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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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詩

어머니/ 금동원

금동원(琴東媛) 2017. 4. 12. 23:24

어머니

 

금동원

 

1.

엄마

당신만 생각하면

눈물이 나

자주 불러주지도 못했던...

왜 그렇게 살았을까

짜증이 났어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참는 건 죄악이라고

희생은 잘못된 몫이라고

우리는 우리 식으로 크는 줄

알았지

당신 덕은 없는거라고.

 

2.

당신의

업보려니 했어

피가 철철 흐르던 서러움

입덧처럼 요동치던

본능적 분노

감추느라 썩어썩어

움켜질 수도

펴지지도 않는 손마디

허리 엉치

불쌍하지 않은 엄마

바보천치 엄마

정말 웃기는 엄마

 

3.

이제

내가 엄마가 됐지

자신만만한 삶

탐욕스러운 내 것

빈틈없는 의지

꺽이지 않는 에고(ego)

빼앗길 희생도

감추고 견뎌낼 인고도

없는

그게 완전한거야

이무기의 어리석음

초라한 나

헐벗고 가난한 마음

 

4.

엄마

사랑해

당신만 생각하면 힘이 나

그렇게 사는 거로구나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기쁨

솟을 주먹

우주 온천지 기운 찬 에너지

허공 속의 호흡

법(法)이 있었어

엄마가

되는 법이 따로 있었어.

 

-시집 여름낙엽』, (월간문학출판부, 2008)

 

(시작노트)  2002년 9월 26일, 서울시에서 주최한 제 13회  '서울시 여성백일장'은  중앙일보에 공지된 광고를 전날 밤 우연히 보고 즉흥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진행된 이 날 행사는 당일 현장 접수가 가능하였으며, 시제는 당일 행사장에서 공개하였다. 시와 수필 부문의 시제는 '어머니',  '한옥추녀와 햇살', '채팅' 등 몇개가 있었다.    나는 시어머니를 떠올리며 시를 썼고, 이 작품은 장원은 아니지만 시부문 수상작품에 포함되어 있었다.

 

어쩌면 내가 늦깍이(2003년 등단) 시인이 될 수 있었던 첫 인연은 시어머니를 시제로 시를 썼던 그 때 부터일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는 우연같은  기막힌 필연들이 얼마나 많은 지를 나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첫 시집 『여름낙엽』에는 두 어머니(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에게 바치는 「어머니」,「내가 울엄마를 닮았다면」이 각각 실려있다.

 

  2017년 4월 6일 저녁 8시 12분 나의 시어머니(진주 강씨 강춘자여사)께서 86세로 별세하셨다. 평생을 남편과 자식, 집안을 위해 헌신하고 뼈가 부스러지는 고생만 하셨던 분이다. 삶의 근면함과 노동의 고귀함을 깨닫게 해주시며 치열하게 살다가신 분이다. 이름에 춘(春)자가 들어있더니 꽃이 지천으로 활짝 핀 화창한 4월 봄 날에 돌아가셨다. 이 시를 사랑했던 시어머니께 , 졸시「어머니」를 다시 한 번 바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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