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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시적 정의 / 마사 누스바움

금동원(琴東媛) 2017. 8. 5. 23:22

 

 

『시적 정의』 -문학적 상상력과 공적인 삶

  마사 누스바움 저 / 박용준 역  | 궁리출판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세계 100대 지성, 시카고 대학 석좌교수 마사 누스바움, 문학의 사회적 가치를 묻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법철학자, 정치철학자이자 이 책의 저자인 마사 누스바움은 시카고 대학 법학과 학생들과 소포클레스, 플라톤, 세네카, 디킨스의 작품을 함께 읽었다. 왜 변호사나 재판관, 혹은 정치인이 될 학생들과 문학 작품을 읽었을까? 소설이 우리에게 불러일으키는 공감, 상상력, 연민의 감정이 합리적인 공적 판단을 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문학적 상상력이 어떻게 정의로운 공적 담론과 민주주의 사회의 필수요소가 되는지를 조목조목 밝히는 이 책은 바로 문학의 사회적 가치를 논하는 책이다.

  누스바움은 찰스 디킨스의 『어려운 시절』, 리처드 라이트의 『미국의 아들』, 포스터의 『모리스』, 월트 휘트먼의 「나 자신의 노래」 등의 문학 작품을 분석하며 문학적 상상력과 공적 추론의 상관관계에 대해 논한다. ‘합리적 감정’에 대한 논의도 비중 있게 다룬다. 감정은 오랫동안 비합리적인 것으로 생각되었기에 공적 추론 과정에서 배제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또한 고전학자답게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그리스 로마의 스토아 학파, 스피노자, 칸트, 스미스, 벤담, 시지윅 등 역사 속 다양한 철학자, 공리주의자, 경제학자의 사상을 넘나들며 공적 판단에서의 감정의 역할을 깊이 있게 논한다. 문학 작품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담고 있고 본질적으로 소수자, 사회적 약자에 관심이 많다. 사회적 평등 문제이기도 한 이런 논의를 저자는 성, 동성애, 인종 문제를 다룬 소설과 판결 사례를 들어 풀어나간다.

 

작가 소개

  마사 누스비움 (MarthaC. Nussbaum1947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법철학자, 정치철학자, 윤리학자, 고전학자, 여성학자로서 뉴욕 대학교에서 연극학과 서양고전학으로 학사학위를, 하버드 대학교에서 고전철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브라운 대학교 석좌교수를 거쳐, 현재 시카고 대학교 철학과, 로스쿨, 신학과에서 법학·윤리학 석좌교수로 활발히 강의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센과 함께 GDP가 아닌 인간의 행복에 주목하는 ‘역량이론’을 창시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발전과 사회정의란 사람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자유를 부여하는 데 있다고 설명하는 이 이론은 유엔이 매년 발표하는 인간개발지수(HDI)의 바탕이 되었다. 학문적 탁월성을 인정받아 미국철학회장을 역임했으며, 1988년에 미국학술원 회원으로, 2008년에 영국학술원 해외회원으로 선출되었다.

  놈 촘스키, 움베르토 에코 등과 함께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선정하는 세계 100대 지성에 두 차례(2005, 2008년)나 뽑히기도 한 그는, 2008년 한국학술진흥재단 주최로 열리는 석학과 함께하는 인문강좌를 통해 ‘감정과 정치문화’라는 주제로 서울대, 고려대, 계명 ) 1947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법철학자, 정치철학자, 윤리학자, 고전학자, 여성학자로서 뉴욕 대학교에서 연극학과 서양고전학으로 학사학위를, 하버드 대학교에서 고전철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브라운 대학교 석좌교수를 거쳐, 현재 시카고 대학교 철학과, 로스쿨, 신학과에서 법학·윤리학 석좌교수로 활발히 강의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센과 함께 GDP가 아닌 인간의 행복에 주목하는 ‘역량이론’을 창시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발전과 사회정의란 사람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자유를 부여하는 데 있다고 설명하는 이 이론은 유엔이 매년 발표하는 인간개발지수(HDI)의 바탕이 되었다. 학문적 탁월성을 인정받아 미국철학회장을 역임했으며, 1988년에 미국학술원 회원으로, 2008년에 영국학술원 해외회원으로 선출되었다.

