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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詩를 읽다

나는 지금 혼자다/ 임영조

금동원(琴東媛) 2015. 8. 22. 02:58

 

 

나는 지금 혼자다

 

임영조

 

 

우선 빗장을 지른다

커튼을 내리고 전등을 끈다

세상과 내통하던 전화도 불통

누가 와서 찾아도 들키지않게

숨소리도 죽인 채 나를 가둔다

마침내 바깥과 끊겼다는 절박감

절박한 안도감이 나를 사로잡는다

감정을 내쫓고 관념마저 탁탁 턴

나의 대뇌는 이제

멍청하고 가벼운 진공 상태다

느닷없이 혼 나간 백열등처럼

뜨거운 침묵이 지배하는 방이다

자, 그럼 슬슬 시작해볼까

단 한방에 요절낼 고성능 폭탄

얼핏보면 재래식 같은

실은 함부로 다루기 거북한 시 같은

사제폭탄 하나 만드는 거다

왜냐고 묻지는 말라, 하여튼

터지면 좋고 안터져도 그만인

가동 할 핵 하나 만드는 거다

일촉즉발의 뇌관이 장착된

벽시계만 저벅저벅 죽음을 재는 방에

나는 지금 혼자다

화끈한 음모와 불씨를 품고 눈부신 자폭을 꿈꾸는

쉰살이 무거운 나는 지금 혼자다

 

 

- 시집 『귀로 웃는 집』,(1997, 창작과 비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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