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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판다의 엄지/스티븐 제이 굴드

금동원(琴東媛) 2017. 1. 30. 09:58

 

 

『판다의 엄지』

-스티븐 제이 굴드 저/김동광 역 | 사이언스북스 | 원제 : THE PANDA’S THUMB

 

 

  “이 책을 만나는 건 행운이다.”-아이작 아시모프
  전미 과학 도서상에 빛나는 전설의 과학 고전 대망의 복간!

  통념과 상식에 안주하는 지적 타성을 우아하게 쑤시는 과학 글쓰기의 전범(典範)

  2002년 5월 22일 미국 최고의 인기 애니메이션 시리즈 「심슨 가족」시즌 13 마지막 에피소드인 22편이 끝날 때 「심슨 가족」의 제작진은 자막을 통해 한 과학자의 죽음을 추모했다. 바로 22편 방송 이틀 전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 고생물학자이자 진화 생물학자였고 과학 철학자이자 과학사 학자, 그리고 세계적인 저술가였던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 1941년 9월 10일?2002년 5월 20일)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이었다. 1997년 12월 23일에 방영된 시즌 9 8편에서 굴드가 자신을 모사한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고생물학자"의 성우로 출연한 인연을 잊지 않았던 것이다.


  오는 5월 20일은 스티븐 제이 굴드가 세상을 떠난 지 14년째 되는 날이다. (주)사이언스북스에서 이번에 펴낸 『판다의 엄지(The Panda’s Thumb)』는 그의 대표작이다. 미국에서는 1980년에 처음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1998년에 번역 출간된 적이 있는 이 책은 스티븐 제이 굴드가 27년간 「이런 생명관」이라는 제목으로 매달 연재했던 《내추럴 히스토리(Natural History)》의 300편의 글들 중에서 초기 원고 31편을 엮어 단행본으로 펴낸 것이다.

  평생 24권의 단행본과 101편의 서평, 497편의 논문, 300편의 《내추럴 히스토리》 에세이을 남긴 스티븐 제이 굴드에게 있어 『판다의 엄지』는 그의 세 번째 책이자, 《내추럴 히스토리》 연재 에세이를 엮은 책들 중에서는 두 번째 책으로, 출간 즉시 독자들과 당대 지식인들의 열화 같은 지지를 받으며 1981년 전미 도서상을 수상하고, 굴드를 최고의 과학 저술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었다.

  굴드가 자이언트판다의 ‘가짜’ 엄지를 해부학적으로 분석해 진화의 결과물이 그리 주도면밀하지도 완전하지도 않음을 보여 준 글(1장 「판다의 엄지」)은 이제 진화론의 대중화 역사에서 전설로 여겨지고 있다. 이 책은 진화 생물학의 역사와 이 책 출간 당시의 논쟁부터 과학자의 삶, 과학 교육, 과학 윤리 같은 문제는 물론이고 성차별, 장애인 차별 문제처럼 정치적, 사회적 이슈까지 아우르고 있다. 박식과 재치와 우아함으로 무장한 굴드는 이 방대한 주제들을 한데 버무려 과학적 개념이 어떻게 오해받고, 오용되고, 잘못된 사회적 실천을 낳는지 보여 주고, 과학 자체도 과학자 자신이나 사회의 선입견이나 바람이나 욕망 같은 것과 결합되면 어떤 식으로 오용될 수 있는지, 환원론, 결정론, 원자론 같은 단선적인 견해가 과학자들을 어떤 식으로 오류로 이끄는지 생생하게 그려 낸다.