  놈 촘스키, 움베르토 에코 등과 함께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선정하는 세계 100대 지성에 두 차례(2005, 2008년)나 뽑히기도 한 그는, 2008년 한국학술진흥재단 주최로 열리는 석학과 함께하는 인문강좌를 통해 ‘감정과 정치문화’라는 주제로 서울대, 고려대, 계명대에서 강연을 진행하며 한국과 인연을 맺은 바 있다. 저서로는 『사랑의 지식(Love’s Knowledge)』(1990), 『인간다움의 함양(Cultivating Humanity)』(1997), 『성과 사회정의(Sex and Social Justice)』(1998), 『동물 권리(Animal Rights)』(2004), 『공부를 넘어 교육으로(Not for Profit)』(2010),『능력의 창조(Creating Capabilities)』(2011),『정치적 감정(Political Emotions)』(2013) 등 다수가 있다

 

  ○역:박용준

  고려대학교 철학과 및 동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인디고 서원에서 국제 인문학 잡지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 지구적 인간 네트워크를 만들고자 국문판과 영문판으로 여러 저서와 잡지를 발간했으며 2008년부터 ‘인디고 유스 북페어’를 꾸준히 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꿈을 살다』(2008), 『가치를 다시 묻다』(2010), 『Re-evaluation of Values』(2010/영문판),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2012/인디고 연구소 InK 공저), 『Demanding the Impossible』(2013/영문판) 등이 있다.

 

  ○목차

 

 
  1장 문학적 상상력
  2장 공상
  3장 합리적 감정
  4장 재판관으로서의 시인

  ○출판사 리뷰

 

  법과 정의가 강자의 힘에 굴복해버린 이 시대에 우리가 다시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

  “한 사회의 공적 삶에서 문학 및 인문학 교육이 갖는 중요성을 누구도 이보다 적절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마사 누스바움의 이 책은 모든 정치인이 읽어야 할 필독서다.” - 스탠리 피시, 『문학 연구와 정치 변화』의 저자

 
  문학에 관한 오래된 질문이 있다.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문학은 단순히 재미를 위한 것이거나 팍팍한 현실을 외면하기 위한 안식처일 뿐인가, 아니면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요소인가? 즉 문학과 정치의 관계에 관한 질문이 그것이다.

  이 책의 저자이자 세계적으로 저명한 법철학자, 정치철학자인 마사 누스바움은 시카고 대학 법학과 학생들과 소포클레스, 플라톤, 세네카, 디킨스의 작품을 함께 읽었다. 왜 변호사나 재판관, 혹은 정치인이 될 학생들과 문학 작품을 읽었을까? 소설이 우리에게 불러일으키는 공감, 상상력, 연민의 감정이 합리적인 공적 판단을 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문학적 상상력이 어떻게 정의로운 공적 담론과 민주주의 사회의 필수요소가 되는지를 조목조목 밝히는 이 책은 바로 문학의 사회적 가치를 논하는 책이다.

  하버드ㆍ브라운 대학 석좌교수를 거쳐, 현재 시카고 대학 철학과, 로스쿨, 신학과에서 법학ㆍ윤리학 석좌교수로 활발히 강의하고 있는 저자는 1986년부터 1993년까지 경제학자 아마르티아 센과 함께 유엔대학 부설 세계개발경제연구소에서 한 국가의 삶의 질을 평가하는 방법에 관하여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센과 누스바움은 1인당 국민총생산량(GNP) 같은 소득 수준에 초점을 둔 주류 경제학자의 모델에 반대하여 “건강, 교육, 정치적 권리, 민족?인종?젠더의 관계” 등을 포괄하는 다층적 측정법으로 삶의 질을 평가하는 새로운 모델을 창시했으며 이러한 접근법은 훗날 유엔이 매년 발표하는 인간개발지수(HDI)의 토대가 되었다. 이 책은 누스바움이 센과 함께 진행한 연구 성과가 큰 줄기를 이루고 있는 한편, 저자가 미국 시카고 대학ㆍ노스웨스턴 대학ㆍ예일 대학의 로스쿨과 햄린 대학, 더블린 트리니티 칼리지 등에서 진행한 강연이 바탕이 되었다.   

