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이 곳은 시인의 집! 문학과 예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듣고 말합니다

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책 이야기

안데르센 동화집/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금동원(琴東媛) 2017. 3. 30. 23:39

 

 

안데르센 동화집』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저/배수아 역 | 허밍버드

 

 

 

  소설가, 시인 등 동시대를 호흡하는 문인들이 우리말로 번역하여 여느 고전 시리즈와는 다른 읽는 맛과 여운을 선사하는 『허밍버드 클래식』 시리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즈의 마법사》, 《어린 왕자》, 《빨강 머리 앤》을 잇는 다섯 번째 책은 《안데르센 동화집》이다.

  “‘안데르센’은 내 어린 시절의 완성이었다.”고 말하는 소설가 배수아가 독어로 번역된 200여 편의 덴마크어 원작 동화 중 8편을 직접 골라 우리말로 옮겼다. 2014년 전 세계를 뒤흔든 애니메이션 [겨울 왕국] ‘엘사’의 모티프 [눈의 여왕]부터 SBS 드라마 [신의 선물-14일]에서 주요한 복선으로 등장해 주목받았던 [어머니 이야기], 가장 안데르센다운 작품이라 할 만한 [인어 공주]와 다소 낯설지만 독특한 매력의 작품 [그림자], [아름다워라!] 등 낭만과 환상을 넘나드는 안데르센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작가 소개

  Hans Christian Andersen

덴마크의 동화작가이자 소설가. 어린이들을 위한 이야기들로 옛이야기나 요정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던 당시 유럽에 어린이를 위해 창작한 이야기로서 오늘날 ‘동화’라고 부르는 어린이문학의 꽃을 피우게 한 ‘동화의 아버지’라고 일컬어진다. 안데르센은 1835년부터 본격적인 동화 창작에 들어가 1872년까지 총 160여 편의 동화를 썼으며,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인어 공주』, 『눈의 여왕』, 『성냥팔이 소녀』 등이 그의 작품이다. 안데르센은 사랑했던 여인들과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다가 70세의 나이로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생을 마쳤다.

 

 

  역자: 배수아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서 이화여대 화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대에 등장한 젊은 작가 가운데에서도 그녀는 독특하다. 이화여대 화학과에 입학한 배수아는 국어 과목을 아주 싫어했다. 당연히 소설 같은 것은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몇 년을 놀다가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20대 후반으로 접어들었다는 자의식으로 인해 소설을 쓰게 됐다. 1993년 서점에서 단지 표지가 이쁘다는 이유로 우연히 집어든 문학잡지 『소설과 사상』겨울호에서 ''신인작가 작품공모'' 광고를 보았다. 그리고「천구백팔십팔년의 어두운 방」이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이 외에도 창작집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그 사람의 첫사랑』등과 장편소설 『랩소디 인 블루』『부주의한 사랑』『붉은손 클럽』이 있다. 또한 몸을 주제로 한 에세이 『내 안에 남자가 숨어 있다』를 펴냈다. 역서로는 『프란츠 카프카-꿈』 2003년 한국일보문학상, 2004년 동서문학상을 수상했다. 전통 소설의 인물과 이야기 중심에서 벗어나 어떻게 서술 자체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인 「무종」을 통해 2010년 제34회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였으며 현재 ‘월요일 독서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독특한 문체와 색깔로 열혈 독자군을 거느려 왔던 그녀는 이제 사유하는 문장의 힘으로 새로운 독자들과도 만나고 있다

 

 

목차

1. 눈의 여왕
2. 그림자
3. 인어 공주
4. 성냥팔이 소녀
5. 어머니 이야기
6. 발데마르 다에와 그의 딸들에 대해서 바람이 들려주는 이야기
7. 백조 왕자
8. 아름다워라!

 

 

  책 속으로

 

  게르다의 가슴은 두려움과 그리움으로 터질 것 같았다. 마치 나쁜 짓을 벌이려는 사람처럼 겁도 났다. 그러나 게르다는 그 소년이 정말로 카이인지, 단지 그것이 알고 싶은 것이었다. 아니, 그는 카이가 분명했다. 게르다는 카이의 총명한 눈동자와 길고 아름다운 머리칼을 눈앞에서 그려 보았다. 그들이 장미 울타리 아래에 함께 앉아 있을 때 그녀에게 짓곤 하던 카이의 미소도 떠올렸다. 게르다를 만나면 카이도 분명 기뻐할 것이다. 게르다가 카이를 찾아 얼마나 먼 길을 왔는지 들으면 감동할 것이다. 그가 없어진 다음 가족 모두가 얼마나 큰 슬픔에 잠겨 있는지를 알게 되면 카이 역시 집을 무척이나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드디어 카이를 만난다고 생각하니 게르다는 한편으로는 두렵고 다른 한편으로는 가슴이 먹먹했다.
--- p.57~59

