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 평전』
-이주동 지음/ 소나무
프란츠 카프카의 처절한 문학적인 삶
저자 :이주동
서강대학교 독어독문학과 학사·석사,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 박사, 서강대학교 교수, 서강대학교 인문과학연구원(소)장, 한국 카프카학회 회장, 유럽·아시아 비교문학협회 상임위원, 프란츠 카프카 전집 발간 상임위원장, 현재 서강대학교 명예교수이다
출판사 서평
프란츠의 성문을 여는 열쇠
이 책은 자유롭고 주체적이며 창조적인 작가로서 살아가려고 했던 프란츠 카프카의 처절한 문학적인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는 평전이다. 카프카는 한 인간으로서 가족, 교육, 시험, 직업, 건강, 섹스, 결혼, 질병 등 일상적인 삶 속에서 끊임없이 불안해하고 고뇌하며 절망했던 나약한 존재였다. 그러나 그는 인간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감옥’이나 ‘철창’ 같은 현실 세계를 관찰하고 탐구하고 인식하고자 했으며 동시에 그 배후의 불가해한 내적 세계를 수수께끼 같은 비유적인 문학 작품으로 표출해내고자 노력했다. 이를 위해 그는 처절할 정도로 인내하고 금욕하고 결단하는 고독한 작가로서 철저하게 문학적인 삶을 살았다.
40년 11개월의 짧은 생애를 산 카프카가 완성한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그가 생전에 발표한 작품은 50편인데, 산문소품이나 단편 그리고 몇 개의 평론이며 인쇄된 작품의 쪽수는 모두 기껏해야 438쪽에 불과하다. 그러나 카프카는 그보다 훨씬 많은 유고와 일기와 편지-인쇄된 쪽수로 대략 3,400쪽에 달하는 일기와 유고와 단편(斷片) 그리고 3편의 미완성 소설인 『실종자』, 『소송』, 『성(城)』-를 남겼다. 그는 세계문학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양의 편지를 남겼는데, 그가 사랑했던 여인들, 친구들, 출판업자들,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는 대략 1,500통에 이른다.
이 책은 카프카의 자전적 작품인 일기와 편지, 완성된 작품과 미완성된 유고와 단편, 그리고 ‘노동자재해보험공사’의 공무 증명 기록 등 실제적인 그의 글들을 바탕으로 그의 진솔한 삶과 문학 세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관찰하고 조망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카프카 연구서는 수많은 모순에 찬 해석을 내세움으로써 카프카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켰다. 이 책은 카프카의 삶의 체험과 문학적 창작 과정을 연대기적 순서로 탐색하면서 중간중간에 중요한 주제와 작품 해설을 가미시켜 서로 독립적이면서 상호보완적인 일종의 벌집 형태로 구성한 카프카 평전이다. 더불어 지금까지의 카프카의 전기 서술에서 종종 논란이 되어온 여러 이슈(카프카의 종교관, 무정부주의와 사회주의 문제, 카프카의 자손 유무, 프라하의 소수문학에 대한 논의 등)를 자전적 증거와 논증을 통해 객관적으로 규명함으로써 독자들이 오도(吾道)하지 않도록 했다.
카프카, 실존과 구원의 글쓰기
카프카는 글을 씀으로써 낯설고 부조리하고 그로테스크한 현실 세계 속에서 상실된 자신의 고유성을 찾으려 했고, 불안과 공포로부터 안정을 취할 수 있었으며, 고독 속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고, 무엇보다 자신이 대면하고 있는 ‘허위의 세계’를 ‘진실과 순수와 지속의 세계’로 고양시키고자 했다. 이렇게 성공적인 글쓰기는 그를 행복하게 하고 더욱 자의식적인 존재로 키웠으며, 삶을 위협하는 실존적 위기를 극복해낼 수 있는 구원의 수단이었다.