 


  세상을 숫자를 통해 보는 것과 소설을 통해 보는 것
  문학적 상상력이 공적 삶을 바꾼다!

  누스바움이 이 책에서 비판하는 것은 주류 개발 경제학이나 공공영역에서 규범적인 것으로 옹호되어온 ‘경제적 공리주의’이다. 그에 따르면, 경제적 효율성이 제1의 가치이자 모든 것을 숫자로 환원하는, 차가운 계산의 세계에서는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분노하는 시민이 생겨나기 어렵다. 이를테면 경제성장률 4%, 1인당 국민총생산(GNP) 2만 달러와 같은 숫자로 세상을 보면, 세상은 그런 대로 살 만해 보인다. 총합이나 평균 수치가 사회의 분배 문제나 불평등에 대해서 말해주는 바가 없어도 그렇다. 노인 빈곤율 45.1%, 세계기아인구 4천 명 증가, 독재정권 희생자 3백 명이라는 뉴스에 시큰둥해하는 것도 그것이 추상화된 숫자이기 때문이다. 반면 눈앞에 구체적인 이름과 이야기를 가진 인물이 있다면, 우리는 그가 처한 상황과 그의 고통에 쉽게 반응을 보인다. 누스바움이 문학의 사회적 가치를 믿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에 따르면, 문학은 나와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는 인간 존재를 우리 눈앞에 데려다 놓는다. 문학은 그의 상황과 내면세계를 생생하고 구체적인 언어로 묘사한다. 독자는 소설을 읽어나가며 그가 처한 상황을 마치 나의 일처럼 감정 이입하게 되고, 그가 느끼는 행복, 기쁨, 고통, 공포, 두려움, 희망에 공감한다. 소설을 통해 “비통하고 억울한 자들, 배제된 자들”의 얼굴을 마주하고, 세상의 불의와 참상을 목격한다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불평등보다는 평등에, 귀족적 이상보다는 민주적 가치에” 관심을 갖게 된다. 문학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키는 전복적인 힘을 지닌 것이다.

  누스바움은 찰스 디킨스의 『어려운 시절』, 리처드 라이트의 『미국의 아들』, 포스터의 『모리스』, 월트 휘트먼의 「나 자신의 노래」 등의 문학 작품을 분석하며 문학적 상상력과 공적 추론의 상관관계에 대해 논한다. ‘합리적 감정’에 대한 논의도 비중 있게 다룬다. 감정은 오랫동안 비합리적인 것으로 생각되었기에 공적 추론 과정에서 배제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누스바움은 고전학자답게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그리스 로마의 스토아 학파, 스피노자, 칸트, 스미스, 벤담, 시지윅 등 역사 속 다양한 철학자, 공리주의자, 경제학자의 사상을 넘나들며 공적 판단에서의 감정의 역할을 깊이 있게 논한다. 특히 애덤 스미스의 『도덕 감정론』은 저자가 이 책을 기획하는 데 많은 영감을 주었다. 마지막장에서는 법의 영역에서 풍부한 판결 사례를 살피며 ‘문학적 재판관’, ‘시인-재판관’의 개념을 설명한다. 문학 작품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담고 있고 본질적으로 소수자, 사회적 약자에 관심이 많다. 사회적 평등 문제이기도 한 이런 논의를 저자는 성, 동성애, 인종 문제를 다룬 소설과 판결 사례를 들어 풀어나간다.

  건강한 사회란,
  문학을 사랑하는 정치인, 법률가, 시민이 많은 사회다!