  왕자와 공주는 자신의 일처럼 가슴 아파했다. 그리고 까마귀들을 칭찬하면서, 게르다를 도와준 것에 대해서는 화를 내지 않겠지만,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착한 일을 했으니 상을 내리겠다고 했다.
  공주가 물었다.
  “바깥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것이 좋으니, 아니면 부엌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궁중 전속 까마귀로 취직하는 것이 좋으니?”
  두 까마귀는 허리를 굽혀 절하고는 대답했다.
  “늙었을 때를 대비해서 고정된 일자리가 있으면 좋지요.”
  노후를 고려한 결정이었다.
  --- p.61

  “카이가 눈의 여왕과 함께 있는 건 사실이야. 그런데 그 애는 거기서 아주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어. 그곳이 지상 최고의 낙원이라고 믿는 거지. 하지만 그건 카이의 가슴에 박힌 거울 조각과 눈동자에 들어간 거울 파편 때문이야. 가장 먼저 그걸 빼내야만 해. 그러지 않으면 카이는 영영 인간들의 세상에 돌아오지 못하고, 눈의 여왕의 지배를 받게 될 거야!”
  “그러면 당신이 게르다에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주면 안 되나요?”
  “내가 게르다에게 줄 수 있는 힘은 그 애가 이미 갖고 있는 힘보다 약해! 게르다가 얼마나 대단한 아이인지 아직도 모른단 말이니? 사람이건 동물이건 그 애를 만나면 누구나 다 도와주게 되잖아. 게르다는 맨발로 이 넓은 세상을 씩씩하게 헤치고 다녔어. 하지만 게르다에게 이 사실을 얘기해서는 안 돼. 게르다의 힘은 게르다의 가슴속 깊이 있는 거야. 정말로 사랑스러운, 순수한 아이의 마음에 말이다. 게르다가 직접 눈의 여왕의 궁전으로 가서 카이의 가슴에서 거울 조각을 빼내는 수밖에 없어. 달리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단 말이야! 여기서 2마일 떨어진 곳에서부터 눈의 여왕의 정원이 시작돼. 거기까지 게르다를 데려가서 흰 눈 속에 붉은 열매가 열린 무성한 덤불 옆에 내려 주고 나면 네가 할 일은 끝이야. 그리고 거기서 얼쩡거리지 말고 얼른 돌아와!”
  --- p.78~79

  “저 집에서 살아 있는 것이라곤 내 그림자가 유일한 것 같군! 꽃밭에 얌전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라니. 문이 반쯤 열려 있으니 그림자가 머리를 좀 쓸 줄 안다면 안으로 살짝 들어가서 살펴본 다음 나에게 모두 말해 줄 텐데! 그림자야, 그렇게 하지 않겠니? 그렇게만 해 준다면 네가 얼마나 쓸모 있는 존재일까!”
  학자는 농담조로 이렇게 혼잣말을 했다.
  “그러니 안으로 들어가렴! 그래그래, 들어가서 살펴보렴. 하지만 돌아와야 해. 나를 영영 떠나 버리면 안 돼!”
  그러면서 학자는 그림자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림자도 고개를 끄덕였다.
  학자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맞은편 집 발코니에 있던 그림자도 일어섰다. 학자가 몸을 돌리자 그림자도 몸을 돌렸다. 그리고 학자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커튼을 닫았을 때, 만약 누군가 주의해서 자세히 살폈다면 그림자가 맞은편 집의 반쯤 열린 문 안으로 슬쩍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 p.100~101

