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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詩를 읽다

올 여름의 인생 공부/최승자

금동원(琴東媛) 2014. 12. 14. 08:20

 

 

올 여름의 인생 공부

 

 

최승자

 

 

 모두가 바캉스를 떠난 파리에서

 나는 묘비처럼 외로웠다.

 고양이 한 마리가 발이 푹푹 빠지는 나의

 습한 낮잠 주위를 어슬렁거리다 사라졌다.

 시간이 똑똑 수돗물 새는 소리로

  내 잠 속에 떨어져 내렸다.

  그러고서 흘러가지 않았다.

 

 엘튼 죤은 자신의 예술성이 한물 갔음을 입증했고

 돈 맥글린은 아예 뽕짝으로 나섰다.

 송x식은 더욱 원숙해졌지만

 자칫하면 서xx처럼 될지도 몰랐고

 그건 이제 썩을 일밖에 남지 않은 무르익은 참외라는 뜻일

지도 몰랐다.

 

그러므로, 썩지 않으려면

다르게 기도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다르게 사랑 하는법

감추는 법 건너뛰는 법 부정하는 법.

그러면서 모든 사물의 배후를

 

손가락으로 후벼 팔 것

절대로 달관하지 말 것

절대로 도통하지 말 것

언제나 아이처럼 울 것

아이처럼 배고파 울 것

그리고 가능한 한 아이처럼 웃을 것

한 아이와 재미있게 노는 다른 한 아이처럼 웃을 것.

 

 

 -『이 時代의 사랑』, (1981, 문학과 지성사)

 

이 시대의 사랑(문학과지성시인선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