  숫자가 난무하는 사회다. 정부보고서나 정치경제학 논문, 우리가 매일 보는 뉴스는 ‘문학 텍스트’보다는 차가운 ‘계산기’에 더 가깝다. 저자가 지적하듯이, 공공 영역에서 권장되는 모델은 비용편익 분석이나 경제적 공리주의와 같은 형태들이다. 어떤 공공정책을 실행할 때 들어가는 ‘비용’과 얻어지는 ‘이익’을 계산하여 가장 효율적인 안을 선택하거나(비용편익 분석), 경제적 효율성을 중시하는 이러한 흐름은 최근에는 공공정책 결정에서뿐 아니라 법의 영역에서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에게는 조금 낯설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미국에서는 법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하는 법경제학 운동(law and economic movement)이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법에는 한계가 많다. 저자가 거듭 주장하듯이, 총합이나 평균과 같은 추상적인 통계 수치는 인간의 개별성, 질적인 차이, 삶의 복잡성에 대한 이해를 결여하고 있으며, “간단한 산술로 모든 인간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문학은 다르다. “각각의 삶에 스민 신비와 복잡성을” 담고 있기에, 소설을 읽으며 우리는 구체적인 인간 존재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게 되고, 결국에는 인간으로서 공유해야 할 보편적 가치를 깨닫게 된다. 모든 인간이 누려야 할 존엄과 평등의 가치를 말이다. 그러므로 누스바움이 흔히 사적인 행위로 여겨지는 ‘소설 읽기’라는 행위를 공적 행위와 연결짓는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누스바움은 시적 정의(poetic justice)란 개념을 주창하며 힘주어 이렇게 말한다. “문학적 상상력은 재판관들이 판결을 내리고, 입법자들이 법을 제정하며, 정책 입안자들이 다양한 인간의 삶의 질을 측정하는 데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

  정치는 어렵고 나와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다. 정치란 그 속성상 눈앞에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즉 나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던 어떤 대상, 어떤 일이 나와 연결되어 있음을 자각하는 것이 정치이다. 그러므로 일상에서 정치가 사라졌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정의와 평등의 가치로부터 멀어졌다는 것은 문학을 찾는 사람이 적어졌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누스바움의 주장대로, 소설은 우리로 하여금 타인의 삶을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상상하게끔 하고, 이러한 공감과 동일시의 경험은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힘이 된다. 과장하자면, 소설은 훌륭한 정치학 텍스트이다. 나를 넘어 타인과 사회, 세계를 인식하게 하고, 더 나은 세상을 고민하는 정치적 존재로 우리를 이끌기 때문이다. 법과 정의가 강자의 힘에 굴복해버린 이 어려운 시대에, 우리가 문학을 손에서 놓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책은 문학의 쓸모 있음을 주장한다. 즉, 삶의 부박함과 인간의 비속함에 맞서 어떻게 생의 감각을 되살릴 수 있는지, 비통하고 억울한 자들에게 어떻게 정의를 되돌려줄 수 있는지 등을 묻는다. 문학은 본디 시대의 총체에 관여하는 것이고,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우리는 어떤 변화도 꿈꾸기 어려울 것이다. 문학을 통해 세상의 불의와 참상을 목격한 이상, 고통받는 타인의 얼굴을 마주 본 이상, 이제껏 살아왔던 삶의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와 소설, 즉 문학의 힘은 바로 이런 것이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희망과 도래하지 않는 세계를 꿈꾸게 하는, 이러한 돈키호테의 망상이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 것이며, 그 중심에 문학이 있을 것이다.”
- 옮긴이의 말에서


  “시대적으로 긴급한 책이다. … 문학이 법과 사회정책의 훌륭한 모델이라는 누스바움의 호소는 신선한 유토피아적 전망과 큰 감동을 선사한다.”
- 모리스 딕스타인, 《뉴욕타임스 북리뷰》