  『판다의 엄지』는 국내에서도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과학이란 부국강병의 기틀이요 순수하고 추상적인 지식 활동으로만 여겨지던 시절, 과학 사회학과 진보적 관점에서 진화론과 과학의 이면을 살핀 이 책은 우리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1998년 한국어판이 출간되었을 때부터 정부 기관에서 선정하는 우수 과학 도서로, 경영인을 위한 필독서로, 명문 대학 신입생 필독서로 화제를 모았다. 오랫동안 절판 상태로 있으며 온라인 중고 서점에서 3만 원, 5만 원으로 거래되는 등 과학 독자들 사이에서 복간 희망 1순위로 거론되던 책이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과학 저술가이자 번역가이며 오랫동안 스티븐 제이 굴드의 저술들을 번역해 온 김동광 교수에 의해 전면적으로 개역 작업이 이루어진 이 책의 출간으로 과학책 독자들의 지적 갈증이 채워지게 되었다.

 

 

작가 소개

 

  Stephen Jay Gould 전형적인 68세대인 굴드는 고생물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 1941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1963년에 안티오크 대학 지질학과를 졸업했고, 1967년에 컬럼비아 대학에서 고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해부터 하버드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했으며, 2002년 작고할 때까지 하버드 대학 지질학 및 동물학 교수로 재직했다. 말년에는 뉴욕 대학에 교환 교수로 있으면서 생물학과 진화론을 강의하기도 했다.

  1970년대 중반 케임브리지 보스턴을 중심으로 급진적인 성향의 과학자들이 모여 결성한 전국조직 ‘민중을 위한 과학(Science for the people)’에 참여했으며, 작고할 때까지 진보적인 생물학자들의 비영리단체인 ‘책임 있는 유전학을 위한 회의(Council for Responsible Genetics)’의 자문위원직을 유지했다.

  굴드의 저술 활동은 왕성하고 전방위적이었다. 전체 22권의 저서와 101편의 서평과 497편의 과학 논문과 300여 편의 자연학 에세이를 남긴데다 그 글들의 소재는 언어, 문학, 음악, 건축, 심지어 스포츠(특히 야구)를 넘나든다. 한편 굴드는 ‘과학의 대중화 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였다. 과학을 사회로부터 분리된 절대적이고 균일한 것이 아닌, 사회적ㆍ역사적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하는 것으로 보았으며 그에 따른 실천을 멈추지 않았다. 1970년대 중반에는 급진적인 성향의 과학자들이 모여 결성한 ‘민중을 위한 과학Science for the people’에 참여했으며, 진보적인 생물학자들의 비영리 단체인 ‘책임 있는 유전학을 위한 회의Council for Responsible Genetics’에서는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리고 고생물학회와 진화학회, 미국과학진흥회 회장을 역임하고, 40개 이상의 여러 학술상과 메달을 비롯해 44개의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다윈 이후(Since Darwin: Reflections in Natural History)』,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판다의 엄지(The Panda's Thumb: More Reflections in Natural History)』, 『플라밍고의 미소(The Flamingo's Smile)』, 『시간의 화살, 시간의 순환(Time's Arrow, Time's Cycle)』,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받은 『인간에 대한 오해(The Mismeasure of Man)』, 그리고 『불리 브론토사우루스(Bully for Brontosaurus)』등이 있다. 『생명,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Wonderful Life)』로 과학도서상을 받기도 했다

 

 

  작가 한마디!

 

  훌륭한 사고를 거쳐 도달하는 위대한 과학도 결국은 사회적인 맥락과 그것이 놓인 시대의 지적인 배경 속에서 발전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한 맥락은 사고를 제한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통찰력을 증진시키기도 한다. 진보만을 거듭하는 일방적 방향으로 역사가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란 항상 극복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것이 갖는 어쩔 수 없는 구시대적 특성으로 인해 우리에게 거부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목차

 

  머리말 자연의 역사 속에서 진화론을 재고찰한다 7

  1부 완전과 불완전: 판다의 엄지에 관한 3부작
  1장 판다의 엄지 21
  2장 역사를 이야기해 주는 의미 없는 징후들 33
  3장 이중의 어려움 45

  2부 다윈적 세계


  4장 자연 선택과 인간의 뇌: 다윈 대 월리스 61
  5장 중용을 취한 다윈 77
  6장 태어나기도 전에 죽는 진드기 91
  7장 라마르크의 미묘한 색조 101
  8장 이타적인 집단과 이기적인 유전자 115

