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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아웃 오브 아프리카 (1985)

금동원(琴東媛) 2017. 6. 1. 21:18

   아웃 오브 아프리카(1985)-
  감독: 시드니 폴락

  출연: 메릴 스트립, 로보트 레드포드, 클라우스 마리아 브랜다우어, 마이클 키친

 

 

 ○줄거리

  덴마크 여성인 카렌 브릭슨(메릴 스트립)은 아프리카에 있는 자신의 커피 농장으로 가던 중 벌판에서 기차를 세워 상아를 싣는 데니스 휜치 해튼(로버트 레드포드)과 만난다. 미리 아프리카 커피 농장에 가 있던 약혼자 브로(클라우스 마리아 브랜다우어)와 만나자마자 결혼식을 치르고 농장에 살게 되는 카렌은 사냥을 떠나 며칠씩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는 일에 지친다.
아프리카에서 만나게 된 데니스와는 첫눈에 반하지만, 서로 안타깝고도 아쉬운 눈빛만을 주고받은 채 제 갈 길을 간다. 아프리카 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남편과는 점점 멀어져만 가던 카렌은 데니스와 다시 만나게 되고, 어느 날은 데니스의 방문을 받게 된다. 데니스가 들고온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 모짜르트의 음악이 아프리카의 들판을 공명시키고, 이들 두 사람의 마음까지 공명시킨다. 두 사람은 함께 사파리를 떠나 야영 중에 춤을 춘다. 카렌은 남편이 옮아온 매독에 걸려 덴마크로 요양을 떠났다가 다시 아프리카로 돌아오지만, 남편과는 이혼을 한다. 카렌은 자유롭고 싶어하는 데니스와의 결혼을 어렵사리 약속하지만, 데니스는 비행기 사고로 영영 돌아오지 못한다. 카렌은 덴마크, 자신의 집에서 아프리카에서의 사랑을 글로 쓴다. 광활한 아프리카 들판의 풍경, 모짜르트의 음악이 전달하는 감미로운 정서, 조금씩 조금씩 더디 다가서는 두 사람의 잔잔한 사랑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생에 대해 기대감을 품게 만든다. 그 사랑이 결국에는 한 쪽의 죽음으로 인해 이루어지지 못한다 할지라도.

 

  

 ■이 장면을 본 모든 여자는 사랑을 꿈꾼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

 

  시를 다 들은 카렌이 몇 구절 빼먹었다고 이야기하자, 데니스는 지루한 부분을 뺐다고 말한다. 연인에게 다감한 배려를 할 줄 아는 남자. 그가 하얀 물병에 담긴 물로 머리를 헹구어주자 카렌의 얼굴이 밝게 빛난다. 그녀 앞에 서서 미소 짓는 데니스의 얼굴 뒤로 아프리카의 찬란한 태양이 넘실거린다. 이 장면은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본 모든 여성들로 하여금 사랑을 꿈꾸게 하고, 당장이라도 연인과 이국으로 떠나고 싶게 할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글 | 고형욱

 〈아웃 오브 아프리카 〉(Out of Africa, 1985년, 유니버설)
  음악: 존 배리(John Barry)

  감독: 시드니 폴락(Sydney Pollack)
  원작: 카렌 블릭센(Karen Blixen, 이명: 이자크 디네센Isak Dinesen)
  주연: 로버트 레드포드, 메릴 스트립, 클라우스 마리아 브랜다우어

  그대가 고향에 승리를 안겨주었을 때,
  우리는 그대를 의자에 올려 앉히고 장터를 돌았지.
  어른 아이들 일어서서 환호하는 가운데,
  우리는 그대를 어깨에 올려 앉히고 집으로 갔네.

  명민하였다 젊은이여, 영광은 금방 지나가고
  더 이상 벌판에 머무르지 않네.
  월계수는 일찍 자라지만,
  장미보다 빨리 시들어버리는구나.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포스터. 덴마크의 여성작가 이자크 디네센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었다.