  “누스바움은 소설이 우리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의 삶을 공감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함으로써 상상력을 넓히고, 나아가 공적인 삶이 요구하는 판단을 보다 잘 내릴 수 있게 만드는 과정을 명쾌하게 보여준다. … 누스바움의 논의는 세상 사람들이 다 알아야 할 가치가 있다. 휘트먼의 시 「나 자신의 노래」와 같이 말이다.”
-《커커스 리뷰》

 


  “누스바움은 이른바 ‘합리적 사유’가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 가장 명백한 증거인 감정으로부터 어떻게 멀어지게 했는지를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 라울 니뇨, 《뉴시티》

 


  “누스바움은 당대의 가장 심오한 사상가 중 한 명이다. … 소설을 읽는 것이 진정 인간을 더욱 인간적으로 만들어주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여기 전례 없는 가장 강력한 논거가 우리 앞에 주어졌다.”
- 키스 오틀리, 《글로브앤드메일》

 

 

  ○시적 정의 : 문학적 상상력과 공적인 삶

    소리나라 | 2016-10-30 |

 

  시적 정의 : 문학적 상상력과 공적인 삶
  (누스바움, 1995, 2013: 궁리)

  * 서문

   저자는 '문예가란 정치에 깊이 참여하는 자'라는 월트 휘트라과 같은 신념으로 스토리텔링과 문학적 상상이 합리적 논증에 반하기 보다 오히려 필수적인 구성 요소를 제공해 준다고 확신하는 법철학자이자 정치철학자이다. 1986년부터 8년간은 유엔대학 부설 세계개발경제연구소(와이더)에서 개발도상국의 삶의 질 평가에 대한 프로젝트인 공적 역할을 맡기도 했다.

  철학과 문학의 관계에 대한 사유의 공간이 도는 <법과 문학>이라는 강좌를 통해 문학은 보통법 전통에서 강력에서 제시되었던 인간적이고 다양한 가치를 지닌 공적 합리성 개념에 대한 연구 및 이에 대한 이론적 변호임을 알게 됨

   인간의 존엄을 동등하게 존중하는 윤리학이 상상력을 발휘하여 동떨어진 이들의 삶에 개입할 수 없다면, 우리는 진정한 인간 존재로서 서로 관계를 맺는 데 실패할 것이고, 이러한 개입과 관련된 감정을 갖는 데도 실패할 것이다.

 

  저자는 감정들은 사회정의에 대한 강렬한 비전을 내포하고 있으며, 정의로운 행동에 대한 강력한 동기를 준다고 주장한다(애넘 스미스의 [도덕 감정론] 근거). 

  공적인 삶에 있어서 문학적 상상력의 과제는 최상의 것을 창조하는 것이다. .. 우리 사회는 서로를 공감과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을 거부하는 분위기이고, 이러한 거부로부터 어느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러한 결함에 대한 해결책은 공상의 부인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지속적이고 인간적인 함양에 있으며, 비인간적인 제도적 구조를 상상력으로 대체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제도를 새롭게 구축하는 데 있고, 나아가 공감 어린 상상력이 통찰을 보다 완벽하게 체화한 제도와 제도적 주체의 정립에 있다.



  * 옮긴이가 정리해 준 저자의 주장

  1) 월트 휘트먼의 [풀잎]이나 디킨스의 [어려운 시절]과 같은 문학 작품은 문학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며, 이는 공적 영역을 변화시키는 전복적 힘을 가지고 있다.
  2) 소설(특히 사실주의적 소설)은 다른 세계를 꿈꿀 수 있게 하며, 이러한 상상(공상)이 궁극적으로 더욱 인간적인 삶을 가능하게 한다.
  3) 문학적 상상력에 깃든 공감과 연민 등의 감정은 공공의 합리적 추론이 근본 토대가 된다.
  4) 개인과 사회가 문학적 상상력 및 합리적 감정 등의 요소들을 고루 갖추게 될 때 우리는 비로소 시적 정의에 도달할 수 있다. 