  3부 인간의 진화


  9장 미키 마우스에게 보내는 생물학적 경의 129
  10장 필트다운을 다시 생각한다 145
  11장 인류 진화의 가장 큰 한 걸음 169
  12장 생명계의 한가운데 181

  4부 과학을 정치적으로 해석한다


  13장 넓은 모자와 좁은 마음 195
  14장 여성의 뇌 205?
  15장 다운 증후군 217
  16장 빅토리아 시대의 숨은 결함 229

  5부 변화의 속도


  17장 진화적 변화의 단속적 본질 243
  18장 돌아온 ‘유망한 괴물’ 253
  19장 대용암 지대 논쟁 265
  20장 쿼호그는 쿼호그 279

  6부 최초의 생물


  21장 첫 출발 295?
  22장 늙은 미치광이, 랜돌프 커크패트릭 309
  23장 바티비우스와 에오조온 321
  24장 해면 세포의 안쪽 335

  7부 무시되고 과소 평가된 동물들 


  25장 과연 공룡은 우둔했는가 355
  26장 비밀을 밝혀 주는 차골 367
  27장 자연계의 기묘한 결합 381
  28장 유대류를 옹호하며 397

  8부 크기와 시간
  29장 우리에게 할당된 수명 409?
  30장 자연의 인력: 세균, 새, 그리고 꿀벌 419
  31장 시간의 장구함 431

  1998년판 옮긴이 후기 444
  2016년판 옮긴이 후기 447

 

 

 

 

  출판사 리뷰

 

  자연의 역사 속에 숨겨진 생명 진화의 진실
  과학과 인문학의 화려한 수사학 이면의 인간 욕망과 역사의 맥락을 읽어라

  나는 지금까지 사람들이 편안하게 안주해 왔던 통념을 자극했다. 과학이 문화에 깊이 스며들 수밖에 이유는 무엇인가, 자연 속에서 본질적인 조화와 진보를 찾아내려는 희망에 다윈주의가 부응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등이 그런 문제이다. 이런 자극은 각각 적극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문화적 편견에 대한 이해를 통해 우리는 과학을 다른 모든 형태의 창조성에서 나타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친밀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간 활동으로 볼 수 있게 된다. 또한 생명의 의미를 자연 속에서 수동적으로 읽어 낼 수 있으리라는 덧없는 기대를 버릴 때, 비로소 우리는 자신의 내부에서 그 의미를 찾게 된다. -프롤로그에서

  하버드 대학교의 지질학과 교수이자 동 대학교 비교 동물학 박물관 무척추 고생물학 큐레이터이며 동 대학교 동물학과에서 미국 최고의 동물학자로 존경받는 알렉산더 아가시의 이름을 딴 석좌 교수였던 스티븐 제이 굴드는 평생 다윈의 진화론을 옹호하는 전사이자 사상가, 과학을 인종주의나 환원주의로 물들이려는 사이비 과학을 격렬하게 탄핵하는 계몽주의자였다. 그래서 굴드의 어떤 책을 읽든 뜨거운 논쟁을 현장 체험하는 것 같은, 그리고 그 논쟁들이 하모니를 이뤄 하나의 오케스트라를 이루고 굴드는 그 지휘자인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굴드는 자신의 주장을 논리정연하게 개진하기도 하고, 상대방의 주장을 공평하게 소개함으로써 결정적인 허점을 스스로 드러내게끔 만들기도 하고, 필요하다면 논쟁 당사자를 지면으로 소환해 직접 논쟁하게끔 만든다. 만화 영화의 주인공 미키 마우스를 등장시켜 유형 성숙에 숨은 진화론의 비밀을 캐내기도 하고, 미치광이로 무시되는 옛 과학자의 먼지 나는 논문과 저작을 뒤져 과학사의 메커니즘을 밝히기도 한다. 특히 과학적, 역사적 사실들을 제시하고 그 사실들을 서로 교차시키고 충돌시키고 결합시켜 진실을 도출해 내는 굴드의 글 솜씨는 지금 봐도 감탄할 정도이다. 


