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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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詩를 읽다

바다의 미풍/ 말라르메

금동원(琴東媛) 2022. 6. 16. 00:31

바다의 미풍

                                                       스테판 말라르메

 

오! 육체는 슬퍼라,

그리고 나는 모든 책을 다 읽었다.

떠나 버리자, 저 멀리 떠나 버리자. 느껴진다

새들이

낯선 거품과 하늘 가운데 있음에 취하였구나.

그 무엇도, 두 눈에 어린 오래된 정원들도

바닷물에 적셔지는 이 마음을 잡아두지 못하리,

오, 밤이여! 잡아두지 못하리,

백색이 가로막는 빈 종이 위의 황량한 불빛도,

제 아이 젖 먹이는 젊은 아내도.

나는 떠나리라! 너의 돛을 일렁이는 기선이여

이국의 자연을 향해 닻을 올려라!

잔혹한 희망에 시달리는 어느 권태는

아직도 손수건의 그 지극한 이별을 믿고 있구나!

그런데, 돛대들이 이제 폭풍을 부르니

어쩌면 바람에 기울어 난파하는 돛대들인가

길 잃고 돛도 없이 돛도 없이,

풍요로운 섬도 없이……

그러나,

오 나의 마음아, 뱃사람들의 노랫소리를 들어라.

 

......말라르메는 현존을 떠나고 싶어 했다. 육체는 슬프고 모든 책은 이미 읽어 버렸으니까. 육신의 한계를 알고,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어 버린 자에게 남겨진 건 무엇이었을까? 탈주밖에 없지 않았을까? 인간의 육체로부터 인간이 구현한 대도서관으로부터 탈주하는 것, 그것이 말라르메의 꿈 아니었을까? 「바다의 미풍」은 그래서 선언문이다

-『시의 미소』: 허연 시인과 함께 읽는 세계시인선/ 민음사 중에서

 

◎스테만 말레르메 Stephane Mallarme(1842~1898)

상징주의 문학을 개척한 19세기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의「악의 꽃」에 강한 영향을 받았으며, 시인의 인상과 시적 언어 고유의 상징에 주목한 상징주의의 창시자로 알려져있다. 폴 베를렌, 아르튀르 랭보와 더불어 19세기 후반 프랑스 시단을 주도했다. 주요 작품 : 장시 <목신의 오후>, <던져진 주사위>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