 

  . 훌륭한 문학 작품은 '정의로 나아가는 문'이다(발터 벤야민)
  . 문학은 우리 삶에 인간의 얼굴을 찾아주는 것이다.
  . 이 땅의 법이 진실과 정의와는 결별한 듯 보이는 지금, 시적 정의는 더욱 절실하다.
  . 어려운 시절에 희망을 품지 않는 것은 지금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놔두는 것이다(하워드 진)... 공감, 용기, 친절, 희망 등을 마음속에 품는 것은 그 자체로 변화의 진원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1장. 문학적 상상력

  문학은 그 구조와 화법에 있어 정치경제학의 텍스트들 속에 담긴 세계관과는 양립할 수 없는 삶의 의미를 표현하며, 어떤 면에서는 합리성의 과학적 기준을 전복시키는 욕망과 상상력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

  만약 문학이 위험하고 통제되어야 마땅한 것이라면([어려운 시절]의 그래드그라인드식의 경제학), 달리 보면 문학이 공적인 삶에 두드러진 기여를 할 잠재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려운 시절]의 중심주제는 무엇으로 사람들의 행복을 측정하는가 하는 문제이며, 소설 전체가 강력하게 전개하고 있는 함축적 주제는 훌륭한 재판관 혹은 법률가의 합리적 추론 과정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다.

   독서 행위와 읽은 내용에 대한 평가가 윤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그것이 몰입과 비판적 대화 모두를 필요로 하며, 자신만의 경험 및 다른 독자들의 반응과 논쟁 모두를 통해 읽은 내용을 비교해보는 태도 안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부스)

  소설은 장르 자체가 그 구조의 일반적인 특성들로 인해 시민의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공감과 연민을 형성한다. 애덤 스미스가 독서의 경험으로부터 분별 있는 관찰자의 태도와 감정의 형식을 발견한 것은 타당한 분석이었다. 

  경제학은 디킨스의 작품과 같은 소설이 상상력을 통해 보여주는 인간에 대한 지식에 기반을 두어야 하며, 보다 복합적이면서도 철학적으로 타당한 토대를 모색해야 한다. 

  소설 읽기가 사회정의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소설 읽기는 정의의 미래와 그 전만의 사회적 입법 사이에 다리를 놓아줄 수는 있을 것이다.



  2장. 공상

   디킨스의 [어려운 시절]은 과학적 정치경제학과 정치적 상상력에 대한 규범적 시각을 담고 있다.

  * 공리주의적 합리적 선택 모델들

 

  1) 통약가능성: 합리적 선택은 모둔 가치 있는 것들을 그 자체로 오직 양적인 차이를 드러내는 단인한 단위에 근거하여 측정 가능한 것으로 고려한다.
  2) 집합성: 사회적 결과가 개별적인 삶들 사이의 경계를 핵심적인 것으로 고려하지 않고, 삶에 대한 정보 및 삶으로부터 도출된 데이터를 집계함으로써 얻는다.
  3) 극대화: 가능한 한 많은 양을 얻는 것을 목표로 여김(개별적 이상과 사회적 합리성 모두 - 재산, 선호, 욕망의 만족, 쾌락 등)
  4) 사람들의 선호를 외생적(외재적 원인을 갖는)인 것으로 간주. 즉 경제적 목적을 위해서 그것들은 주어진 것으로 취급
... 공리주의는 인간을 각각의 효용이 자리하는 곳으로 본다. 즉 무엇을 욕망하거나 쾌락과 고통을 수반하는 활동들이 발생하는 장소로 보는 것이다. 개인이 효용에 대한 정보가 얻어지면, 공리주의는 인간에 관한 그 어떤 정보에도 직접적인 관심을 두지 않는다... 개인들 사이의 경계, 선택의 자유 등은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중요한 것이 아니다.
  ... 개인의 동등한 가치에 대한 강조는 고전적 공리주의의 이상이 갖는 매우 가치 있는 측면이다. 
   크리스마스의 자중손실