  예를 들어 사람의 머리뼈와 유인원의 아래턱뼈를 합쳐 놓고, 인류 진화의 ‘잃어버린 고리’를 찾았다고 보고했던 필트다운인 화석 사기 사건을 다룬 10장 「필트다운을 다시 생각한다」에서 굴드는 오래전에 잊혀진 사건을 마치 수사관처럼 치밀하게 재구성하고, 그 사건 연구자들이 찾아낸 몇 가지 단서 속에서 그 사회적인 명성과 권위 때문에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던 이를 범인으로 지목해 낸다. 그러나 굴드의 이 글은 스캔들을 일으키고 한 학자의 명성을 훼손시키는 게 목적이 아니다. 굴드는 필트다운인 화석 사기 사건이라는 스캔들에서 과학이 동시대의 사회, 문화, 경제, 사상적 맥락의 산물임을 증명해 낸다. 프랑스의 네안데르탈인에 맞먹는 인류 조상의 화석을 가지고 싶었던 영국 과학자들의 민족주의, 인류의 진화가 뇌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고 여긴 당시 과학계의 패러다임, 필트다운인 화석을 엄밀하게 검증할 수 없게 만든 당대의 연구 관행이 어떻게 필트다운인 화석 사기 사건을 만들어 냈는지 생생하게 보여 준다.


  또한 위대한 과학자의 찬란한 업적 속에 숨겨진 오류를 드러내 현재 과학 경계로 삼는 솜씨도 탁월하다. 사실과 과학을 무기로 다윈의 반대자들과 격렬하게 싸워 ‘다윈의 불도그’로 이름 높은 토머스 헉슬리가 자신의 선입견에 갇혀 지구의 해저 전체를 바티비우스라는 점액질 생물이 뒤덮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의 좌우명 “어린아이처럼 사실 앞에 겸허하게 앉아 모든 선입견을 버릴 준비를 하고 자연이 이끄는 곳이라면 설령 그곳이 깊은 낭떠러지라 하더라도 겸손하게 따라가는 것이다.”을 배신했던 과거를 들춰내고(23장 「바티비우스와 에오조온」), 다윈과 함께 자연 선택에 의한 진화를 알아낸 앨프리드 월리스가 자연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신념을 극단화한 초선택주의에 빠져 자신과 다윈의 진화론이 몰아냈던 목적론과 자연 신학을 뒷문으로 맞아들였던 과학사적 역설을 보여 준다. (4장 「자연 선택과 인간의 뇌: 다윈 대 월리스」) 심지어 자신의 석좌 교수 자리에 이름을 준 알프레드 아가시의 인종주의적 편견(16장 「빅토리아 시대의 숨은 결함」)과 초기 뇌 계측학 연구로 인체에 대한 실증적 연구의 기초를 닦은 폴 브로카의 오류와 성차별적 편견(13장 「넓은 모자와 좁은 마음」), 14장 「여성의 뇌」)에 대해서도 메스를 들이댄다.


  반대로 과학의 역사에서 주류의 편견 또는 이론과 맞서 싸우다 잊혀진 사람들,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연구들을 발굴해 공정하게 재평가해 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제1차 세계 대전 직후, 미국 워싱턴 주 동부의 대용암 지대의 특이한 지형을 격변론적인 관점에서 분석해 점진론이 주류였던 당시 학계의 집중 비판을 받은 시카고의 지질학자 J 할렌 브레츠의 학설을 다루면서 “경직되고 구속적인 독단주의”에 맞선 한 과학자의 외로운 투쟁을 재조명해 낸다. (19장 「대용암 지대 논쟁」) 또 모리셔스 섬의 멸종된 조류인 도도와 현재 멸종 상태인 칼바리아 마요르라는 거목의 공진화 관계를 탐구하는 스탠리 템플 등의 연구를 소개하기도 한다. (27장 「자연계의 기묘한 결합」) 심지어 책의 지면을 할애해 이 에세이가 《내추럴 히스토리》에 게재된 후 모리셔스 삼림국의 와달리 박사가 보내온 템플 연구에 대한 비판 논평과 그것에 대한 템플을 재반박을 책에 실어 과학계의 논쟁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생생하게 보여 준다.


