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
요즘 MZ 세대들 사이에 유행하는 ‘텍스트 힙’이라는 말이 있다. 글자를 뜻하는 텍스트와 개성을 뜻하는 은어 힙을 합성한 신조어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책을 읽고 즐기는 지적 활동, 독서를 하는 것이 멋지다는 뜻이다. 동네의 작은 독립서점이나 북카페 등에서 책을 구매하고 독서 클럽을 만들어 책을 토론한다. 그들의 일상적 생활 전반은 차별화된 유행을 따르는 문화와 연결되어있고 그것도 멋이다. 독특한 개성과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스타일로 즐기는 놀이가 책 읽기라니 우선 반갑다. 세대 차이가 느껴지지만, 책을 멋이나 유행으로 읽든 지적 목적으로 읽든 책을 읽겠다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얼마 전 한국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한강 작가가 2024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대한민국의 격과 문화적 위상을 한 단계 높이는 경사이자 문학계의 말할 수 없는 기쁨이다. 이미 여러 다양한 예술문화 분야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만큼 수준이 높아졌지만, 노벨문학상은 남다를 수밖에 없는 감회다. 수상자인 한강 작가는 50대 초반의 젊은 수상자이다. 20세기에 들어와서는 알베르 카뮈 이후 가장 젊은 작가라고 한다, 지금까지 써온 작품을 인정받은 것과 동시에 앞으로 계속 발표될 새로운 작품들에 대한 기대도 함께 누릴 수 있는 동시대 작가라는 게 더욱 뜻깊다. 부가적으로 당연한 열풍이지만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작품을 읽어보려는 독자들로 한강 작가의 책은 아직도 부분적으로 품귀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대형 서점에서조차 구할 수 없는 책들이 많고 지방의 작은 서점들은 책을 비치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당장 구매해 작품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과 호기심이 하나의 현상처럼 야단법석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책을 구하기 쉬워질 것이다. 오랜 시간 침체에 빠져있던 출판업계는 서점가에 불어닥친 '한강 열풍'으로 인해 활력을 되찾았다.
반가운 소식은 청소년과 MZ 세대들 사이에서도 책을 읽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고 한다. SNS에 익숙하고 숏폼에 길든 젊은 친구들에게 긴 호흡의 장편소설을 읽는다는 건 새로운 방식의 즐거움을 즐길 기회다. 종이책을 좋아하고 시집이나 문학책을 즐기는 이들도 많지만, 점점 디지털 문화와 오락에 시간을 뺏기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가을이 오면 ‘천고마비의 계절’, ‘독서의 계절’ 하면서 독서를 장려하고 계절적으로도 분위기를 만들었다. 조용한 카페나 낙엽 흩날리는 나무 벤치에서 좋아하는 시집이나 마음을 적시는 영혼의 책을 읽던 즐거움과 낭만이 아련한 추억으로 아득하다. 따뜻한 커피와 향긋한 차 한 잔과 함께 하는 독서는 주변을 짙은 사색의 공간으로 만든다. 깊어가는 늦가을 좋아하는 책 한 권 완독해보자. 멋지고 개성 넘치는 텍스트 힙에 동참해보는 즐거움도 행복하겠다. 중요한 건 그 자체가 내면을 풍부하고 단단하게 만드는 성장이고 건강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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