  * 그래드그라인드 경제학

  이성이야말로 교육이 다루어야 하는 유일한 능력이라고 보는 그래드그라인드의 공리주의적 계산에 해당하는 것만 보려는 경제학적 사유(계량화, 평균 효용, 합계원리)는 맹목적이다. 이러한 태도는 인식 가능한 세계의 질적인 풍성함, 인간 존재의 개별성과 그들의 내면적 깊이, 희망, 사랑, 두려움 따위는 보지 못한다. 인간으로서 삶을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의미 있는 삶은 어떤 것인지 등을 알지 못한다. 무엇보다 인간의 삶이라는 것이 신비하고도 지극히 복잡한 어떤 것이라는 점, 그리고 그 복잡함을 표현하는 데 적합한 언어들과 사유의 능력을 통해 접근해야만 한다는 점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과학이라는 이름하에 깊은 사유를 촉발하고 비추는 경이로움은 폐기된 것이다. 개별 인간의 고통을 중요하게 다룬다는 명목하게 우리는 개인의 고통을 고립된 것으로 파악할 뿐 사회 맥락 속에서 적절히 헤아리지 못하게 되었다. 

  고통과 행복은 각각의 개별적 개인들에게 귀속된 것으로 보인다. 개인은 이것들을 홀로 감내해야 하며, 각각 행복을 추구하는 개별적 삶을 살아내야 하는 것이다. 개별적 삶의 주체로서 각자 자신의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개인의 능력은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소설을 읽는 것은 내가 속한 사회적 계급의 구성원만이 아닌 다른 동등한 인간 존재를 인식할 수 있게 해 주며, 노동자들도 복잡한 사랑의 감정과 소망 그리고 풍부한 내적 세계를 가진 사려 깊은 존재들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그들의 가난과 억압적 노동 조건을 그러한 감정과 소망에 연관지어 볼 수 있게 한다. 개인적 삶들이 갖는 복잡한 특징을 강조하고 개인들 간의 차이를 부각하는 방법은 단순히 유토피아적인 정치적 해결 방식을 지양하고, 자유를 강조하면서 다양성을 존중하는 접근 방식을 제시한다. 하지만 자유는 명백히 물질적인 조건들을 가지며, 물질적 불평등에 의해 저해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사실들에 대한 지속적인 강조를 통해 우리에게 동정심과 정의를 향한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이야기책들은 쓸데없지 않다. 이야기들과 동요에서 기쁨을 느끼는 아이는 인간 삶의 모든 것이 쓸모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한다. 오로지 유용함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사물을 존재 그 자체로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을 함께 배우는 것이다. 이것은 아이가 다른 인간 존재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에도 적용할 수 있다.

  소설은 그것의 기본구조와 목적의식에 있어 모든 인간 삶의 평등과 존엄에 대한 계속적 이상의 수호자이다. 
   소설읽기는 인간적 가치에 대한 감각을 생생하게 일깨워주며, 우리를 온전한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가치 판단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한다.

  삶의 질을 측정할 때 부유함이나 효용에 근거하기보다, 인간의 기능과 역량이라는 개념에 기초하여 접근하는 방식을 옹호하게....

  저자가 주장하고 싶은 바는 [어려운 시절]과 같은 소설이 이러한 평가의 패러다임이 된다는 것이다. 대중의 삶을 다양하고 풍부한 질적인 구분, 개인의 기능 및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요소에 대한 다층적인 설명 등을 통해 보여주고, 또한 인간의 욕구와 기능에 관한 일반적인 개념을 지극히 구체적인 맥락 안에서 사용하면서, 소설은 삶의 질을 평가하는 데 필요한 형태의 정보를 제공해주며, 독자로 하여금 평가를 내리는 과정에 참여하도록 이끈다. 그리하여 이는 이루의 양적인 평가에 근거한 단순화된 모델이 형성되어야 할 범위내에서, 공적인 업무에 적합한 종류의 상상력의 틀을 보여준다. 동시에 이는 공적인 삶뿐만 아니라 사적인 삶에서도 그러한 평가를 현명하게 하기 위해 필수적인 상상력의 능력을 길러주면서 동시에 그 한 예를 제시한다.