  그리고 자신이 개발해 낸 이론을 전개하며 당대의 진화 생물학 이론가들과 전면적인 논쟁을 펼치기도 한다. 굴드의 대표 이론으로 알려진 ‘단속 평형설’에 대한 개괄(17장 「진화적 변화의 단속적 본질」), ‘개체 발생’과 ‘계통 발생’, 그리고 ‘유형 성숙’의 관계에 대한 연구(9장 「미키 마우스에게 보내는 생물학적 경의」), ‘이기적 유전자’ 개념과 ‘선택의 단위’에 대한 도킨스와의 논쟁(8장 「이타적인 집단과 이기적인 유전자」), ‘인간 중심주의’에 대한 단호한 배격(12장 「생명계의 한가운데」), 공룡의 지능 문제(25장 「과연 공룡은 우둔했는가」) 등을 주제로 리처드 도킨스는 물론이고 같은 하버드 대학교의 교수로 사회 생물학의 창시자인 에드워드 윌슨과 치열한 논쟁을 펼친다.
이 책에서 다뤄지고 있는 여러 논쟁 주제들 중 일부는 시간의 흐름과 과학의 발전에 따라 이제는 해소된 것도 있고, 그 의미가 축소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지금 읽어도 자연과 생명, 그리고 진화론과 과학 일반에 대해 새로운 깨달음과 통찰을 줄 것이다.

  진화의 역사와 과학의 역사의 본질을 꿰뚫는 스티븐 제이 굴드의 통찰

  이 책이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는 이유는 필자가 진화나 진화론에 대해 새로운 관점이나 풍부한 사고를 주기 때문만은 아니다. 굴드는 우리 사회, 우리 삶의 여러 굽이굽이에 고여 있고 굳어 있는 수많은 것들을 판다의 엄지로 흔들고 휘저으면서 그 속에서 드러나는 숱한 문제점들을 우리에게 보여 주고 있다. 인종주의를 뒷받침했던 뇌 계측학, 그리고 IQ 검사를 비롯한 숱한 그 현대판들. 객관적이라고 믿어지는 과학에 들씌워져 있는 숱한 인간들의 감정과 희망, 그리고 이해 관계들. '멍청한 공룡'이라는 인간들의 편견이 보여 주는 인간 중심주의. 사람이나 동물의 몸이란 유전자를 나르는 용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견해로 비약한 도킨스의 환원주의와 유전자 결정론……. 그는 '역사적 과학'이라는 접근 방식을 통해 "생물은 유전자들의 융합 이상의 무엇이며, 생물은 역사라는 중대한 요소를 가지고 있고, 그 몸의 여러 부분은 복잡한 상호 작용을 한다."라는 관점으로 환원론, 결정론, 원자론을 단호히 배격한다. 역사는 수많은 것들을 포함한다. 역사는 판다의 엄지를 만들어 내고, 완벽한 설계처럼 보이는 것을 순식간에 멸종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가 객관적이라고 생각하는 과학 자체도 역사의 산물이다. -옮긴이 후기에서

  자연도, 과학도 완벽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사상을, 바람을, 욕망을 자연과 과학에 투사해 왔다. 과학사의 길목에서 우리는 과학의 오용, 지식의 과욕을 만나게 된다. 다윈 이후 최고의 진화 생물학자, 과학 글쓰기의 계관시인, 평생 다윈주의에 대한 오해와 싸운 위대한 진화론의 투사라고 불린 스티븐 제이 굴드는 이 책에서 31편의 주옥 같은 에세이들을 통해 자연의 역사를 살피며 오용된 과학, 오해된 진실을 드러낸다. 목적도 방향도 없는 자연의 역사는 우리의 지식과 바람을 단호하게 배반하며 사실의 힘을 가르친다. 시간의 시험을 견딘 과학의 고전이 여기에 있다.

