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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삶을 견디는 기쁨/ 헤르만 헤세

금동원(琴東媛) 2016. 2. 10. 22:57

 

 

  『삶을 견디는 기쁨』_ 힘든 시절에 벗에게 보내는 편지   

  -헤르만 헤세 지음/ 유혜자 옮김/ 문예춘추사(2004년)

 

 

  책소개

 

  밤을 비추는 등대의 불빛 같은 글, 〈삶을 견디는 기쁨〉

  고향, 자연, 예술에 대한 뜨거운 고백을 담은 헤르만 헤세의 에세이집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에 이어서 이번에는 그의 외로움과 고통을 예술로 승화한 〈삶을 견디는 기쁨〉이 출간되었다. 헤세는 1946년, 노벨문학상과 괴테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등 작가로서 눈부신 영광을 얻었다. 그러나 조국 독일에 대항해서 반전 운동을 펼치면서 같은 독일인들에게 온갖 비난을 당하기도 했다. 개인적인 면에서는 아내는 정신병을 앓았고 헤세 자신도 예민한 감수성 탓에 어렸을 때부터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등, 힘겨운 일생을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세는 어떤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을 보고, 고통을 느끼며, 행복을 맛보았다. 또한 자신의 경험을 수필, 동화, 시 등 다양한 장르의 글과 그림으로 옮겨 두기도 했다. 그의 작품들은 오늘날에도 우리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다.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은 그의 글을 가리켜 ‘폭풍이 이는 밤을 비추는 등대의 불빛’이라 칭송하였다. 그 말대로 온갖 고난과 우울 속에서도 희망과 깨달음이 번뜩이는 헤세의 글들은 우리에게 인생을 비추는 등대가 되어 준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들은 삶 그 자체를 긍정하는 실존의 경이로움을 체험할 것이다.

 

 저자소개

헤르만 헤세

 저자 헤르만 헤세는 1877년 독일 남부 칼브에서 선교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시인이 되고자 수도원 학교에서 도망친 뒤 시계 공장과 서점에서 견습사원으로 일한다. 열 다섯 살 때 자살을 기도해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등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보낸다. 이십대 초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 '페터 카멘친트', '데미안' 등을 발표한다. 서른 세살이 되는 해 인도 여행을 감행. 이 경험을 바탕으로 '인도 기행'을 쓴다. 스위스 베른으로 이주, 1914년 1차 세계대전을 맞는다. 군 입대를 자원하나 부적격 판정을 받고 독일 포로 구호 가구에서 일하며 전쟁 포로들과 억류자들을 위한 잡지를 발행한다. 이후 정치적 논문, 경고문, 호소문 등 전쟁의 비인간성을 고발하는 글들을 발표하는 한편, 이상 사회의 실현을 꿈꾸며 다양한 소재의 동화를 집필하기도 한다. 계속해서 '싯다르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동방순례', '유리알 유희' 등 세계 독자들을 매료하는 작품들을 발표, 194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다. 1962년 8월 제2의 고향 몬타뇰라에서 영면

 

  역자:유혜자

  1960년 대전에서 출생하여 1981년부터 5년간 스위스 취리히 대학교에서 독일어와 경제학을 공부했다. 귀국 후, 한남대학교 외국어 교육원과 원자력 연구소 연수원에서 독일어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을 만났으며, 현재까지 독일 문학을 우리말로 아름답게 전해 주는 일을 하고 있다. 주요 번역서로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씨 이야기》, 《비둘기》, 《콘트라베이스》를 비롯하여, 얀 코스틴 바그너의 《야간여행》, 《어둠에 갇힌 날》, 《마지막 침묵》, 레온 드 빈터의 《호프만의 허기》, 크리스티네 뇌스트링거의 《오이 대왕》 외에 《단순하게 살아라》, 《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주세요》, 《전쟁과 아우》, 《깡통 소년》, 《8시에 만나!》, 《분수의 비밀》, 《신 없는 청춘》, 《한국에서 온 막내둥이 웅》, 《마법의 설탕 두 조각》 등 다수가 있다.

