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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詩를 읽다

시에게 잘못함/ 김남조

금동원(琴東媛) 2017. 2. 14. 22:30


시에게 잘못함


김남조



시가 안 쓰이는 한 철

벼랑에 세워져 사납게 흔들리는

기이한 공포...... 이런 때

우리는 어떤 예배를 올릴 것인가


어느 날 시가 쓰여진다

혈액처럼, 고여오는,

아니 혈액 자체인 그것을

원고지 위에 공손히 옮긴다

한데 야릇한 가책과  의문이 섞여 치받는다

더 오래 절망에 잠겼어야

옳았지 않을까


여러 세대에 걸치는

소수의 진정한 독자

저들의 가슴을 관통하기엔

참담할 만치 화살이 허약한 게 아닌지

시적 진실성의 함량미달로

친구인 시인들에게

환멸을 끼치지 않겠는지


시인이여

우리는 시에게 잘못하는 일이 많다

하면 오늘밤 각자의 시 앞에

속죄의 등불을 켜고

새벽녘까지

천 년 같은 긴 밤을

시의 참 배필로 있자



- 『김남조 시전집』(국학자료원, 2005,)-근작시(112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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