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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난설헌(최문희 作)

금동원(琴東媛) 2012. 12. 16. 21:21

 

 

 

이 소설은 제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이다.

최명희 작가의 <혼불>을 읽었을 때의 감흥을 잊을 수가 없다. 아주 세밀한 직조방식으로 짜내려가는 결이 고운 비단처럼 수려하고 화려하지만 기품있는 느낌의 문장들, 아름답고도 예민한 감성의 언어들에 대한 설레임이 읽는 내내 계속 되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최문희 작가의 <난설헌>을 읽는 내내 이와 흡사한 언어의 직조 능력이 매우 뛰어나고 아름다웠다. 허난설헌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천재시인으로서의 작품들(시)는 이미 익히 알려져 있는 부분이 있다.그런 사실을 근거하면 뻔한 듯한 소설로서의 이야기를 풀어가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조선 중기(중종때)의 시대적 배경에 태어난 허씨 집안의 6남매중 막내딸로 태어난 허초희는 매우 영특하고 천재적인 문학적 자질을 타고났다. 집안의 가풍은 매우 자유롭고, 여성에게도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주어지는 대단히 품격있는 가풍에서 처녀시절을 보낸다. 15살 때 안동김씨 김성립과 혼인하면서 초희의 삶은 이전과 매우 다른  조선시대 여인의 삶이 주어진다.

타고난 기질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끼'라고 표현하는 한 인간의 타고난 재능과 열정은 어떻게 풀어내냐 하는가.

시대를 잘못 타고났다고 말하는 시대적 운명론에 순응해야하는 삶이란 또 무엇일까?

열등감과 소시민적 사고방식으로 늘 허난설의 그늘에 있었던 것 같은 남편 김성립과 맹목적인 며느리에 대한 질투심과 경외로운 두려움으로 점점 포악스럽고 잔인했던 시어머니 송씨, 그 와중에 딸과 아들을 불행하게 잃고 자신마저 스스로 포기했던 삶을 살았던 그녀.

결국 시대적인 현실적 벽을 극복하지 못한 것인지 혹은 지혜롭게 순응하며 그 시대를 살아내지 못한 것인지 그 어느 것도 확신할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문학을 하는 필자 역시 핏 속을 흐르는 시에 대한 솟구치는 열정과 본능적인 문학작 욕구, 그 원초적 에너지는 어쩔 도리가 없었기에 허난설의 삶이 한없이 애처롭게 다가선다.

 

  소설 속에 드러난 허난설의 삶이 동정적이지만은 아닌 까닭은 작가가 후기(작가의 말)에 쓰여진 말로 대신 대변하고 싶다.

 "이제 나를 묶고 있던 사슬에서 풀렸다네. 그 사실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시대적인 닫힘,유교적인 사슬이 아니라네. 내 과도한 자아의식, 나를 휘감았던 자기애, 신동이라고 부추겼던 칭송에 대한 불편함이 내게는 하나의 오랏줄로 작용했을 지도 모른다네" 라고 허난설헌의 독백처럼 밝히고 있다.

  소설을 읽는 내내 나를 불편하게 했던 부분을 작가가 매우 정확하게 글로서 표현해주어 다소 편안한 기분이다. 허난설헌이라는 조선시대의 천재 시인으로서의 삶과 비극적이고 불행한 현실의 삶이 21세기인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을까? 이 소설을 읽고 던지는 나를 향한 질문이다. (금동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