  3장 합리적 감정

 

   공리주의는 고통이라는 사실로부터 출발하고, 무엇보다 고통을 없애고자 하는 소망에 의해 작동한다. 그래서 만약 공리주의가 합리적인 것이라 표방하는 추론의 방식들이 우리가 타인의 고통에 대해 온전히 합리적인 대응을 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들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증명할 수 있다면 이는 공리주의에 대한 아주 심각한 내적 비판이 될 것이다.

  계산적 지성의 추상적인 시각은 상대적으로 근시안적이고 무차별적인 것으로 드러난다... 감정을 가르치는 것에 실패한 아버지 때문에 자신이 '정의롭지 못한' 사람이 되었다고 루이자가 불평하였듯이, 실제로 타인의 고통을 빨리 인식하는 능력의 부재는 그녀로 하여금 코크타운 노동자들의 상황을 아주 느리게 파악하게 만든 것이 사실이다.

  감정이 없는 지성은 가치를 보지 못한다... 10만명의 선원 중 500명만 익사했다는 식의 낮은 수치에 근거한 안일함을 올바른 대응이 아니다. 왜냐하면, 죽은 존재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항해를 책임지던 사람들이 더 최선을 다해야 했기 때문이다.

  감정은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는 말해주지 않지만,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서 이것들에 관심을 가지도록 한다. 

  감정에 대한 고대 그리스의 인지적 개념을 다르는 스미스는 연민, 공포, 분노, 기쁨과 같은 감정들은 믿음과 추론에 근거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관찰자의 관점을 감정이 풍부한 것으로 묘사한다.... 관찰자의 반응은 관심의 의지적 표현일 뿐 아니라, 진정한 감정이기도 하다.. "적절한 감정의 함양이야말로 시민의 삶에서 중요한 것이다(스미스).. 적절한 감정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 유용하며, 또한 그 자체로 도덕적으로 가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는 적절한 행동까지도 촉발한다. 

  감정은 오직 그것이 사건의 사실 정보들에 대한 참된 관점에 근거하고, 당사자들의 다양한 고통과 기쁨의 여러 유형의 중요성에 대한 참된 시각에 근거할 때에만 좋은 길잡이가 된다. 

  각각의 사람을 제각기 살아갈 삶이 있는 개별적인 존재로 보는 태도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4장. 재판관으로서의 시인

 

  법은 과학의 영역일 뿐만 아니라, 인문학의 영역이라는 점, 그리고 그것이 법을 뛰어넘어 인문학 안에서 이해될 때, 실첞적 추론의 특별한 탁월함을 포괄할 것이라는 점이다. 

  인종적 증오와 수치의 오명은 인간성과 공동체에 대한 근본적인 변형으로 드러나며, 소설 읽기의 태도는 '경계선' 양쪽에 있는 모든 시민들에게 온전한 인간성의 필수 조건으로서 정치적, 사회적 평등을 요청한다.

  스스로 이성애자임을 깨달은 사람에게 사회는 존중과 지위를 제공하지만, 자신이 이와는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에게 사회는 좌절감, 수치심 그리고 지속적인 위험을 안겨준다. 

  승인된 피라이버시권이 한 개인의 인간됨에 근본적으로 영향을 주는 긴밀한 문제들에 대해 개인의 선택의 자유를 보호하는 방식을 고려

  친밀하면서도 공평하며, 편견 없이 사랑하고, 특정 집단이나 파벌의 지지자와는 달리 전체에 대해 그리고 전체를 위해 생각할 줄 알고, 공상 속에서 개별 시민들의 내적 세계가 갖는 풍성함과 복잡함을 이해하고 있는 문학적 재판관은 휘트먼의 시인과 같이 풀잎사귀들 속에서 모든 시민들의 평등한 존엄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