 

   모차르트의 음악과 함께 시(詩)를 듣는다. 누구였을까, 일찍 시들어버려 시인을 애통케 한 이 젊은이는? 데니스(로버트 레드포드)는 비행기 사고로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고 만다. 카렌(메릴 스트립)은 묘지 앞에서 그를 추모하는 시를 낭송한다. 재능 넘치는 젊은이들이 자신의 인생을 꽃피우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죽어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내용이다. 영국 시인 A. E. 하우스먼(Alfred Edward Housman)은 보어 전쟁에서 죽어나간 젊은이들을 안타까워하며 이 시를 썼다. 조국을 위한 영광을 누렸으나 젊은 나이에 때 이른 죽음을 맞이한 그들을 한 편의 시로 추모했던 것이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 의 배경이 된 1차 대전 중에 이 시는 더욱 사랑을 받았다. 전투는 치열했고, 젊은 사상자들은 사람들에게 애끓는 비감만 남기고 떠나버렸다. 전쟁 때문은 아니지만, 데니스도 이른 나이에 급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했다. 아직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기가 힘든 카렌은 하우스먼의 시를 읽으며, 낡은 시집을 가슴에 안고 슬픈 눈동자로 먼 곳을 바라본다. 데니스와 함께했던 자리, 아프리카 초원의 나무와 풍경은 그대로이다.

  카렌은 데니스와 함께 사파리를 떠난다. 지프를 몰고 둘이 떠난 여행은 아름다웠다. 아프리카의 정경이 두 사람의 것이 되어 펼쳐지고 있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자 제대로 씻지 못한 그녀의 머리는 엉망이 된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힘들게 빗고 있을 때 데니스가 다가온다. 카렌을 의자에 앉히고 하얀 거품을 일으키면서 머리를 감겨준다. 이 영화에서 여성 관객들에게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장면이다. 아무것도 없는 아프리카 오지의 밀림 속에서 핸섬한 연인이 머리를 감겨준다는 게 현실의 일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거기서 데니스는 새뮤얼 콜리지의 시를 암송한다.

“하하 웃으며 그는 말했지. 모든 게 잘 보이는군. 악마는 노를 저을 줄 알지. … 잘 있어요, 안녕히. 그러나 그대와 결혼 축하객들에게 하는 말이라오. 사랑을 잘하는 사람이 기도도 잘 한다오. 그건 사람이나 새나 동물들도 마찬가지이지.”



  시를 다 들은 카렌이 몇 구절 빼먹었다고 이야기하자, 데니스는 지루한 부분을 뺐다고 말한다. 연인에게 다감한 배려를 할 줄 아는 남자. 그가 하얀 물병에 담긴 물로 머리를 헹구어주자 카렌의 얼굴이 밝게 빛난다. 그녀 앞에 서서 미소 짓는 데니스의 얼굴 뒤로 아프리카의 찬란한 태양이 넘실거린다. 이 장면은 아웃 오브 아프리카 를 본 모든 여성들로 하여금 사랑을 꿈꾸게 하고, 당장이라도 연인과 이국으로 떠나고 싶게 할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데니스(로버트 레드포드)와 카렌(메릴 스트립)


   만일 무인도나 혹은 아프리카의 오지로 떠나게 될 경우 몇 장의 음반을 가져갈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음악을 선택할 것인가. 데니스의 선택은 모차르트였다.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2개월 전에 작곡했다는 그의 마지막 협주곡이자 유일한 클라리넷 협주곡인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K.622)이다. 영화는 특히 2악장 「아다지오」의 느린 선율을 적극적으로 차용하고 있다. 오케스트라와 클라리넷이 만들어내는 서정적 아름다움은 영화의 이미지를 잘 반영한다. 느리고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는 드넓은 아프리카 대륙을 상징하며, 그와 대비되는 클라리넷의 목가적인 소리는 아마도 데니스일 것이다. 아프리카와 데니스는 오케스트라와 클라리넷처럼 조화를 이룬다.

   오케스트라의 넉넉한 품 안에서 클라리넷은 느리거나 빠르게, 혹은 높거나 낮게 노래하며 작지만 자유로운 영혼을 표현한다. 데니스는 거대한 아프리카에서 뛰놀아야 마땅한 영혼인 것이다. 심지어 사랑하는 연인과의 관계에서도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을 필요로 하는 존재이다.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소리는 부드럽고 목가적이지만 한편으로는 변화무쌍하다. 저음에서 고음으로 옮겨가며 음색과 표현의 폭이 달라진다. 데니스는 자신만의 세계에서 독서하고 시를 읽고 음악을 듣고 꿈을 꾼다. 그러나 클라리넷은 오케스트라의 음향과 맞서거나 자신의 소리를 과장하지 않는다. 자유를 구가하지만, 데니스의 삶에 배인 쓸쓸함과 처연한 아름다움까지 군더더기 없이 섬세하게 그려낸다. 클라리넷의 우수는 만년의 모차르트와 그의 죽음, 자유로운 영혼 데니스의 죽음까지도 암시하는 듯하다. 슬픔은 딱 거기까지, 더 지나침이 없지만, 클라리넷 소리는 아프리카의 우수를 남김없이 관객들에게 전해주고 마음 아리게 한다.

