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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침묵예찬/ 마르크 드 스메트

금동원(琴東媛) 2017. 3. 9. 22:09


침묵예찬』

마르크 드 스메트 저/김화영 역 | 현대문학



  침묵은 그 어떤 웅변보다도 강력하게 사람의 마음을 흔들고, 달콤한 밀어보다도 흡입력이 있으며,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게 해주는 등대와도 같다. 참선 수행의 전문가로 유럽 전역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이 책의 저자 마르크 드 스메트는 흔히 우리가 단순히 ‘말이 없는 것’이라고만 생각해온 ‘침묵’을 다양한 측면에서 깊이 있게 소개하면서 이 침묵의 미덕에 대해 예찬하고 있다.

  저자는 침묵이란 어려울 것도, 많은 준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라고 역설한다. 그는 독자들에게 한 발 물러서서 잠시 침묵하며 세상을 바라보라고 권한다. 그러면 자신을 가두고 있던 두려움에서 벗어나 좀 더 현명해지고 자유로워진 본연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저마다 제 목소리 내기에 바쁜 현대사회에 지금까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침묵의 참다운 가치에 대한 마르크 드 스메트의 가르침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조금 다른 삶도 있음을 깨닫게 할 것이다.


  작가 소개


  마르크드 스매트

  작가, 편집자, 기자 등 다채로운 경력을 가진 그는 현재 참선 수행의 전문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특히 기독교와 불교를 비롯한 명상적 세계에 깊은 관심이 있다. 참선 수행으로 유명한 다이젠 데시마루의 사사를 받은 마르크 드 스메트는 『침묵 예찬』 이외에도 80년대 초부터 『명상의 기술과 각성의 실천』, 『동방의 신비주의에 대한 에세이』 등을 시작으로 『호랑이의 웃음-선사와의 여행』, 『부처의 길을 찾아서』, 『잊혀진 문』, 『부처님의 말씀』, 『내면적 광명』, 『도의 말씀』, 『인도 현자들의 말씀』, 『영원한 지혜의 말』 등의 책들을 발표했고 2001년에는 『감각의 탐구에 있어서 양식의 예찬』 그리고 2006년에는 『선의 지혜와 장난』을 내놓은 바 있다.


  역:김화영

  문학평론가이자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1942년 경북 영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불어불문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프로방스 대학교에서 알베르 카뮈 연구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뛰어난 안목과 유려한 문체로 프랑스의 대표적인 문학 작품을 국내에 소개해 왔으며, 고려대학교 불문학과에서 30여 년간 학생들을 가르쳤다. 개성적인 글쓰기와 유려한 번역, 어느 유파에도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활동으로 우리 문학계와 지성계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했고, 1999년 최고의 불문학 번역가로 선정된 바 있다. 현재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목차


침묵의 여러 가지 양상들
소리의 문턱
의사소통의 기호들
눈의 언어
침묵의 거울
여덟 번째 음
새들의 언어
바벨의 도서관
데생의 의미
성스러움의 이미지와 폐허의 기억
저 벽들 뒤에는 공간이
두려움에 대한 소극
죽음과 고독
엘로힘의 말씀
깨어남
침묵의 메아리



  책 속으로


  심리적 혼란과 광기는 내면의 소음들이다. 균형과 평화는 내면의 침묵들이다. 인격 장애를 치료하는 기적 같은 약이 하루아침에 발명될 것 같지는 않다. 그렇지만 우리들 각자에게는 되찾아야 할 저 내면의 고요 속에, 기막힌 컴퓨터인 우리 뇌의 다양한 회로들의 저 자유로운 연결 속에 이미 그 약은 존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기막힌 컴퓨터를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고 있다.--- p. 78


  우리가 악몽의 수렁 속으로 깊이 빠져들어 그것에 사로잡힌 노예가 된다면 삶은 송두리째 지옥이 된다. 그리하여 생명이 떠나버린 그 장소들, 거주의 세월이 마감된 그 해골들은 우리가 가는 길의 경계표지들로 변한다. 우리에게 말없이 주의하라, 정신 차려라, 순간은 지나가고 돌아오지 않는다고 경고하는 경계석들, 그 순간이 덧없이 흘러가도록 버려두어서는 안 될 일이다.--- p. 195~196


  나는 이 오래 걸리고 힘들었던 번역서를 독자들에게 건네주면서 앙드레 뵈클레르가 『새로운 사랑』에서 했던 말을 인용하며 ‘역자의 말’을 대신하고자 한다.


  “친구여. 나는 그대에게 아무 할 말이 없소. 내가 이 백지를 내려다보면서 몽상에 잠긴 것이 벌써 몇 십 시간이었던가. 오늘 그대에게 내 침묵의 모든 풍요로움을 바치나니 자, 이제는 그대가 이 백지를 오랫동안 바라볼 차례요.”
--- 본문 중에서



  귀를 막아버리고 싶은 순간, 우리에겐 침묵이 있

        반흔/ 20017-07-18



  참을 수 없는 분노에 사로잡혔을 때,
  한없는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삶이 견딜 수 없이 고단하게 느껴질 때,
  거창한 위로의 말보다 단지 함께하는 '침묵'이 필요한 순간,
  침묵은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


  해도 해도 일은 끝이 없고, 이런 저런 고민으로 속은 시끄럽고 신경은 예민해져 누가 건드리기라도 하면 터지기 일보직전일 때, 귀를 파고드는 모든 소리가 다 소음으로 느껴질 때 사람들은 고요한 정적, 바로 침묵의 순간을 그리워한다.
  
    과연 침묵이란 무엇일까? 예술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의 그 경이로운 순간, 신에게 봉헌된 성소에서 느끼는 경건함, 그리고 눈을 감고 내면의 자신과 마주하는 명상의 순간까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침묵의 순간들에 대해 저자는 이야기한다.
  
  저자는 또 자칫 어렵게 느껴지지만, 침묵이란 어려울 것도, 많은 준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라고 역설한다. 그는 독자들에게 한 발 물러서서 잠시 침묵하며 세상을 바라보라고 권한다. 그러면 자신을 가두고 있던 두려움에서 벗어나 좀 더 현명해지고 자유로워진 본연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침묵은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 있다. 저자가 말하는 침묵은 다양한 개념과 쓰임새를 갖고 있다. 저자는 침묵이란 '날이 갈수록 시끄러워지는 세상에서 재발견하지 않으면 안 될 그 무엇'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의 삶이 소리 때문에 파괴되고 있다는 내용의 '소리의 문턱', 침묵은 사람들에게 통제능력을 갖게 해주고 항상 앞서가는 성찰에 이르도록 한다는 내용의 '의사소통의 기호들', 수많은 심신 의학적 사회문화적 질병으로부터 벗어나는 해결책을 침묵에서 찾을 수 있다는 내용의 '눈의 언어' 등의 장을 통해 저자는 침묵에 대해 말한다.
  
  또 '침묵의 거울', '새들의 언어', '데생의 의미', '침묵의 메아리' 등의 장을 통해 저자는 '매 순간의 충만한 의식속에서 오직 침묵만이 말하게 하라'고 충고한다. 침묵의 메아리에 귀 기울일수록 정신적 풍요를 만끽하게 된다는 진리를 깨닫게 해준다.
  
  "친구여, 나는 그대에게 아무 할 말이 없소. 내가 이 백지를 내려다보면서 몽상에 잠긴 것이 벌써 몇 십 시간이었던가. 오늘 그대에게 내 침묵의 모든 풍요로움을 바치나니 자, 이제는 그대가 이 백지를 오랫동안 바라볼 차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