 

  책 속으로

 

 

 《내면의 부유함》
  일터로 향하면서 좋은 글귀를 읊조리거나 콧소리로 아름다운 노랫가락을 흥얼거리는 죄수는 도처에 널린 화려한 아름다움과 달콤한 유혹에 심신이 지쳐 있는 사람보다 마음속 깊이 아름다운 것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다. - 59

 《오래된 음악》
  오르간 소리가 높고 힘차게 울려 퍼졌다. 그 소리는 넓은 공간을 순식간에 꽉 채웠고 우리를 둘러싸며 하나의 공간을 이루었다. 그러면서 점점 커지기도 하다가 잠시 쉬기도 하고, 다른 소리가 그것을 따라가는가 싶더니 갑자기 모든 소리가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것 같으면서도 무언가 간절히 기도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애써 고집을 부리는 것 같으면서도 어느샌가 다른 소리들과 조화를 이루었다. - 76

 《한 편의 일기》
  그러니 고통을 사랑하라. 거부하지 말고 도망가지 말라! 마지못해 억지로 받아들이지 말고 그것의 은밀한 내면에 있는 달콤함을 맛보아라. 아픔을 주는 것은 다른 것에 있지 않다. 그것을 거부하는 마음이 네게 아픔을 줄 뿐이다. 네가 그것과 함께 한다면 고통은 고통이 아니며 죽음은 죽음이 아니다. 네가 귀를 기울여 그들이 내는 소리를 잘 들어 보아라. 그것은 훌륭한 음악임을 알게 된다. - 109~110

《언제나 새로운 자기 자신 가꾸기》
  인간은 궁극적으로 ‘건강’해질 수 없으며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도 없다. 물론 내게도 고통이 없는 날이란 드물다. 그래도 우리는 우리 앞으로 다가올 것들에 또다시 호기심을 갖기 시작하고 운명을 사랑하게 된다. - 165~167

《병상 일기》
  예술가의 종착지이자 목적지는 이제 더 이상 예술 행위나 작품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잊고 단념하는 것, 그리고 영혼의 평온함을 누리며 기품 있게 존재하기 위하여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늘 고뇌하고 편협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자아를 희생하는 것이다. - 193

《여름날의 기차 여행》
  이제 속도를 점점 늦추고 있는 기차는 곧 기차가 내뿜는 연기 때문에 그 표지판을 읽을 수 없는 미지의 역에 멈추어 설 것이다. 그 마을 이름이 무엇이든 개의치 않고 나는 내릴 것이다. 그리고 근처 어딘가에서 틀림없이 숲을 발견할 것이고, 그 가장자리에 누워 구름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또 근처 어딘가에서 시냇물을 찾아내어 얼굴을 시원하게 적시고 헤엄쳐 다니는 송어를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 279    

 

  출판사 리뷰

 

  그의 투명한 미소를 바라보며
  헤세의 미소는 투명하다. 마치 평생 도를 닦은 노승처럼 해탈한 듯한 그 소박한 웃음은 그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대문호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해 준다. 그런 꾸밈없는 미소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아마도 삶과 고통에 대한 오랜 사색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1877년, 독일 개신교 목사 가정의 장남으로 태어난 헤르만 헤세는 작가로서는 영광스러운 일생을 누렸으나 정작 개인의 삶은 어두웠다. 익히 알려진 대로 어렸을 때는 예민한 성격과 자살 충동 탓에 괴로워했고, 아내는 정신병에 시달렸으며, 세계대전 때는 조국(독일)에 대항해 반전 운동을 벌이면서 같은 나라 사람들에게 온갖 비난을 당했다.
  이처럼 고통과 슬픔으로 얼룩진 삶은 그렇지 않아도 예민한 헤세의 신경을 자극했다. 이 책에 실린 수필들이 대체로 잔잔하면서도 우울하고 때로는 격정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행스럽게도 화가의 감성과 작가의 이성을 지닌 헤세는 삶의 고통을 외면하거나 왜곡하지 않았으며 거기에 정복당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천재적인 예술가답게 글과 그림, 여행을 통해 우울함을 삶에 끝없이 도전하는 용기로 바꾸어 냈다.

