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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위하여/ 금동원

금동원(琴東媛) 2015. 11. 25. 19:16

*세계한글작가대회 기념문집--- 시집『한글, 문학을 노래하다』

-2015년 9월 7일 발행

-국제펜클럽. 세계한글작가대회 사무국

 

 

 

비를 위하여

               -너무 예쁜 우리말

 

금동원

 

 

지금 내리는 이 비는 가루비일까

잔비일까 실비일까 아니면 싸락비일까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는 걸 보면 발비 아니면 작달비,

달구비로 내리나 싶었는데 잠시 쉬어가 듯 여우비로 바뀌고

먼지잼처럼 잠잠해진다

 

아득한 첫사랑, 그이 찾고 싶은 밤

누리 치는 궃은 비로 심란한 마음 일으켜놓고

밤새도록 도둑비가 바람비로 내린다

오란비가 오려나, 무심히 가려나

해비와 단비, 목비와 꿀비가 내려야 일년 농사도 풍년드는 데

우레비치고 마른비 오면 세상살이 곤란하다

 

사는게 다 그렇고 그런거지

일비 오고 잠비도 지나간다

떡비 내리고 술비 올 때쯤이면

일 년이 하루처럼 눈 깜짝 할 새 휘리릭 지나가고

다시 비꽃 기다리 듯 봄이 돌아오겠지

 

 

 

-세계한글작가대회 기념문집 『한글, 문학을 노래하다』,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