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을 켜는 사람
나희덕
심장의 노래를 들어 보실래요?
이 가방에 두근거리는 심장들이 들어 있어요
건기의 심장과 우기의 심장
아침의 심장과 저녁의 심장
두근거리는 것은 다 노래가 되지요
오늘도 강가에 앉아
심장을 퍼즐처럼 맟추고 있답니다
동맥과 동맥을 연결하면
피가 돌 듯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지요
나는 심장을 켜는 사람
심장을 다해 부른다는게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통증은 어디서 오는지 알수 없지만
심장이 펄떡일 때마다 달아나는 음들,
웅크린 조약돌들의 깨어남,
몸을 휘돌아 나가는 피와 강물
걸음을 멈추는 구두들.
짤랑거리며 떨어지는 동전들.
사람들 사이로 천천히 지나가는 자전거 바퀴,
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와 기적소리,
다리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동안
얼굴은 점점 희미해지고
허공에는 어스름이 검은 소금처럼 녹아내리고
이제 심장들을 담아 돌아가야겠어요.
오늘의 심장이 다 마르기 전에
- 2014 <미당문학상> 수상작품
<<심사평>>-심장을 켜는 사람’에서는 시가 가진 노래적인 성격을 극대화하면서 언어의 리듬과 소리의 질감들이 다른 음악을 탄생시킨다. 거리의 뮤지션, 버스커들의 음악을 묘사하는 언어들은 그들의 음악뿐만 아니라, 거리의 소음들도 그 음악을 우연한 일부이자 시적인 사건으로 엮어낸다. 한국서정시를 대표하는 시인의 시가 최근에는 자연의 정숙함이 아니라, 거리의 죽음과 거리의 음악으로부터 시적 모티브를 발견했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2014년 9월 23일 중앙일보에서 발췌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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