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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죽여주는 여자 (2016)

금동원(琴東媛) 2016. 11. 6. 12:22


죽여주는 여자 (2016)The Bacchus Lady

- 감독) 이재용 (주연) 윤여정 


  이 영화의 엔딩 음악이 모두 끝나고, 환하게 불이 켜질 때까지 온 몸을 짓누르는 무거움에 자리에서 일어 날 수 없었다, 뭔가에 잔뜩 긴장하고 있었던 느낌으로 몸과 마음이 한 없이 쓸쓸하고 덧없는 기분에 휩싸였다. 지난 달 개봉 시사회(피가디리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이제야 영화를 소개하는 마음도 그 때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인간은 태어나면 어차피 죽게 되어있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있건 없건 상관없이 우리는 누구나 죽음을 맞이 할 것이다. 삶이 길어 질 수록 우리의 죽음에 대한  확실한(선명한) 기약이 없다는 게 문제다. 주체적인 죽음이란게 있기나 할까.  내 죽음을 내가 책임질 수나 있으려나.  그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있는 건 없다.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서 어떻게 나의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내 죽음은 최소한 내가 책임질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보고나면 우울하고 마음 쓸쓸해지는 그래서 인생이란게 서글퍼지는 영화지만 감상을 추천한다. 피할 수 없는 세월의 흐름 앞에서 우리가 어떻게 잘 살아(well-being)갈 것인가 보다는 어떻게 잘 죽을(well-dying) 수 있을 것인가를 성찰해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참치)



  <영화 줄거리>

  종로 일대에서 노인들을 상대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65세의 ‘박카스 할머니’ 소영. 노인들 사이에서는 ‘죽여주게 잘 하는’ 여자로 입 소문을 얻으며 박카스들 중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 트랜스젠더인 집주인 티나, 장애를 가진 가난한 성인 피규어 작가 도훈, 성병 치료 차 들른 병원에서 만나 무작정 데려온 코피노 소년 민호 등 이웃들과 함께 힘들지만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중, 한 때 자신의 단골 고객이자, 뇌졸중으로 쓰러진 송노인으로부터 자신을 죽여달라는 간절한 부탁을 받고 죄책감과 연민 사이에서 갈등하다 그를 진짜 '죽여주게' 된다. 그 일을 계기로 사는 게 힘들어 죽고 싶은 고객들의 부탁이 이어지고, 소영은 더 깊은 혼란 속에 빠지게 된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죽여주는 여자]

[씨네21 = 글:김성훈]

출처 : <죽여주는 여자>


  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 / 공동제작 뭉클픽쳐스 / 감독·각본 이재용 / 촬영 김영노 / 조명 홍명수 / 프로덕션 디자인 송혜진 / 의상 함현주 / 음악 장영규, 김선 / 편집 함성원 / 출연 윤여정, 전무송, 윤계상, 안아주, 최현준, 박규채 / 배급 CGV아트하우스 / 제작연도 2016년 / 상영시간 111분 /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 개봉 10월6일


  소영(윤여정)은 ‘박카스 할머니’다. 종로에서 할아버지들을 상대로 자양강장제와 몸을 팔며 하루를 살아간다. 노인들 사이에서 죽여주는 솜씨로 명성이 자자하고, 경쟁자들 사이에서 손님을 독차지한다고 온갖 시샘을 한몸에 받는 그녀다. 일진이 사나웠는지 성병에 걸린 그녀는 병원을 찾는다. 그곳에서 한 필리핀 여자가 5년 동안 연락을 끊고 자신과 아들 민호(최현준)를 피한 의사를 홧김에 가위로 찌르는 광경을 목격한다. 소영은 사건 현장에서 도망쳐 나온 민호를 찾아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온다. 소영의 집은 트랜스젠더인 집주인 티나(안아주), 한쪽 다리가 불구인 성인 피겨 작가 도훈(윤계상) 등 친절한 이웃들이 모여 살고 있다. 경찰의 박카스 단속 바람이 거세지면서 소영은 영업하기가 만만치 않다. 어느 날, 그녀는 한때 자신의 단골 손님이었던 송 노인(전무송)을 우연히 만나고, 그에게서 단골 손님이었던 한 노인이 풍에 걸려 병상에 누워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듣는다. 그래서 병문안을 갔다가 그 노인으로부터 자신을 죽여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폐품과 병 줍는 일을 제외하면 65살 할머니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는 대한민국에서 소영은 노인들에게 성적 서비스를 제공해 노인들이 아직도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일을 한다. 거동이 불편하고 기억력도 잃게 돼 삶이 더이상 무의미하고, 혼자 외롭게 살아갈 자신이 없는, 그러니까 죽음과 가까운 곳에 다다른 노인들이 그런 그녀에게 삶을 진짜 끝내게 해달라고 제안하는 상황이 무척 아이러니하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상황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삶을 더이상 지속시킬 수 없는 노인들의 처지를 연민하고, 그들의 부탁 때문에 갈등하는 윤여정의 깊은 표정에 결국 설득되고야 만다. 죽음과 다름없는 삶을 꾸역꾸역 살아가는 노인들과 그런 그들에게 짧은 순간만이라도 삶의 쾌락을 선사하는 소영을 통해 영화는 “어떻게하면 잘 죽을 수 있는지”라는 질문을 던지고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지금은 100살 시대라지만, 노인을 위한 나라가 되려면 갈 길이 한참 먼 한국에서 100살까지 살아가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해 보인다. 이재용 감독의 신작으로 제6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 초청작이다.

 씨네21|201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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