이런 점에서 그의 실질적인 삶은 행복과 쾌락과 명예와 권력을 추구하는 일상적인 욕망의 삶이 아니라 꿈과 환상과 상상과 정신과 영혼을 양식으로 하고 있는 ‘고독하고 가난한’ 그러나 의미 있는 문학적인 삶이었다. 그는 자기실존을 위해 영(靈)과 육(肉)의 불꽃이 혼용되어 분출하는 작품을 썼고, 한순간도 ‘자의식을 잃지 않기 위해 매일 한 줄이라도’ 성찰적이고 명상적인 일기를 기록했으며, 창작력을 잊지 않기 위해 그리고 타인과의 사회적 소통을 위해 수많은 편지를 썼다. 또한 영감이 떠오르지 않거나 글을 쓸 수 없을 때는 산책을 하거나 교외에 나가 원예일과 목공일을 했고, 틈이 나는 대로 끊임없이 독서를 했다. 독서광이었던 그는 작가?예술가?철학자의 전기나 자전적 일기와 편지와 명상록을 탐독하며 그들의 문학적 실존, 정신세계 그리고 사랑의 기쁨과 슬픔과 고통을 함께했으며 그것을 자신의 문학적 삶의 양식(糧食)으로 삼았다.
카프카는 남들이 잠든 밤에 홀로 깨어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했다. 그는 글을 쓴 결과보다 그 과정에서 행복과 기쁨을 느꼈다. 그는 창작 과정의 망아(忘我)적 순간이 주는 희열감에 취하곤 했다. 그의 성공적인 첫 단편 『선고』는 ‘영혼과 육체’, ‘생각과 감정’, ‘직관과 체험’, ‘글쓰기와 삶’이 하나가 된 여덟 시간의 ‘무아경(無我境) 상태’에서 나온 산물이었다. 그는 자기만의 고유한 비유적인 형상언어를 사용해 불가시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심오한 ‘꿈같은 내적인 삶’의 세계를 드러내고자 했다. 그리하여 그의 작품에서는 ‘현실과 꿈’, ‘의식과 무의식’, 긍정과 부정, 진실과 허위, ‘절대적 시간과 상대적 시간’, ‘외적 공간과 내면 공간’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이다.
카프카는 글쓰기를 통해 자유로운 상상과 환상, 날카로운 예지, 직관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차갑고, 불행하고, 억압적인 현실 세계를 따뜻하고, 행복하고 자유로운 세계로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에게 ‘진실한 문학’은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인식할 수 없는 깊은 심연’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정신과 영혼의 샘과 같은 것이었다.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1883 ~ 1924)
유대계 독일 작가. 현대 사회 속 인간의 존재와 소외, 허무를 다룬 소설가이다. 그는 비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상황 설정 속에서 인간의 존재를 끊임없이 추구한 실존주의 소설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무력한 인물들과 그들에게 닥치는 기이한 사건들을 통해 20세기 세상 속의 불안과 소외를 폭넓게 암시하는 매혹적인 상징주의를 이룩했다는 평을 받는다.
프란츠 카프카는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프라하의 독일어를 쓰는 중간계급의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자수성가한 상인으로 기골이 크고 독선적이었던 아버지와 관계가 좋지 못했다. 현실적이고 빈틈없는 아버지의 눈에는 아들의 모습이 몽상가에 불과했으며, 어린 카프카의 눈에 아버지는 지독한 일벌레에 가족은 안중에도 없이 사업의 성공에만 몰입하는 사람으로 보였다. 신분상승을 위해 어머니조차 아버지의 사업을 도와야 했기 때문에 그는 줄곧 남의 손에 의해 키워졌고, 그의 나이 두 살 때, 그리고 네 살 때 동생인 게오르크와 하인리히가 태어났지만 곧 죽고 마는 일을 목격하게 된다. 이후 그의 나이 여섯 살 때인 1889년 여동생 엘리가, 또 1년 뒤에는 발리가, 그리고 그 2년 뒤에는 오틀라가 태어나지만, 이 세 자매 역시 제2차 세계 대전의 광기에 희생당하고 만다. 아버지와의 불화와 동생들의 잇단 죽음을 목격하면서 그는 불안정한 유년기를 보낸다.
