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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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시인의 詩를 읽다

동행.2 /금동원

금동원(琴東媛) 2022. 1. 23. 11:41

 

《동행.2》 -장애인 안내견

 

 금동원

 

" 다음에 내리실 역은 급행열차로 갈아타실 수 있는 환승역입니다."

누가 먼저 안내방송을 들었던 것일까

침착하고 차분하게 서로의 손을 잡고 서있는

풍경이 아름답다

 

스르르 전철 문이 열리자 여섯 개의 발이 동시에 걸어나간다

모두들 넋이 빠져 교차하는 아수라장의 번잡함 속에서

두 주인공만이 정지된 듯

고요하게

아주 우아하고 당당하게

익숙한 리듬으로 슬로우 퀵퀵,

춤을 추듯

네개의 발과 두 개의 발이

서로의 박자에 맞춰 맞은 편 전철 안으로 사라져간다

 

오랫동안 믿고 교감해온 익숙한 호흡

잠시 꿈 속에 있었던 듯

별빛  밝은 은하수를 따라 어디론가 미끄러져 가고 있는 듯

충만하고 눈부신 청정함으로 지하철 환승역의 탁한 공기를

맑게 순환시켜 놓고 기차는 출발했다

 

- 《우연의 그림 앞에서》, (2015, 계간문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