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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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시인의 詩를 읽다

연을 띄우며/ 임영조

금동원(琴東媛) 2015. 8. 23. 15:32

 

 

 

연을 띄우며

 

임영조

 

 

연을 날린다

눈 오는 설날 아침

바람이 잘드는 언덕에 올라

맑은 꿈을 배접한 연을 띄운다

 

내 가슴속 얼레에 감긴

오랜 연모의 질긴 실꾸리

하얀 그리움 스스로 풀어

그대 사는 하늘로 연을 날린다

 

당기면 당길 수록 달아나는 새

끊길 듯 이어지는 정처럼

가는 인연의 실 끝을 물고

하늘 멀리 가물가물 치솟는 새여

내 몸 속 핏줄까지 물고 가다오

 

서설이 내려도 추운 이를 위하여

진정 외롭고 슬픈 이를 위하여

시린 손 호호 불며 얼레를 풀면

한 마리의 상서로운 학같이

튼실한 현을 차고 뜨는 내 사랑

 

아직도 소식없는 그대여

내가 띄운 연을 보거든

먼그대 안부 묻는 줄 알라

내 사무치는 그리움 모조리 풀어

그대 사는 하늘로 띄운 줄 알라

 

 

 

-시집 『귀로 웃는 집』,(1997, 창작과 비평사)

 

귀로 웃는 집(창비시선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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