그의 아버지는 카프카에게 상인의 기질이 보이지 않자 독일계 인문 중고등학교에 입학시킨다. 이곳에서 카프카는 '루돌프 일로비, 시오니스트 후고 베르크만, 에발트 펠릭스 프리브람, 오스카 폴락 등 평생을 두고 교유하는 몇 명의 중요한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1901년 프라하의 카를 페르디난트 대학에 진학한 카프카는 주로 문학과 예술사 강의에 흥미를 보였으나, 아버지의 바람대로 법학을 전공으로 선택한다. 하지만 법관이나 변호사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므로, 1906년 법학 박사 학위를 받고 법원에서 1년간의 수습 기간을 마친 뒤 일반 보험 회사에 입사한다. 1908년 보헤미아 왕국 노동자 상해 보험 회사로 자리를 옮긴 후로는 죽기 2년 전인 1922년까지 그곳에서 법률고문으로 근무하는 한편, 오후 2시에 퇴근하여 밤늦도록 글을 썼다.
이 무렵 유럽의 노동 환경은 무척 열악했다. 카프카는 공무 출장과 노동자들과의 접촉 등 이곳에서의 업무를 통해 관료기구의 무자비성, 노동자들에 대한 가혹한 대우와 이들의 비참한 생활상을 직접 체험하고 자본주의 사회의 내면을 속속들이 꿰뚫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카프카가 자신의 작품에서 개인의 소외와 무력감에 대해 보여주는 깊은 통찰은 여기에서 나온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1919년 각혈을 했으나 의사의 진찰을 거부하다 증세가 악화되어 결국 요양소와 여동생들의 집을 전전한다. 하지만 이 시기에 그는 죽을 때까지 함께한 도라 디만트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비로소 일찍이 맛보지 못한 삶의 애착과 행복을 경험한다. 도라는 그의 곁을 밤낮으로 지키며 간호했지만 1924년, 병약하고 내향적이었던 그는 자신에게 부과되는 출세,결혼 등의 중압감에 쫓기며 글을 쓰다가 폐결핵에 영양부족까지 겹쳐 41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하기에 이른다.
카프카는 평생 불행하게 지냈다. 프라하의 상층부를 장악하고 있던 독일인에게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같은 유대인들로부터는 시온주의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배척받았다. 생전에 카프카는 출판업자들의 요청으로 마지못해 발표하기 전까지는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기를 꺼렸으며, 발표된 작품들도 대중의 몰이해 속에 거의 팔리지도 않았다. 그는 죽음을 앞두고 친구에게 보낸 유서에서 자신의 모든 글을 불태워줄 것을 부탁했을 만큼 쓰는 것 외의 다른 것을 바라지 않았지만, 세계의 불확실성과 인간의 불안한 내면을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그려낸 그의 작품은 타계후 전 세계에 알려졌다.
1912년에 『실종자』(후에 『아메리카』로 개제), 『변신』을 쓰기 시작했고, 1914년에는 『유형지에서』와 『심판』 집필에 들어갔다. 1916년에는 단편집 『시골 의사』를 탈고했다. 1917년에 폐결핵이 발병하여 여러 곳으로 정양을 다니게 되고, 1922년에 『성』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결국 폐결핵으로 1924년에 빈 교외의 키어링 요양원에서 사망했다. 『변신』 외에 대표작으로 『심판』 『성城』 『실종자』 『유형지에서』 『시골의사』 『시골에서의 결혼 준비』 등 다수가 있다.
카프카의 말 한마디!
나는 오로지 콱 물거나 쿡쿡 찌르는 책만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읽는 책이 단 한주먹으로 정수리를 갈겨 우리를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엇하러 우리가 책을 읽겠는가? 한 권의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만 한다."
"작품은 나이고 내 이야기들은 나다,나와 관계없는 것은 아무 것도 쓰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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