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2》 -장애인 안내견
금동원
" 다음에 내리실 역은 급행열차로 갈아타실 수 있는 환승역입니다."
누가 먼저 안내방송을 들었던 것일까
침착하고 차분하게 서로의 손을 잡고 서있는
풍경이 아름답다
스르르 전철 문이 열리자 여섯 개의 발이 동시에 걸어나간다
모두들 넋이 빠져 교차하는 아수라장의 번잡함 속에서
두 주인공만이 정지된 듯
고요하게
아주 우아하고 당당하게
익숙한 리듬으로 슬로우 퀵퀵,
춤을 추듯
네개의 발과 두 개의 발이
서로의 박자에 맞춰 맞은 편 전철 안으로 사라져간다
오랫동안 믿고 교감해온 익숙한 호흡
잠시 꿈 속에 있었던 듯
별빛 밝은 은하수를 따라 어디론가 미끄러져 가고 있는 듯
충만하고 눈부신 청정함으로 지하철 환승역의 탁한 공기를
맑게 순환시켜 놓고 기차는 출발했다
- 《우연의 그림 앞에서》, (2015, 계간문예)
'시인의 詩를 읽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백꽃 유서/ 이애정 (0) | 2022.02.12 |
---|---|
바람이 불어 / 윤동주 (0) | 2022.02.06 |
이름 부르기/ 마종기 (0) | 2022.01.17 |
오어사(悟漁寺)에 가서 원효를 만나다/ 황동규 (0) | 2021.12.02 |
조용한 일/ 김사인 (0) | 2021.1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