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시(詩)
이상(李箱, 1910~1937)
역사(役事)를 하노라고 땅을 파다가 커다란 돌을 하나 끄집어 내어놓고보니 도무지어디선가 본듯한생각이 들게 모양이생겼는데
목도(木徒)들이 그것을 매고나가더니 어디다갖다버리고온모양이길래 쫓아나가보니위험하기짝이없는 큰길 가더라.
그날밤에 한소나기하였으니 필시 그들이 깨끗하게씻겼을터인데 그 이튿날가보니 변괴(變怪)로다 간데온데없더라. 어떤돌이와서
그돌을 업어갔을까 난참이런 처량한 생각에서 아래와같은작문을 지었다.
"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한평생에 차마 그대를 잊을 수 없소이다. 내차례에 못올 사랑인줄은 알면서도 나혼자는
꾸준히 생각하리다. 자그러면 내내어여쁘소서."
어떤돌이 내얼굴을 물끄러미 치어다보는 것만 같아서 이런시는 그만 찢어버리고 싶더라.
-『카톨릭 청년』 2호(1933 .7)
'시인의 詩를 읽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거장에서의 충고/ 기형도 (0) | 2015.10.15 |
---|---|
유리(瑜璃)에 닿는 길1/ 이기철 (0) | 2015.09.23 |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 (0) | 2015.09.01 |
관계/ 고정희 (0) | 2015.08.27 |
연을 띄우며/ 임영조 (0) | 2015.0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