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은 영원하리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지음 | 민음사ㅣ공경희 옮김
(1919년 1월 1일~2010년 1월 27일)
미국의 저명한 출판잡지 ‘퍼블리셔스 위클리’ 1951년 6월 2일자에 리틀 브라운 출판사 광고가 실렸다. “‘뉴요커’가 주목한 촉망받는 젊은 작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가 쓴 놀라운 신작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이 7월16일 출간됩니다. 몇 달 전부터 각종 지면에는 이 소설이 최근 몇 년간 발표된 소설 가운데 가장 흥미진진하며 독창적이라고 평가하는 글들이 실렸습니다. ‘이 달의 책’ 북클럽의 여름휴가 추천목록에도 꼽힌 바 있습니다. 가격은 3달러이고, 보스턴의 리틀 브라운 출판사에서 출간할 예정입니다.” 이때 나온 초판본은 현재 250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주 세상을 떠난 샐린저의 대표작이자 유일한 장편소설인 <호밀밭의 파수꾼>(민음사)은 지금까지 숱한 화제를 뿌렸지만 출간될 때부터 곡절의 연속이었다.
샐린저가 10년 동안 공들인 원고를 뉴욕의 하르코트 브레이스 출판사에 건네자 1951년 당시로서는 지나치게 거친 언사와 반항적인 내용으로 말미암아 말썽이 빚어질 것을 우려한 출판사가 주저하다 급기야 원고 수정을 요구했다. 화가 난 샐린저는 원고를 빼내 보스턴의 리틀 브라운 출판사로 보내 버렸다. 출간 10년 만에 150만 부나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니 하르코트 브레이스로서는 땅을 칠 노릇이었다. 미국에서는 지금도 해마다 25만부 이상 판매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6500만 부 이상이 팔린 것으로 추산된다. 물론 출간 직후 보수적인 사회가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베스트셀러가 되기까지는 2년의 세월이 더 흘러야 했다.
이 책이 폭발적인 호응을 얻은 까닭은 젊음을 분출하는 16살의 주인공 홀든 콜필드의 모습이 같은 세대의 공감을 얻기 때문이라는 데 이의가 없다. 정치적으로 우파 보수주의가 득세하던 1950년대 미국에서 젊은이들로부터 광적인 호응을 얻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책이 ‘비트 운동’이나 ‘성난 젊은이들’ 그룹, 히피 문화 등의 모태가 된 작품이었지만 막상 샐린저는 이런 운동을 탐탁잖게 여겼던 것은 아이러니다. 한때 극작가를 꿈꾸고 영화를 좋아했던 것으로 알려진 샐린저지만 주인공 홀든을 핑계 대며 영화화를 끝내 거부한 것 역시 뒷담화가 이어진다. 엘리아 카잔 감독이 영화화를 제의하자 샐린저는 “홀든이 싫어할까봐 두렵다”며 거부 이유를 밝힌다.
샐린저의 자전적 색채가 짙은 이 작품에서 홀든은 영화와 할리우드에 대한 증오를 여러 차례 드러낸다. 하지만 그를 직ㆍ간접적인 모델로 한 영화가 수도 없이 나오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세계 젊은이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던 다음 구절에 작품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듯하다.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해. 애들만 수천 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은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까마득한 절벽에 서 있지.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잘못해서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원래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잖아…. 난 온종일 그 일만 해.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라고나 할까…. 바보 같은 짓이라는 건 알고 있어.”
이 책이 미국 고등학교와 도서관에서 최고의 금기도서와 최고의 권장도서가 된 것은 역설적이다. 샐린저는 당초 성인들을 위해 이 소설을 썼으나 전 세계 10대들이 홀든을 자신과 동일시하며 열광하는 것도 패러독스다. 지금은 미국 성인들까지 도서관에서 훔치고 싶은 책 1위로 이 소설을 꼽는다. 어쩌면 작품 속의 앤톨리니 선생님이 홀든에게 건넨 글에서 그 답의 일부가 들어 있는지도 모른다.
“미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어떤 일을 위해 고귀한 죽음을 택하려는 경향이 있다. 반면 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동일한 상황에서 묵묵히 살아가기를 원하는 경향이 있다.”
원래 지크문트 프로이트의 대학 동창인 정신분석학자 빌헬름 스테켈의 말이다.
