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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詩를 읽다

풀꽃과 더불어/구상

금동원(琴東媛) 2014. 9. 12. 00:04

 

 

풀꽃과 더불어

 

구 상

 

 

아파트 베란다

난초가 죽고 난 화분에

잡초가 제 풀에 돋아서

흰 고물 같은 꽃을 피웠다.

 

저 미미한 풀 한 포기가

영원 속의 이 시간을 차지하여

무한 속의 이 공간을 차지하여

한 떨기 꽃을 피웠다는 사실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신기하기 그지없다.

 

하기사 나란 존재가 역시

영원 속의 이 시간을 차지하며

무한 속의 이 공간을 차지하며

저 풀꽃과 마주 한다는  사실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오묘하기 그지없다.

 

곰곰  그 일들을 생각하다 나는

그만 나란 존재에서 벗어나

그 풀꽃과 더불어

영원과 무한의 한 표현으로

영원과 무한의 한 부분으로

영원과 무한의 한 사랑으로

 

이제 여기 존재한다.

 

 

『한국대표시인101인시선집- 구상』,( 2002, 문학사상사)

 

구상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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