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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詩를 읽다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황지우

금동원(琴東媛) 2016. 4. 12. 00:12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황지우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다

자기 온 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 몸으로 헐벗고 영하 13도

영하 20도 지상에

온 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裸木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받은 몸으로, 벌받는 목숨으로 기립하여, 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魂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 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에서

영상으로 영상 5도 영상13도 지상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 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 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 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피는 나무이다

 

 

-시집 『겨울 -나무로 부터 봄-나무에로』,(1985,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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