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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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詩

어제/ 금동원

금동원(琴東媛) 2017. 1. 30. 23:29



어제


금동원


갑자기

외갓집 댓돌에 놓여 있

할배의 흰색 고무신이 떠올라

잠이 잠든 밤

하늘이 하도 밝아

잔별도 하나 없던 보름밤

창백한 그늘만이 떠돌던

이상스레 그 밤이 슬펐었는데

무섭지는 않고 서러웠는데

어제 마흔 다섯에 문득,

어린 맘에도 산다는게 그런 거라고

한 뼘도 안 되는 어깨에 얹혀있던

생의 숨소리를 듣고 있었던 거야


-시집 여름낙엽,(월간문학출판부, 2008)



  ◆생 전에 아들이 없어 사후양자를 두셨던 외할아버지의 막내딸이 우리 엄마다. 우리 사남매는 방학만 되면(특히 여름방학) 그 다음 날로 기차를 타고 외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목이 빠지게 기다리시는 외가집으로 향했다. 외손주들을 자주 만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친오빠나 남동생이 없는 엄마가 친정 부모님께 해드릴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자 효도였다.

 

  지금도 가끔씩 여름방학이 되면 방학책과 동화책 몇 권을 싸들고 시골 외가에서 보냈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외할아버지는 여름방학을 기다리며 내내 우리들을 위한 놀이도구를 장만해놓으셨다. 외가집 앞 도랑에서 그물을 대고 들쑤시 듯 발장구를 치며 잡던 미꾸라지, 여름 논에서 잡던 메뚜기, 종아리에 붙어 피를 빨던 거머리에 통곡을 하며 울던 일, 풀 숲에서 발견한 작은 실뱀을 보고 기절초풍을 하며 줄행랑을 치던 일이며...

 

  사남매의 시끌벅적하던 며칠 동안의 시골생활이 지나고 나면, 서운해하시는 외할아버지와 할머니 두 분을 위로하기 위한 볼모(^^)로 나만 남겨두고 엄마와 온 식구(언니와 오빠, 남동생)들은 서울로 떠났다. 공주처럼 떠받들어주는 동네 사람들의 사랑에도 불구하고,  혼자 남겨진 나는 외롭고 슬퍼서 견딜 수가 없었다. 여덟 살인가 정도의 희미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지나간 시간들은 모두 깊은 그리움이다.(금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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