  고통과 행복, 삶을 받쳐 주는 두 가지 기둥
  헤세는 소소한 자기 일상을 소재로 삼아서 행복과 고통,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이 고찰했다. 어젯밤에 꾼 꿈, 자기 작품을 낭독하는 모임에 슬쩍 참여한 일, 아름다운 음악회, 독자들이 보낸 편지 등등, 우리가 보기에는 그리 중요할 것 없는 일에서 헤세는 고통을 발견하고 무엇이 자신을 괴롭게 하는지 끊임없이 사색한다. 사색이 끝날 때마다 그는 퍼뜩 깨닫는다. 고통은 축복을 향해 가는 과정이고 축복도 고통으로 가는 길목에 있음을.
  결국 행복과 고통은 우리 삶을 함께 지탱해 주는 두 기둥이다. 사람들은 대개 고통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지만 오히려 그럴수록 더욱 처절한 아픔을 겪는다. 헤세는 부드럽지만 단호한 어투로, ‘고통은 사람을 부드럽게도 만들고 강철처럼 단단하게도 만들어 준다.’면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응원의 손길을 내민다.
  헤세가 발견한 진리에 따르면 모든 고통에는 한계가 있고 거기에 이르면 고통은 끝이 나거나 다른 모습으로 변하여 삶의 색채를 띤다. 갖가지 괴로움을 글과 그림에 녹여 새로운 생명과 희망으로 만들어 내는 그의 모습은 온갖 세상사에 치여 우울해하는 우리에게 ‘삶을 견디는 기쁨’ 그 자체로 다가온다.

  삶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아 떠나는 사색 유람
  이 책에는 헤세의 깊은 속마음을 비추는 거울 같은 글 48편이 실려 있다. 담백한 글과 아름다운 스위스 산골의 풍경화를 함께 감상하다 보면 ‘조건 없는 행복’이 어떤 것인지 알 것만 같다.
  덧없고, 잔인하고, 어리석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인생을 살다 지쳐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말없이 이 책을 펼쳐들기를 권한다.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처럼 삶의 절망감에 빠졌다가 그것에 맞서 의미를 찾으려 노력한 저자와 함께 사색의 강물을 유람하기를 바란다. 그러는 동안, 가식과 허세 없이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헤르만 헤세의 지혜를 한 수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독자리뷰)생의 한가운데서 헤세가 보내온 편지

 

《삶을 견뎌내기》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책을 처음 읽고,  1년이 지난 뒤에 몇 편의 산문과 헤세의 그림이 추가되어 《삶을 견디는 기쁨》이라는 이름과 함께 새롭게 출간된 책을 다시 만났다. 살면서 같은 책을 두 번 이상 읽은 적이 거의 없어 고전 다시 읽기라는 문구가 낯설게 들렸었는데, 좋은 책은 몇 번을 읽어도 새로운 부분을 발견하게 되고 전보다 더 좋은 읽기가 된다는 말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새삼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포스트잇을 붙이는 것으로는 한계를 느껴 오랜만에 줄을 그어가며 쏟아지는 잠도 달아나게 할 만큼 깊은 울림을 느끼게 해주는 문장을 많이 만났다.힘든 시절 벗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부제가 붙은 책이라서 그런지, 삶의 기쁨보다는 고통을 견디고 이겨낸 작가의 경험담을 시종일관 진실되고 담담한 목소리로 풀어낸다.
 

 

 

 

  우리에게 인간성은 사치가 아니라 존재를 위한 필수 조건이며

 

  삶을 위한 공기이고,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자산이다. (p.31)

 

 

 

  삶의 고통을 겪어낸 중년의 작가가 내는 담담한 목소리를 듣다 보면 삶에 대한 알 수 없는 긍정과 희망이 느껴지고 용기가 차오른다. 개인이 겪는 삶의 고통과 비극이 저마다 다르다고 해서 그 무게가 가볍고 더 무겁다고 판가름을 할 수는 없지만, 헤세 자신의 삶을 돌아봐도 전쟁을 겪는 와중에 생긴 노이로제, 몇 번의 결혼생활을 거치며 아내가 정신병으로 입원하고 그에게 작품에 대한 비판을 넘어 인신공격으로 치닫는 독자들의 항의 편지까지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는 생의 고통에 무기력함을 느끼고 생을 계속 이어나가려는 의지도 없는 우울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고통에 무너지지 않고 삶을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으며 죽는 그 순간까지 모든 순간들에 자신을 맡기고 배우려고 애쓴 모습들이 글속에서 역력하다.

