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
올해 한여름 날씨가 심상치 않다. 이런 무더위는 난생처음 느껴보는 듯 살인적이다. 장마가 끝난 후 찾아드는 후덥지근하고 찌는 듯한 무더위는 늘 속수무책이다. 그러나 올해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기후 온난화로 인한 자연 생태계의 환경 변화가 불길한 예언처럼 적중해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실제 아열대 기후로 점점 바뀌어 가고 있는 게 아닌가 우려의 마음이 들기도 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다. 불가항력으로 어쩌지 못할 때 주어진 상황을 차라리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라는 뜻이 숨어있다. 어떤 위험성을 내포한 난감한 문제나 재해와 맞닥뜨렸을 때는 당연히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보는 게 지혜로울 수 있는 예외도 있지만 말이다. 올여름처럼 연일 밤낮을 쉬지 않고 휘몰아치는 열대야와 고온다습의 기후는 어지간해서는 견뎌내기가 쉽지 않다. 서울은 118년 만에 최장 열대야이며 제주도만 해도 30일 이상의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자연현상이 보여주는 교훈을 받아들이며 숨 막히는 이 더위를 우선 지혜롭게 넘겨야 할 것 같다. 요즘 역대 가장 많은 관중을 불러모으며 인기몰이 중인 스포츠가 프로야구라고 한다. 계속되는 열대야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수록 야구장을 찾는 관중이 점점 더 늘어 매 경기가 있는 날은 만석이라고 한다. 더위를 극복하고 즐겨보려는 방법이 분명하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자성어에 ‘이열치열以熱治熱’. ‘열은 열로써 다스리고 힘은 힘으로 제압한다’는 뜻으로 더위에 뜨거운 음식이나 따뜻한 차를 마시며 무더위를 이겨보려고 할 때 흔히 인용된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쉽게 지치고 힘들겠지만 뜨거운 여름이 주는 매력과 활력을 긍정적으로 찾아 즐겨보자는 뜻이 숨어있다.
카뮈의‘여름’이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있다, “당신의 심장이 그저 미지근할 뿐이거나, 당신의 영혼이 그저 빈약한 짐승에 불과하거든, 정말이지 그곳에 가지 말라!” 카뮈가 좋아했던 고향 알제리 오랑 지방의 뜨거운 여름 풍경과 정서를 표현한 것이다. 겨울이 가질 수 없는 짙푸른 녹음과 풍성한 대자연의 여유와 자유로움, 매미의 터질듯한 열정과 살이 타들어 갈 듯 찬란한 태양의 생명력에서 무더위를 넘어서는 자연의 경이로움과 교훈을 받아들여 본다. 정신이 번쩍 드는 차가운 제주 용천수 노천탕에 발을 담가보거나 시원한 수박 한 입을 베 물며 남은 여름의 건강한 무더위를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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