孤島를 위하여
임영조
면벽 100일!
이제 알겠다, 내가 벽임을
들어올 문 없으니
나갈 문도 없는 벽
기대지 마라!
누구나 돌아서면 등이 벽이니
나도 그 섬에 가고 싶다
마음속 집도 절도 버리고
쥐도 새도 모르게 귀양 떠나듯
그 섬에 닿고 싶다
간 사람이 없으니
올 사람도 없는 섬
뜬구름 밀고 가는 바람이
혹시나 제 이름 부를까 싶어
가슴 늘 두근대는絶海孤島여!
나도 그 섬에 가고 싶다
가서 동서남북 십리허에
해골표지 그려진 禁標碑 꽂고
한 십년 나를 씻어 말리고 싶다
옷 벗고 마음 벗고
다시 한 십년
볕으로 소금으로 절이고 나면
나도 사람 냄새 싹 가신 等神
눈으로 말하고
귀로 웃는 달마가 될까?
그뒤 어느 해일 높은 밤
슬쩍 체위 바꾸 듯 그 섬 내쫒고
내가 대신 엎드려 용서를 빌고 나면
나도 세상과 먼 절벽섬 될까?
한평생 모로 서서
웃음 참 묘하게 짓는 마애불 같은.
-『문학사상』,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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