 

 

 

  고통을 잘 이겨 내는 방법을 아는 것은 인생의 절반 이상을 산 것이라는 말과 같다

 

  감기로 인해 어느 날 갑자기 푹 쓰러지는 사람은 언제나 

 

  ‘건강하기만한 사람들이며 고통받는 것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다

 

  고통은 사람을 부드럽게도 만들고, 강철처럼 단단하게도 만들어 준다. (p.67)

 

 


 

  오늘 내가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내일이나 모레쯤은 지금 내가 있는 오늘의 이 순간에도 기억하지 못하고 

 

  지나갔던 숱한 날들처럼 심연을 알 수 없는 나락 속으로 사라져 버릴 것이다. (p.100)

 

 

 

  헤세가 살아가던 당시는 전쟁을 치르고 이제 막 자본주의 사회에 들어가려는 움직임으로 여러 과도기를 겪으며 자연에 가까이 살던 전통적인 삶의 모습에서 도시라는 화려한 공간이 주는 여러 편의와 쾌락을 몸소 체험하며 어떤 시대의 사람보다 작가는 더 큰 변화의 소용돌이를 체감했을 것이다. 이미 현재는 과거로부터 너무 멀리 와버렸지만 헤세는 그런 변화의 과정을 덤덤히 지켜보면서도 자신의 예리한 관찰력으로 우리가 무언가를 얻는 대가로 잃은 것들이 무엇인지 알기에 변화에 대한 저항이 더 크게 다가온다. 삶의 여러 굴곡을 거치며 그에겐 더 이상 고향이나 가족, 조국이라는 개인적인 경계가 허물어지고 좀 더 근본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인간 내면에 대해 사색하며 우주를 바탕으로 하는 세계관을 형성하게 된다. 그렇기에 자연을 마주하는 자세가 다르고 우리가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가 그에겐 명확하게 다가왔기에 세상에 대한 쓴소리가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만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변절자로 비쳐 많은 공격을 받게 된다.

 

 

 

  나는 문득 우리가 우리의 삶을 너무나 사소하게 여기고시원찮게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야 할 것만 같았다하늘이 있는 풍경으로 더 자주 시선을 옮기고

 

  나무가 있는 자연으로 더 자주 발걸음을 하며자기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더 확보하며

 

  아름다움과 거대함의 비밀을 느낄 수 있도록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 말이다. (p.77)

 

 


 

  아침마다 하늘을 쳐다보는 습관을 가지면 

 

  어느 날 문득 우리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공기를 느끼고

 

  잠에서 깨어나 일터로 향하는 도중에도 신선한 아침의 숨결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p.17)

 

 

 

  헤세가 말하는 힘든 시절을 견디는 힘이 되어주는 것은, 고통을 통해서만 우리는 더 성장하고 그런 시간이 있어야 비로소 삶의 지혜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시각이 트이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잠을 이루지 못함으로써 얻게 되는 내면의 가르침 또한 낮에는 일상에 묻혀버린 자신의 내면에 감춰진 진짜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순간이고, 오직 불면을 통해서 그 모습을 드러내며 우리가 답을 내야 할 진짜 물음을 얻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힘든 고비를 넘기면서 사람들은 나름대로 삶의 가치를 찾게 된다. 그가 책에서도 여러 번 언급했듯이 헤세는 인간이란 늘 생성과 변화를 겪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옳은 가치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에 각자 나름대로의 가치를 확립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작가들이 그려낸 얘기에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건 개인이 처한 상황은 제각각 일지라도 삶의 요소들을 마주하며 느끼는 감정선은 같은 선 위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리 작가들은 여러 방면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의 아픔을 언어로 표현해야만 하는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 고통을 경험해야만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 그렇게 하는 것이 혼자서 외롭게 성장해 나가는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위로해 주고 도와준다의미를 지니기에 그렇게 해야 한다. (p.140)

 

 

 

 

  직접 피를 흘려 사랑과 희생의 투쟁으로 쟁취한 것이 아니라면 

 

  우리에게 그것들이 온전히 남아 있지 않는다는 만고불변의 경험을 하게 된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쉽지만 진정으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우리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p.57)

 

 

 

  누군가를 부드럽게 감싸주고 배려해 주는 것은 

 

  스스로 그런 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담한 고요 속에서 누군가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온전히 혼자만의 생각에 잠겨 있는 

 

  외로운 시간을 보내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다. (p.49)

 

