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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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詩를 읽다

月暈/박용래

금동원(琴東媛) 2016. 4. 15. 01:38


月 暈


박용래


첩첩 山中에도 없는 마을이 여긴 있읍니다. 입 진 사잇길 저 모래뚝, 그 너머 江기슭에서도 보이지 않습니다.

허방다리 들어내면 보이는 마을.

坑 속 같은 마을. 꼴깍, 해가,노루고리 해가 지면 집집마다 봉당에 불을 켜지요. 콩깍지, 콩깍지처럼 후미진 외딴집,

외딴집에도 불빛은 앉아 이슥토록 창문은 木爪빛입니다.

기인 밤입니다. 외딴집 老人은 홀로 잠이 깨어 출출한 나머지 무우를 깍기도 하고 고구마를 깍다, 문득 바람도 없는데

시나브로 풀려 풀려내리는 짚단, 짚오라기의 설레임을 듣습니다. 귀를 모으고 듣지요.

후루룩 후루룩 처마깃에 나래 묻는 이름 모를 새, 새들의 溫氣를 생각합니다.

숨을 죽이고 생각하지요.

참 오래오래, 老人의 자리맡에 밭은 기침소리도 없을 양이면 벽 속에서 겨울 귀뚜라미는 울지요.

떼를 지어 웁니다, 벽이 무너지라고 웁니다.

어느덧 밖에는 눈발이라도 치는지,펄펄 함박눈이라도 흩날리는지, 창호지 문살에 돋는 月暈. -(문학사상, 1976.3)




  -박용래 시선집 『먼바다』, (1984, 창비)


■ 사랑하는 사람을 못견디게 그리워하는 것은 激情이다. 미워하는 사람을 못견디게 미워하는 것도 일종의 격정이랄 수 밖에.

나에게 격정이 있었을까. 글을 쓰고 싶어 못견디는 것도 격정의 소산이라면 그런 白畫의 격정을 죽도록 갖고 싶다.

名筆 李三晩의 바닥난 세 개의 벼룻돌이여.

둘레서는 날더러 새장 속의 새라고 한다. 격정이 새라면 모름지기 새장을 박차고 접시물도 거부하리라.

이러지도 못하는처지의 새, 내사 새라면 판소리나 한마당 멋들어지게 뽑을 줄 아는 콩새이고 싶다.

두두둥 북이라도 칠 줄 아는 북새이고 싶다. 아니면 郡山港 가까운 路邊의 겨울 꽝꽝나무이고 싶다.

- 시 月暈의 '시작노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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