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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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시인의 詩를 읽다

사랑스러운 추억/ 윤동주

금동원(琴東媛) 2022. 9. 19. 09:27

사랑스런 추억

 

윤동주

 

봄이 오던 아침, 서울 어느 쪼그만 정거장에서

희망과 사랑처럼 기차를 기다려

 

나는 플랫폼에 간신한 그림자를 떨어트리고,

담배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연기 그림자를 날리고

비둘기 한 떼가 부끄러울 것도 없이

나래속을 속 속 햇빛에 비춰, 날았다.

 

기차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

나를 멀리 실어다 주어,

 

봄은 다 가고―― 동경교외 어느 조용한

하숙방에서, 옛 거리에 남은 나를 희망과

사랑처럼 그리워한다.

오늘도 기차는 몇 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 가차운 언덕에서

서성거릴 게다.

 

 ――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1942년 5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