  정말로 아무런 상관 없어 보이는 현상을 연결해 내는 굴드의 능력은 경이로울 정도이다. 지구의 자기장을 이용해 방향을 찾는 아주 작은 생명체에서 판다의 엄지까지 자연의 역사에서 진화론적 통찰을 이끌어 내는 그의 과학 글쓰기는 최고의 것이라 할 수 있다. -뉴요커

  스티븐 제이 굴드는 탁월한 능력을 타고난 생물학 이론 해설가이다. 그의 해설은 생물학에 이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과학적 발견이 이루어진 사상사적, 문화사적 배경까지 꿰뚫는다. 이 책은 신선하고 정신을 긴장시키는 놀라운 해설들로 가득하다. -뉴욕 타임스 북 리뷰

  굴드는 타고난 글쟁이다. 그는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소재와 충동과 재주를 가지고 있다. -피터 메더워

  굴드는 틀리지 않는다. 그의 글쓰기는 어떤 도움도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읽고 즐길 수 있다는 행운을 만났다. -아이작 아시모프

 

 

 

  ■ 다시 읽어도 새로운 굴드의 글

  ena| 2016-06-02 /http://blog.yes24.com/document/8685573

 

 

  이미 읽은 책을 소장하지 않았다고 재출간되자마자 구입하는 책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 그리고 책을 바로 다시 읽고, 후회되지 않는다면 책에 대한 평가는 거의 끝난 것이 아닌가?


  스티븐 제이 굴드의 『판다의 엄지』가 바로 그런 책이다.


『판다의 엄지』는 그가 평생을 연재한 <Natural History> 실린 에세이들을 모아 출판한 『다윈 이후』에 이은 번째에 해당한다. 특히 『판다의 엄지』는 판다의 엄지 관한 3부작과 진화학에서의 점진론에 대한 비판(, 닐스 엘드리지와 함께 발표했던 단속평형론 대한 옹호)으로 더욱 의미를 갖는다.


 ‘판다의 엄지 대한 3부작을 포함한 다른 글들은 굴드가 평생 견지했던 진화에 대한 생각, 진화에 대한 완전성에 대한 비판이다. 또한 그것은 진화와 진보를 동일시해서는 된다는 평생의 지론이기도 하다. 마르크스주의자로서 살아갔고, 인권과 평등을 위해 행동을 아끼지 않았던 굴드이지만, 자연은 진보를 향하여 진화하지 않는다고 봤다. 자연은 어디로든 있으며(“자연은 얼마 되는 재료를 바탕으로 많은 일을 있다”, p.31), 그렇기 때문에 자연을 경외했다. 또한 자연에는 인간도 포함된다고 보았고, 따라서 인간은 선택의 자유를 가지고 있으며, 선택이 바로 인권과 평등이라고 것이었다.


  또한 진화의 점진론에 대한 비판 역시 반복적인데(진화학에서의 통념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어쩔 없다), 반복이 전혀 지겹지 않다. 이유는 글마다 다른 소재를 가져오고 있으며, 소재를 연결시키는 기술이 매끄럽기 때문이다. 그는 성실한 과학자였으며, 재능 있는 글쟁이였다는 것을 여기서 충분히 있다.


  굴드의 글들이 일반인들에게는 쉽지는 않지만 재미 있으며, 가치 있게 여겨지는 이유는 아마도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뒤집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상식에 안주하는 것은 새로운 것을 알고자 하는, 이상의 지적 추구를 방해한다. 굴드의 글은 그런 과학자에게나 비과학자에게나 새로운 지적 자극을 준다.


  40 가까이 글을 읽고도 현재성을 느끼고 있다면 말이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