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혼자다
임영조
우선 빗장을 지른다
커튼을 내리고 전등을 끈다
세상과 내통하던 전화도 불통
누가 와서 찾아도 들키지않게
숨소리도 죽인 채 나를 가둔다
마침내 바깥과 끊겼다는 절박감
절박한 안도감이 나를 사로잡는다
감정을 내쫓고 관념마저 탁탁 턴
나의 대뇌는 이제
멍청하고 가벼운 진공 상태다
느닷없이 혼 나간 백열등처럼
뜨거운 침묵이 지배하는 방이다
자, 그럼 슬슬 시작해볼까
단 한방에 요절낼 고성능 폭탄
얼핏보면 재래식 같은
실은 함부로 다루기 거북한 시 같은
사제폭탄 하나 만드는 거다
왜냐고 묻지는 말라, 하여튼
터지면 좋고 안터져도 그만인
가동 할 핵 하나 만드는 거다
일촉즉발의 뇌관이 장착된
벽시계만 저벅저벅 죽음을 재는 방에
나는 지금 혼자다
화끈한 음모와 불씨를 품고 눈부신 자폭을 꿈꾸는
쉰살이 무거운 나는 지금 혼자다
- 시집 『귀로 웃는 집』,(1997, 창작과 비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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