이제 샐린저는 육신의 옷을 벗었지만 홀든처럼 영원히 16살의 ‘호밀밭의 파수꾼’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경향신문 김학순 선임기자] 2010-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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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으로 영원히 들어가 버린 샐린저
1951년 타임즈 표지사진에 소개된 샐린저
며칠 전에 이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데이킹 우드스탁'을 보았다. 우드스탁 축제는 1969년 뉴욕의 한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음악 축제다. 반전, 저항, 히피 문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우드스탁. 1969년대 미국 사회는 베트남전 반대 시위, 인종 차별 문제 등 사회 전반에 반향을 일으켰던 사건들이 일어난 시기이도 하다. 우드스탁을 이야기할 때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비껴 갈 수 없다.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학교의 교문을 열고 세계의 중심(자기의 중심)에 서서 방황했던 젊은 날의 초상이기 때문이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저자 샐린저(JD 샐린저)가 타계했다. 은둔의 소설가로 알려진 샐린저. 1951년에 발간. 전 세계적으로 6,500만 부가 팔린 ‘호밀밭의 파수꾼’. 소설(이하 '호밀밭'으로 약칭)을 음미하려면 소설이 발표된 1950년대 전후 미국의 시대상을 이해해야 될 것 같다. 2차 대전이 끝나고 미국은 전쟁의 상흔이 깊은 다른 유럽 국가와 달리 경제적 호황을 누리게 된다. 하지만 매카시즘 냉풍이 불어 보수주의(공화당 집권)가 미 대륙을 정지시켜버린다.
이런 시대적 배경 속에서 탄생된 '호밀밭'은 출판된 이후 2년 동안 조명을 받지 못하지만 점차 그 문학적 가치가 알려지면서 수십, 수백만 부가 팔리게 된다. 특히 대학생들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켜, 추후 이어진 저항 문화(비트, 히피)의 정신적 뒷받침이 된다.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 '홀든'은 보수적인 풍토에서 벗어나려는 시대의 상징이 되었다. 작가 샐린저도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학교를 중퇴한 이력처럼 소설 속의 '홀든'도 양처럼 길들여지는 보수적인 교육 풍토에서 퇴학을 당한다. 소설 속의 주인공 '홀든'은 뉴욕을 떠나 서부로 떠나고 싶어 한다. "미국인에게 서부는 문명과 사회로부터의 도피, 기계와 제도로부터의 탈출, 허위와 속물주의로부터의 도망을 가능하게 하는 이상적인 초원의 상징이다."
학교를 그만두기 전까지 그 당시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정황과 그런 문화에서 벗어나려는 주인공의 언어와 행동들이 여러 등장인물의 성격과 맞물려... 책을 읽는 내내 살아 넘쳐났다. '홀든'은 결국 소설 속의 활자에 머물지 않고 호밀밭을 나오게 된 셈이다. 영화배우 '제임스 딘'이 그 당시 젊은이의 상징이 되었듯이.... 영화를 좋아했고 한 때 극작가를 꿈꾸었던 샐린저. 소설이 유명세를 타면서, 그의 몇몇 작품이 영화화되기 시작된다. 그러나 작가는 원작에서 벗어난 영화의 내용과 형식에 실망. 1965년부터 절필을 선언하면 은둔해 버린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영화로 만들자고 제안을 받았을 때 샐린저는 소설 속의 "홀든이 좋아 하지 않을 것 같다"며 거절했다. 반체제, 반문화 운동의 원조가 된 '호밀밭의 파수꾼', 미국 금서목록(도서관협회 발표)에 올랐던 소설.... 샐린저의 호밀밭은 우연히 탄생된 소설이 아니다. 호밀밭 이전에 발표된 단편소설은 이미 호밀밭의 탄생을 예고한 셈이다. 10년의 작업 기간을 거쳐 탄생된 '호밀밭의 파수꾼'. 파수꾼이 되려 했지만 호밀밭 속으로 숨어버린 샐린저.
전 세계인에 널리 읽힌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
'호밀밭의 파수꾼'은 세계 각국에서 다른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발간된 지(1951) 10년 안에 150만 부 이상 팔렸고 매년 미국에서만 30만 부 이상 팔리고 있는 스테디셀러이다. 특히 발간된 당시 구소련에서 인기가 높았다.
이탈리아판 - '한 남자의 인생'
일본어판 - '인생의 위험한 순간들'
노르웨이판 - '모두들 자신을 위해, 그리고 악마는 최후 순간을 취한다'
스웨덴판 - '위기의 순간에 나타나는 구원자'
덴마크판 - '추방당한 젊은이'
프랑스판 - '마음의 파수꾼'
독일어판 - '호밀밭의 남자'
네델란드판 - '고독한 방랑자'
호밀밭의 파수꾼과 영화
존 레논의 암살자 채프먼이 경찰이 올 때까지 읽고 있었다는 ‘호밀밭의 파수꾼’. 음모론을 다룬 영화 '컨스피런시'에서 주인공 제리 플레처(엘 깁슨)가 가지고 다녔던 책. 존 레논의 암살자 채프먼은 책을 읽었지만 영화 속의 멜 깁슨은 책만 가지고 있었을 뿐. ‘공각기공대’에는 아예 호밀밭의 파수꾼에 나오는 대사가 인용되기도 했다. "그 곳에서는 귀머거리에 벙어리 행세를 하며 살 참이었다. 그러면 누구하고도 쓸데없고, 바보 같은 대화를 하지 않아도 될 테니 말이다."