   그러나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만이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음악을 채우는 전부는 아니다. 확실히 모차르트의 음악은 주인공이다. 하지만, 존 배리의 음악이 다른 주연 혹은 조연들처럼 광활한 아프리카 대륙의 영상을 채운다. 그의 메인 테마를 듣고 있노라면 끝없이 펼쳐진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초원이 떠오른다. 지평선은 끝이 없고 동물들이 떼를 지어 달려간다. 이 테마 음악에는 「I Had a Farm in Africa」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존 배리는 장엄한 대륙의 이미지를 견고하고 웅장하게 묘사한다. 이 음악 속에서 카렌이나 데니스는 거대한 자연의 일부가 된다. 아프리카의 위대한 자연 속에서 두 발을 딛고 서 있는 카렌의 의지가 느껴지는 듯하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 는 한 자유로운 영혼에 바친 영화다.


   존 배리는 여러 스코어들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카렌의 감정을 포착해내고 있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 〉는 원작자인 카렌 블릭센(이자크 디네센)의 시선으로 바라본 아프리카이다. 영화도 음악도 이 이야기는 그녀의 경험이자 삶임을 결코 잊지 않는다. 그래서 「Karen’s Theme」는 그녀의 감정 변화를 담아내며 다양하게 변주된다. 데니스의 방에 가득 꽂힌 책들, 자신이 지어낸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어주던 데니스의 모습, 나침반을 건네주던 그의 다정함이 카렌의 기억을 통해서 드러난다. 카렌에게 사자가 다가올 때 데니스는 총을 함부로 쏘지 않았다. 잔뜩 겁을 집어먹고 있던 카렌은 살아났다는 사실조차도 믿기 어려웠다. 음악은 그런 카렌을 따라간다. 그리고 두 사람은 비행기를 탄다. 온 세상이 눈 아래 펼쳐진다. 「Flying over Africa」에는 데니스와 함께 아프리카의 창공을 날면서 대륙을 내려다보는 경이로운 느낌이 잘 살아 있다.

 

https://youtu.be/eWZ2adCaKo4

〈아웃 오브 아프리카 〉OST LP


   카렌의 아프리카는 이렇게 존 배리의 음악을 통해서 위대하지만 낭만적인 공간, 데니스와의 기억으로 충만한 공간이 된다. 카렌은 사랑했던 남자 데니스를 회상하면서 가슴 아파한다. 그리고 자신도 그를 소유하지 못했음을 인정한다. 그가 마사이 족에 대해 들려주었던 이야기는 데니스 자신에 대한 이야기나 다름없었다. “마사이는 절대 길들여질 수 없어요. 만약 감옥에 가둔다면 곧 죽고말 거예요. 현실에만 충실하기 때문이죠. 미래라는 개념이 없어요.” 아프리카의 초원에까지 축음기를 가져가 모차르트를 감상하던 남자 데니스. 시와 자연, 그리고 자유를 사랑했던 그의 삶이 카렌의 눈을 통해 아름다우면서 애잔하게 펼쳐진다.

원작자 카렌 블릭센(아이작 디네센, 1885~1962)

   ○카렌이 데니스의 장례식에서 읊는 시는 A. E. 하우스먼의 시집 『슈롭셔의 젊은이』에 실려 있는 「젊어서 죽은 운동선수에게」이다.

   ○ 데니스가 카렌의 머리를 감겨주면서 암송하는 시는 새뮤얼 콜리지(Samuel Taylor Coleridge)의 산문시 「늙은 선원의 노래」(The Rime of the Ancient Mariner)이다. 어느 결혼식에 나타난 늙은 선원이 한 하객에게 자신의 모험담을 들려주는 내용으로, 암송하는 부분은 카렌의 말대로 시 전편 중 마지막 장의 극히 일부이다. 콜리지와 윌리엄 워즈워스가 함께 펴낸 시집 『서정가요집』(Lyrical Ballads)에 실려 있다.

   ○ 존 배리는 에 훨씬 앞선 1960년대부터 <007 시리즈>의 음악을 맡아 유명세를 올린 음악가이다. 그에게 국제적인 명성을 가져다준 작품은 1966년 작 <야성의 엘자>였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와 마찬가지로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존 배리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주제가상과 작곡상을 받았다. 그 밖에도 <미드나잇 카우보이>(1969), <킹콩>(1976), <늑대와 춤을>(1980) 등 빼어난 음악을 들려준 영화들을 여럿 맡았으며, 〈아웃 오브 아프리카 를 포함해서 아카데미 작곡상을 세 번 더 받았다.

 

https://youtu.be/Rjzf_cWzl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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