을 키우고 작가의 길로 들어서고 마침내 세계적인 작가가 되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는가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이 작가들의 문학성과 문체 스타일이 고스란히 반영된 연설들은 그 수준 또한 높아서 이 작가들의 문학 작품 한 편을 보는 듯한 느낌까지 들게 한다.
“새로운 출발, 시적 모험, 관능적인 희열이 넘치는 작품으로 지배적인 문명 너머 또 그 아래에서 인간을 탐사한 작가”라는 평을 받은 르클레지오는 유년 시절의 전쟁 경험과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 오랫동안 체류하며 보고 듣고 접한 것들이 어떻게 자신의 문학을 형성하는 밑거름이 되었는지, 그리고 21세기 첨단 정보화 시대에 문학이 진정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수도승처럼 자신을 집필실에 가둬야만 하는’ 고독한 작가의 길을 택한 자신과는 달리 작가를 꿈꾸었음에도 끝내 그 길을 포기하고 일상의 안락한 삶을 택한 아버지를 보면서 한때 분노와 질투심을 느끼기도 했던 오르한 파묵은 이후에 아버지를 이해하고 자신에게 문학의 길을 열어준 이가 바로 아버지였음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아버지의 여행가방’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들어 풀어낸다.
수상 연설 자리에서 모든 청중이 일제히 열광적인 기립 박수를 보낸 것으로 유명한 토니 모리슨의 연설은 ‘언어의 연금술사’라 불리는 그녀의 명성을 다시 한번 확인해준다. 실제로 스웨덴 한림원 위원인 스투레 알렌은 그녀의 연설이 한 편의 산문시와 다름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토니 모리슨은 “옛날 옛적에 한 노파가 살고 있었습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장님이었지만 현명한 노파였지요”라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 민담의 한 구절로 연설을 시작해, 새 한 마리를 손에 들고 그 노파를 찾아온 젊은이들과 노파와의 대화를 통해 ‘언어’의 중요성과 과거의 문학, 그리고 젊은이들로 대표되는 미래의 문학에 대해 탁월한 비유와 상징을 사용해 유려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일흔둘이라는 나이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귄터 그라스의 연설은 사회적, 역사적 경험이 풍부한 만큼 그 내용 또한 거의 한 세기를 아우른다. ‘이야기’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며 시작된 연설은 그만의 독특한 글쓰기 방식인 우화적 비유로 현대 세계의 위기를 진단하고, 그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가 이루어져야 하며 또한 미래에 무엇이 계속 이야기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탁월한 견해를 내놓는다.
『눈먼 자들의 도시』로 우리에게 친숙해진 포르투갈 작가 주제 사라마구는 ‘환상역사소설’의 대가답게 스스로를 자신의 소설 속 인물로 환원하여 데뷔작부터 마지막 작품까지 언급하면서 자기 문학의 원천을 밝힌다. 이를 통해 사라마구는 자신이 창조해낸 소설 속 인물들을 그 자체 살아 있는 존재로 바라보며 그들로부터 무엇을 배우고 어떤 식으로 그들과 소통하며 문학 세계를 구축해왔는가를 이야기한다.
이와 같이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들은 생애 단 한 번 주어지는 수상 연설, 전 세계가 주목하는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을 통해 작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문학 세계와 작가관, 사회의식을 피력하고, 세계 문학이 어떻게 소통하고 긴장관계를 유지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에 관한 견해를 밝힌다. 따라서 문학을 좋아하고 특히나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문학에 관한 폭넓은 교감을 제공해줄 수 있는 글이 바로 이들의 수상 연설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각 작가의 전문가들이 필자로 참여해 연설에 해설을 덧붙임으로써 각 작가와 작품 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는 『아버지의 여행가방―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집』은 색다른 형태의 문학 입문서로서도 의미를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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