  “하지만 그러면 나는 죽어서 바다의 물거품으로 사라져야 하잖아요. 파도의 노래를 들을 수도 없고 그토록 좋아하는 꽃들도 볼 수 없고, 게다가 해님도 볼 수 없고요! 할머니, 어떻게 하면 영원한 영혼을 얻을 수 있나요? 방법을 알고 싶어요!”
  할머니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건 불가능해! 단 한 가지 방법이라면, 어떤 인간이 너를 지극히 사랑해서 그에게 네가 그의 아버지나 어머니보다도 더 큰 의미가 되고 오직 너만을 생각하고 너만을 사랑하는 거지. 그리하여 목사님 앞에서 그가 자신의 오른손으로 네 오른손을 잡고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너만을 사랑하겠노라고 맹세를 바칠 때, 그럴 때만이 그의 영혼이 네 안으로 스며들 수 있단다. 그러면 너는 인간의 행복을 공유할 수 있는 거야. 네게 영혼을 주더라도 그의 영혼은 그대로 남아 있으니까! 하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아! 우리 인어들에게는 지극히 아름다운 징표인 이 꼬리를 저 위의 인간들은 무척 징그러워하니 말이다. 인간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해. 그들은 꼬리 대신에 멋없는 막대기 두 개를 달고 다닌단다. 그걸 다리라고 부르면서 아름답다는 거야!”
  --- p.148~149

  소녀는 또 다른 성냥에 불을 붙였다. 이번에 소녀는 아름답게 장식된 크리스마스트리 아래에 앉아 있었다. 부유한 상인의 집 유리창 너머로 보았던 것보다 훨씬 더 크고 화려한 크리스마스트리였다. 초록색 가지 위에서 수천 개의 촛불이 타올랐다. 상점의 진열장에서나 본 듯한 화려한 그림들이 소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소녀는 나무를 향해 두 팔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성냥불이 꺼졌다. 크리스마스트리에서 타오르던 촛불은 하늘로 점점 높이 올라가 마침내 밤하늘의 별이 되어서 영롱하게 빛났다. 그중 하나가 별똥별이 되어 떨어졌다. 별의 꼬리가 밤하늘에 길게 남았다.
  “누군가 죽어 가나 봐!”
  소녀가 중얼거렸다. 별똥별이 떨어지면 한 영혼이 신의 품으로 가는 것이라고 할머니가 말해 주셨던 것이다. 소녀를 사랑해 주었던 유일한 사람인 할머니는 그러나 지금은 돌아가시고 없었다. --- p.181~183

 

 

■ 나이들어 다시 안데르센을 만나다  

    josse | 2016-03-16 |

 

  이제 불혹이 가까워 지고 있는 나이에 왠 동화냐고 물을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안데르센이 동화작가로 널리 알려진 것은 분명한 사실일 테니까.
  아이를 낳고 키우며 하루에도 같은책울 적어도 5~6번은 반복해서 읽다보니 '내 책'에 대한 간절함으로 몸부림치다 불현듯 든 생각이 '내 책을 위한 시간을 만들기 힘들다면 아이들 책을 제대로 읽어보는 건 어떨까?'이다.
  그렇게 다시 만난 안데르센은 지금은 오히려 동화라기 보다는 그냥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소설같은 느낌이 더욱 강하다.
  처음 접한 '그림자'는 다소 충격적이어서 아이들이 읽으면 좀 무섭기도 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림자가 살아서 돈과 지위를 쌓아 결국은 인간의 위치를 차지하고 없애버리기 까지 하다니..
  그리고 다시 읽은 '인어 공주'는 너무나도 슬펐다. 보통 아이들 동화나 디즈니 만화영화의 인어공주는 밝고 명랑한 이미지인데 책속의 인어공주는 아름답고, 신비스러우며 또 슬프고도 영적인 느낌이 든다. 인어공주의 왕자에 대한 사랑의 맹목성도 어리석어 보이지 않고 숭고해 보이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어린시절 안데르센의 동화를 읽었던 사람들도 다시 한번 꼭 읽어보면 좋겠다.
  책 다시읽기는 언제나 즐거움, 향수와 더불어 새로움을 가져다 준다.
  최근에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도 다시 읽었는데 내 인생의 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빠져 들었다.
  아... 새로운 그리고 읽고 싶은 책들은 쏟아져 나오나 다시 읽고 싶은 책들은 서재에서 나를 기다리고... 내 사랑스런 딸도 '엄마, 엄마'를 입에 달고서 나를 부른다..
  이제는 '내 책'이 되어버린 안데르센의 동화집과 더불어 책읽기에 나를 좀 더 소비했으면 하는 꿈을 꾼다.

  p.s. 아쉬운 점은 삽화가 너무 적어서... 삽화가들에 대한 소개도 있어서 기대했는데 삽화사 너무 적다

'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불교의 철학/ 한병철  (0) 2017.04.02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정약용  (0) 2017.04.01
황야의 이리/ 헤르만 헤세  (0) 2017.03.25
침묵예찬/ 마르크 드 스메트   (0) 2017.03.09
인형의 집/헨리크 입센  (0) 2017.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