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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반고흐,영혼의 편지

금동원(琴東媛) 2010. 10. 19. 01:46

 

 

 

가을이 제법 익었습니다. 단풍이 가장 먼저 온다는 설악산의 천불동 계곡이나 대청봉에는 이미 가을의 향연이 시작되었고 우리들 마음도 더불어 깊은 사색의 향기로 익어갑니다. 먼 옛날이야기처럼 아련한 젊은 시절 자주 불렀던 노래가 생각납니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흩어진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 그때는 왠지 코트 깃을 세우고 낙엽진 길을 걷는 고독하고 외로운 여자가 멋져보이는 아름다운 날들이였지요. 지금 생각하면 한없이 낭만적이고 순수한 시절입니다.

기다릴 시간도 생각할 시간도 주지 않는 실시간의 e-mail을 주고 받으면서 편지지에 편지를 써 본지가 언제였는지 아득한 오래 전의 일입니다. 당연히 받아본 지도 오래되었습니다. 생일카드나 크리스마스 카드도 휴대폰 문자로 대신하면서 감정은 점점 단조롭고 편리해집니다. 한번쯤 되돌아 보다가도 초간단, 초간편의 감정 전달에 익숙해진 저를 발견합니다. 당연한 21c식 표현이라고 합리화 하면서도 조금은 씁쓸합니다. 나이들면서 점점 아나로그식의 정서가 그립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은 자꾸 뒤돌아 추억하는 날이 많아지는 세월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말입니다.

가을하면 생각나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있습니다. 강렬하고도 샛노란 색채의 작품 '해바라기'는 늘 저의 가을에 등장합니다. 영혼의 화가, 태양의 화가  반고흐는 혹독한 가난과 고독으로 외로운 일생을 보냈습니다. 그런 그에게 빛처럼 위로가 되었던 남동생 테오는 후원자이자 친구였지요. 남동생 테오와 주고 받은 편지만 668통이 남아 있습니다. 테오, 어머니, 여동생,고갱등 많은 지인들과 나누었던 편지에는 인간적이고 마음 따뜻한 그의 사랑과 삶의 철학을 발견하고 느낄 수 있습니다.  편안하고 친근하며 때론 진지하고 철학적인 편지만이 줄 수 있는 감동이 있습니다. 편지는 이렇듯 누구에게나 잔잔한 여운과 그리움을 남겨줍니다. 이 가을 반 고흐의 고독한 인생 철학과 삶의 향기가 녹아 있는 영혼의 편지 읽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그리고 그리운 누군가에게 편지 한번 써 보시면 좋겠습니다.

자연은 참 평온하지만 거스를 수 없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똑같은 가을 그러나 다른 가을, 똑같은 우리 그러나 다른 우리, 똑같아서 감사하고 달라서 감사한 오늘, 작은 기도의 소망으로 더욱 깊어지고 향기로와진 당신을 발견하시기 바랍니다. 가을 향기로 가득한 당신의 빛나는 눈빛을 기대합니다. (금동원)

 

 

출판사:예담

출판년도: 2006년

책 속에는 편지를 쓴 시기와 비슷한 시기의 작품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