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날*
금동원
사람이 그립고
마음이 그리운 날은 그 곳에 간다
서로 닮은 사람들이 문을 열고 들어서면
푸른 하늘에 펄럭이는 깃발처럼
두 손 번쩍 들어 신호를 보내주는 곳
(어서 오세요)
노곤한 몸을 온돌방에 누이 듯
두 다리 힘껏 뻗어 쭈-우-욱
두 팔 마음껏 펼쳐 노-옾-이
시간은 멈추고 공간만 남는 곳
맑은 빛의 꿈 이야기
오미자차와 대추차는 환상적인 빛깔과 향으로 번져가고
보이차로 우려낸 깊은 우정과 정겨움은 그윽하고 향기롭다
침묵 속의 끄덕임은 우리들의 언어다
위로와 배려의 따뜻함을 남겨두고
편안한 웃음의 키다리 아저씨와
연잎차 맑은 향기의 안주인이 늘 함께 배웅하는
그리움을 안고 오늘도 길을 나선다.
(또 오세요)
*차날; ‘차가 그리운 날’의 줄임말이자, 견지동에 있는 단골 전통 찻집
-『지구문학』,(2017, 가을호) 통권 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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