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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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詩를 읽다

겨울/ 홍윤숙(1925~2015)

금동원(琴東媛) 2015. 11. 20. 22:28

 

 

겨울

 

홍윤숙

 

 

황금빛 은행잎이

아직 온 천지 마을길에 찬란한 날개를

파닥이고 있는 동안은

남은 꿈을 조금만 더 꾸리라

이윽고 황홀한 잔치 끝나고

세상이 온통 잿빛으로 덮일 때

더는 하릴없이 추억의 얼굴들을

캄캄한 터널 속에 깊숙이 밀어넣고

시든 마음도 함께 밀어넣고 봉인을 하리라

봉인된 추억들은 어둠 속에서도

눈부시던 세상을 잊을 수 없어

터널을 온통 금빛으로 칠해놓고

스스로 금이 되어 잠이 들리라

잠이 든 꿈 옆으로

시간이 느리게 느리게 걸어가서

그 옆에서 눈 깜박거리며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꿈을 지켜보며

목숨 저미며 기다릴 수밖에 없으리라

가끔 버석거리는 가슴 틈새로

어쩌면 연녹색 새순 하나

볼록 돋아날까 오금 조이며

 

 

 

 

-『불교문예』, (2010, 겨울호)

 

* 얼마 전에 (90세) 돌아가신 홍윤숙 시인님이 85세 때 발표 하셨던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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