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쓰레기는 더 이상 쓸모없게 된 전자제품을 일컫는다. 냉장고, 세탁기, 휴대전화는 물론 사무용, 오락용, 의료장비 등 전자부품을 이용한 모든 제품을 뜻한다. 그런데 무심코 버려지는 전자 쓰레기들이 엄청난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근래 들어 전자쓰레기가 크게 증가한 이유는 소비와 생산의 증가로 제품 사용기간이 줄었기 때문이다. 쓸 수 없어서 버리는 것이 아니라 더 좋고 세련된 신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쓸 수 있는 제품도 버리고 있다.
2007년 기준으로 전세계에서는 해마다 5000만t에 이르는 전자쓰레기가 발생하고 있다. 이 중 선진국 70%에서 배출하는 전자쓰레기가 재활용이라는 명목 아래 처리 비용이 싼 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된다.
아프리카의 가나에는 매달 컨테이너 600개 이상 분량의 중고 전자제품들이 세계 각국의 배를 통해 들어온다. 배에 가득 실린 컨테이너에는 ‘기부’라고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다. 언뜻 아프리카를 향하는 온정의 손길 정도로 착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이 중고품들의 80% 이상은 사용할 수 없거나 아예 작동하지 않는 고물들, 즉 전자 쓰레기들이다. 바젤 협약에 의해 전자쓰레기의 국외 반출·반입이 금지돼 있지만 기부품은 예외라는 점을 악용해 편법으로 가나에 버려지고 있다.
전 국민의 30%가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최빈국인 가나. 이곳 아이들은 쓰레기더미에서 나온 구리를 통해 돈을 번다. 안전장비 하나 없이 하루 종일 구리를 모으는 일을 하며 암, 신경계 손상, 생식기능 이상 같은 심각한 질병을 야기하는 독성물질들에 노출돼 있다.
전자쓰레기는 인체에 피해를 줄 뿐 아니라 대기와 수질도 악화시킨다. 아이들 역시 납중독에 시달리는 등 전자쓰레기 문제는 국제적 이슈로 오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나를 비롯한 아프리카 전역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은 대류 운동에 따라 국경을 넘어 이동하면서 새로운 문제를 일으킨다.
이렇듯 전자쓰레기에는 수은, 납, 카드륨 등 유독성 물질과 인체의 정상적인 대사를 혼란시키는 화학 물질이 다량으로 들어 있다. 매립이나 소각, 폐기를 할 경우 플라스틱 등의 쓰레기보다 훨씬 환경과 인체에 해롭다.
전자폐기물의 소각은 독성 배출가스를 발생시키고 이를 공기 중에 확산시키는 위험한 일이다. 전자폐기물은 다른 쓰레기와 섞이면 분리가 어렵기 때문에 분리수거가 필수다. 버려지는 순간 폐기물이 되는 전자제품을 꼭 버려야 한다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정확하게 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연간 휴대전화 약 1600만대를 생산하지만 그 중 수거돼 재활용되는 페휴대전화는 500만대에 불과하다. 휴대전화는 각종 중금속과 희귀 자원을 포함하고 있다. 일반 쓰레기와 함께 매립하거나 소각하면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중요한 자원도 잃게 되는 셈이다.
전자페품은 제품에 포함된 희귀 자원을 채취해 이를 자원으로 재활용하기도 한다. 이미 전자회로판에 사용하는 금, 백금, 탄타륨 등 희귀 금속 수거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도 있다. 지난 벤쿠버동계올림픽에서 수여된 금메달에는 전자제품 페기물에서 수거된 금이 1.52% 함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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