 

 

  헤세는 무엇보다 고통의 시간은 혼자 가야만 한다고 말한다. 다른 이의 방해 없이 혼자서 나아가야만 하는 발걸음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그렇게 혼자만의 고독의 시간은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외로움과 두려움을 동반하지만 그 심연을 건너야만 비로소 홀로 설 수 있기에 함께 할 수 있는 순간을 맞을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책을 읽으면서 작가 자신이 삶의 고통 속에서 지냈던 날들이 얼마나 많은 물음으로 채워졌는지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작가로서 크게 성공한 듯 보이는 그의 삶이 사실은 예술가로서 예민한 감성을 타고난 사람에게 세상이 얼마나 크고 작은 상처들을 숱하게 주었는지를 조금이나마 느껴보며, 매번 자신 안에 있는 물음과 본인 체험한 것들로만 독자들에게 말을 걸고 길을 내보이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에게 묻고 답했을 작가를 떠올리며 고통 속에서 나 자신이 던지는 물음이 어떤 무게를 가지고 끊임없이 되풀이되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내가 나 스스로에게 요구하는 것은 서로 대립되는 것들 

 

  뒤로 물러나 그로 인한 혼돈을 오롯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리는 적어도 한 번은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판단 기준을 버리고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아야 한다. (p.221)

 


 

 

 

  실제로 사람이 두려움을 갖는 대상은 한 가지뿐이다

 

  몸을 내던지는 것, 미지의 세계로 뛰어드는 것

 

  안전했던 모든 것을 뿌리치고 훌쩍 몸을 던지는 것이다

 

  그렇게 자기 자신을 송두리째 내던진 경험이 있는 사람

 

  그렇게 큰 믿음을 경험하고 운명을 철저하게 믿는 사람은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p.146)

 

 

 

  책에서는 헤세가 《싯다르타》의 1부 집필을 마치고 한동안 더 이상 글이 나아가지 않아 고뇌하는 시기에 쓴 글이 있는데, 그 소설의 인상 깊은 구절 중의 하나로 진리는 말로서 설명되거나 전해질 수 없다메시지가 자신의 체험이 아닌 것을 풀어낼 수 없어 소설 집필에 막힌 그의 고뇌를 통해서도 느낄 수 있고, 그가 자신의 작품을 통해 젊은이들로 하여금 혼돈을 느끼고 그들이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혼자서 삶의 수수께끼를 대면하도록 만들어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들을 내면으로 겪는 경험으로 이끌었다 점에서 고전이라 불리는 문학작품이 지니고 있는 힘을 느끼게 되는 부분이다. 헤세는 소설 속의 싯다르타와 똑같은 고행의 시간을 보내며 오로지 그가 체험하고 체득한 것만을 말하고자 했다. 그래서 그가 말하는 감정의 발자국을 따라가다 보면 내 안의 생각을 서술한 듯 익숙한 감정들이지만 그것을 말로서 풀어내어 새롭게 마주하게 되는 것들이 많다.

 

 

 

 

  마음속의 동요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분명하게 인식하라

 

  모든 성장은 그러한 상태와 결부되어 있으며 

 

  고난과 고통 없는 성장은 있을 수 없다. (p.180)

 

 

 

  책은 다른 헤세의 산문에서 느낀 것들보다 훨씬 본질에 가깝게 다가가 심오한 의미를 품고 있는 말들이 많다. 평소 인도의 불교에 관심이 많아 붓다의 가르침에서 많은 인생의 지혜를 길어낸 헤세의 글은 열반에 오르지는 못했어도 거의 깨우친 자로서 성인의 글을 읽는 것 같은 깊이감을 준다. 어떤 말을 덧붙이지 않더라도 살면서 되도록이면 마주치지 말았으면 하는 고통들이 결국 큰 배움과 지혜를 준다는 것을 헤세의 글과 고뇌에서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앞으로는 삶의 어려움을 비껴가길 바라기보다는 가능하면 그런 어려움을 더 일찍 만나, 어려움 속에서 그것을 뚫고 나갈 용기를 달라고 바라고 싶다.

 

 

 

  다시 밝은 빛을 보고자 한다면 슬픔과 절망을 뚫고 나아가야만 한다. (p.167)

 

 

 

  새로 태어나고 싶은 사람은 죽을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p.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