흥미롭게 보았던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 주인공 포레스터(숀 코너리). 최고로 평가 받는 장편소설을 발표한 뒤 가식과 허위로 가득 찬 세상과 단절하고 40년 동안 혼자만의 아지트에서 생활한 작가 포레스트. 문학적 재능이 뛰어난 한 흑인 학생을 가르치게 되면서 현실로 잠시 돌아오는데.... 샐린저를 모델로 만든 영화로 알려져 있다.
은둔의 작가는 또 누가 있을까?
영화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의 원제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 '콘트라베이스'로 작품성을 인정받으면서 그도 언론과 대중을 피해 철저하게 은둔 생활을 하고 있다. 독일의 한 신문사에서 헬기를 타고 쥐스킨트의 모습을 담으려고 시도했지만....
세계적인 작가 '토머스 핀천'. 소외 계층을 옹호한 소설을 발표했던 베일 속에 가려진 작가.핀천도 은둔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그런데 세 작가의 차이점은 샐린저는 은둔 이후 작품 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 두 작가는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고... 떠도는 소문은 샐린저가 살고 있는 시골집 금고 속에 '호밀밭의 파수꾼'을 뛰어넘는 미발표 유고가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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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민음사>의 서평 중에서
샐린저를 단번에 세계적인 작가로 만들어준 <호밀밭의 파수꾼>(1951)은 거침없는 언어와 사회성 짙은 소재로 출간 즉시 엄청난 논쟁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책에서는 주인공 홀든 콜필드가 학교에서 또 한번 퇴학을 당해 집에 돌아오기까지 겪는 며칠간의 일들이 독백 형식으로 진행된다. 또한 성에 눈떠 가는 소년의 눈으로 본 세상과 인간 조건에 대한 예민한 성찰이 잘 나타나 있다. 올해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출간된 지 50주년이 되는 해로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소설은 전 세계의 젊은이들을 사로잡고 있다.
미국도서관협회American Library Association에 따르면, <호밀밭의 파수꾼>은 퇴학당한 문제아라는 소재와 거침없는 슬랭 때문에 많은 중고등학교에서 금서로 지정된 바 있으나, 지금은 20세기 최고의 베스트셀러이면서 동시에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찾는 책 중의 하나이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영향>
<호밀밭의 파수꾼>은 영화, 문학, 음악 등 문화계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가져온 소설이다. 이 책을 직간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영화로는 ‘컨스피러시’, ‘에이미’, ‘플레즌트빌’ 등이 있다. 한편 엘리아 카잔 감독은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들고자 했으나 샐린저는 ‘주인공 홀든이 싫어할까 봐 두렵다’라는 이유로 거절한 바 있다. 최근에 개봉된 ‘파인딩 포레스터’의 주인공 포레스터는, 단 한 편의 걸작을 남기고 은둔 생활을 하고 있는 샐린저를 모델로 만든 캐릭터이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또한 사이먼과 가펑클, 빌리 조엘 등 수많은 뮤지션들을 매혹시켰다. 이 소설의 주인공 콜필드는 ‘냉소적인 반항아’의 대명사가 되었고, 콜필드의 어휘는 곧 십대들 사이에서 유행되었다. 현대 록 그룹들 중에서 그 영향을 찾아보면, 그린 데이의 ‘Who Wrote Holden Caulfield?’나 오프스프링의 ‘Get it Right’와 같은 팝송‘에서 콜필드에 대한 예술가들의 애착을 들여다볼 수 있다.
어른의 사회를 거부하는 통과 의례를 다룬 작품
<호밀밭의 파수꾼>은 인간 존재를 특징짓는 공허함과 소외를 애써 무시하는 사회의 태도를 고발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감수성이 예민한 콜필드가 어른의 사회를 위선으로 규정하고 거부하는 것은,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우리 모두가 겪어야 하는 통과 의례이다.
<호밀밭의 파수꾼>이 그토록 호소력을 갖는 이유는, 우리 스스로가 콜필드가 이처럼 세상을 향해 외치고 있는 억압된 자아의 목소리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콜필드는 결국 이 세상이 모두 거짓과 위선으로 뒤덮여 있다고 절규하면서 미쳐가지만, 저자는 인간에게 희망이 없다는 것을 보지 못하는 우리 사회야말로 미쳐가는 게 아닐까 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누구나 십대에 콜필드와 동일한 경험을 했을 것이며 이러한 공감대가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또한 예민한 독자들에게는 <호밀밭의 파수꾼> 읽기가 아픈 경험일 수도 있다. 또한 이 소설은 샐린저의 자전적인 요소가 강하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작가 자신에게 진실한 소설이며 그만큼 우리에게도 절실히 다가오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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